러시아, 러시아의 재근대화 : 좌파의 역할

주간녹색좌파(Green Left Weekly) 3/17

보리스 까갈리츠키가 아나똘리 바라노프를 인터뷰했다. 바라노프는 좌파 저널리스트로서 프라우다지에 모스크바시를 당혹하게 한 기사를 게재한 후 시당국의 탄압을 받았다. 곧바로 바라노프는 경제주간지로부터 해고되었고, 모스크바 시장 유리 루츠코프는 결국 그를 법정에 세웠다.

그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유리 마슬류코프가 경제 부수상의 지위에 오르는 등 공산당원들이 정부에 들어갔다. 정부 내 좌파의 존재는 심각한 질문들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의 지배 엘리트들의 의도는 무엇인가? 자신들의 위치를 보장하기 위해 “신선한 피”를 주입하려 하는 것인가, 혹은 통치체제의 위기를 관리하는 데로 좌파를 몰아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구조적 개혁이 멀지 않은 것일까?

한편 바라노트 역시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 러시아의 군산복합회사인 마포(MAPO)의 선전담당관(public relations director)을 맡은 것이다. 이 국영회사에는 저 유명한 미그(MiG) 전투기를 생산하는 업체도 포함되어 있다.

문> 좌파가 권력을 잡았을 때, 그들은 종종 그들의 원칙을 포기하고 관료나 부르주아가 되어버린다. 아나똘리 당신은 이런 위험이 당신 자신의 경우에도 해당된다고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좌파에 대한 또 다른 견해도 있다. 이것 역시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다. 즉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떠드는 것뿐이며, 뭔가 중요한 문제들은 우리에게 맡겨질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언제까지나 그럴 듯해 보이는 야당으로만 받아들여진다면, 우리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옳다는 것을 설득시킬 수도 없을 것이다.

좌파의 러시아 정부 참여가 패배로 끝난다면, 우리는 한 세대 동안 동유럽에서 사회주의적이거나, 사민주의적인, 아니 그 어떤 좌파적인 과제도 잊게 될 것이다.

작년 8월 러시아를 덮친 위기 이후, 예외적이게도 새로운 산업정책을 펼치기에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 루블화는 싸졌고, 러시아 상품들은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어디서도 이만큼 싼 노동력은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산업 부문에서는 기계 제작 분야의 확장이 시작되었고, 현재 약 넉달째 계속되고 있다. 수입품은 국내 생산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하지만 낮은 유효수요 수준은 이러한 상황의 가속화를 막고 있다. 저임금의 이면이다.

이 위기가 산업적으로는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성장을 겨우 몇 달 동안만 지속시킬 수 있을 따름이다. 그 이후에도 제조업 생산품의 수출은 증가해야 한다. 이것이 경제에 현금을 투입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돈이 없이는 성장은 멈출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가 러시아 채무구조의 개혁을 지연시키면서 멈추려고 하고 있는 것은 정확히 이런 성장이다. 또한 이런 방법으로 국제통화기금은 가이다르나 표도로프, 야블린스키 같은 자유주의적 매판상인들에게 지원을 베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프리마코프-마실류코프 정부 퇴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문: 군산복합회사가 경제에 재원을 끌어 모으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는가?

미그(MiG)기는 외국 시장에서는 놀라운 상품으로 통한다. 자금회수의 측면에서 말한다면, 미그기는 주문 규모에서 서구의 다른 경쟁제품들을 능가한다. 우리의 낮은 노동 비용때문에, 주요 경쟁자인 미국이 우리와 경쟁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사실상 러시아가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시장으로부터 러시아를 축출시키는 것 외에 그런 경쟁 자체는 무의미하다.

문> 나토(NATO)식 군 장비를 쓰라는 압력을 의미하는가?

그렇다. 하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동유럽에서 구 소련의 비행기를 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지상 시스템은 이미 적당하며, 조종사들과 운용요원들은 바르샤바조약의 기준에 따른 훈련을 받아왔다.

독일인들은 대체로 이런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1993년 다이믈러-크라이슬러 에어로스페이스(Daimler-Chrysler Aero-space)사는 마포-미그(MAPO-MiG)사 및 러시아 국영회사인 로스부루제니(Rosvooruzhenie)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이것은 “유럽형” 미그기를 공급하고, 그것들을 나토의 기준에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그 계약이 러시아에 특별히 유리하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노후화하고 뒤떨어진 장비들은 새로운 러시아 비행기와 지상 시스템들로 대체될 것이다.

미국이 동유럽 국가들에 에프16(F-16), 에프18(F18) 중고 전투기를 “공짜로” 건네주겠다고 제안한 것은 상당히 다른 문제이다. 2002년까지 이 국가들이 치러야 할 “친절”에 대한 비용은 18억에서 32억 마르크에 달할 것이다. 반면 그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미그기들을 교체하고 현대화하는 비용은 2억 5천만 마르크를 넘지 않을 것이다.

이 “원조”가 가진 약탈적인 하부 구조는 명확하다. 하지만 이것은 나토에 가입할 수 있는 티켓으로 여겨지고 있다. 나토는 이전의 바르샤바 조약 가맹국들, 심지어는 소비에트 공화국이었던 나라들에게도 매력적인 기구인 것이다. 이 나라들은 미국에 한편으로는 정치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적으로 종속되고 있다.

문> 그들이 비경제적인(non-economic) 기제들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마포(MAPO) 역시 다른 수위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대응은 정치적이어야 할 것이며, 그래서 당신에게 이 일이 주어졌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당신의 정치적 역할은 무엇이리라 생각하는가?

내 역할은 정치적 목표들을 정식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기제들을 찾는 것이다. 소비에트 시절에는 한 담당관이 행정적, 경제적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공산당의 정치적 위계구조의 역할이 요청되었고, 그것은 때때로 매우 효과적이었다. 지금은 그런 위계구조는 사라졌으며, 심지어 행정적인 명령체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경제 관리의 수직적 체계가 제한적 범위에서나마 재구축될 수 있다면 많은 것이 용이해질 것이다.

정부도 동의했던 마포(MAPO)의 재조직은 매우 중요하며, 무엇을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실례이다. 이것은 좌파에게도 역시 중요하다. 우리는 보여줄 필요가 있다: 보라 민영화는 실패했고, 민간 투자는 부적절하다. 국영기업은 국가 이익을 위해 효과적으로 작동될 수 있다.

문> 모스크바 시장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지금 어떠한가?

현재 러시아의 상황은 많은 정치가들로 하여금 좌익적 태도를 취하게 하고 있다. 루츠코프도 예외가 아니다. 그 법정 소송 사건에 대해서라면, 2년 반 후 결국 내가 이겼다. 오늘날 좌파의 주된 문제는 루츠코프가 아니다. 그는 모스크바의 산업 지원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 그리고 사회 복지 재정 충당을 위해 시 예산에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문> 국내적인 것으로부터 국외적인 것으로 러시아 좌파의 주된 문제들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우리는 소비에트 70년 동안 성취되었던 모든 것들-좋은 것이었든, 나쁜 것이었든 모두-에 대한 거부와 함께 시작했던 한 주기가 끝나고 있음을 봐왔다. 사람들은 어떤 이데올로기도 없이 10년을 살아온 것이다.

당신은 “현재를 살자!(Live for Real!)”라는 펩시콜라의 광고 문구를 들어봤을 것이다. 러시아인들은 이데올로기의 결여가 도덕(principles)의 결여와 동의어가 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항상 대다수의 사람들이 파렴치한(unprincipled) 소수의 희생양이 된다.

최고위 당국자들은 이것을 조금 일찍 눈치챘고, 대통령 보좌관 기오르기 사타로프는 기존의 국민적 관념을 정식화하는 일을 떠맡았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내놓지 못했다. 국민적 관념들은 통치기관이 꿈꾼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내부에서 나오는 것이며, 객관적 필수조건들의 기반 위에서 떠오르는 것이다.

내가 이 군산복합회사에서, 좀더 엄밀히는 항공산업 부문에서, 실현시키고 싶은 것이 바로 러시아의 새로운 이데올로기 탄생을 위한 필수조건들이다. 구 소비에트 경제에서 가장 미래지향적이었던 것이 이 부문이다. 우리가 목욕물과 함께 거의 버렸던 아기는 과학적, 사회적 진보라는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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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발전의 이데올로기를 필요로 한다. 1917년 권력을 잡았던 좌파는 이 나라의 근대화를 이뤄냈다. 우리는 다시 한번 근대화를 추진하는 힘이 되어야 한다. 사회정의는 경제성장의 제동장치가 아니라 기폭제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구체적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옳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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