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귀하!

귀하의 정부가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해 미국정부와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앞으로 한반도의 상황이 또다시 위태롭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의 편지를 쓰기로 하였습니다.

귀하도 아시다시피 지금 미국에서는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한 합의내용을 놓고 심각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닙니다만,미국 여야간의 상호비판이 날카로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국 여야간의 토론은 전술적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전략적목표는 단 하나 뿐이며 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미국은여야를 막론하고 [조선]이 대량살상 무기를 갖게 되는 것을 허용할 수없다는 입장입니다. 그 이유는 동북아 세력균형의 안정 없이는 세계질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도, 파키스탄의 경우에는 핵무기를보유해도 서남아시아 문제로 국한되는데 동북아에는 미국의 세계적 지위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인 중국이 있고 [조선]의 핵화는 한국,일본 등에 연쇄반응을 일으켜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어떠한 일이있어도 한반도에 핵무기를 방치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 공화당측은 클린턴정부가 강경한 행동을 취할 의지가 없다고공격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클린턴 정부는 현시점에서 강압전략보다 협상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협상을 한 것입니다. 만일 협상을 통한 해결이 불가능했다면, 모종의강압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미국 국내정치 과정에서 여야가 상대방에 대해 과장된 표현으로 공격하는 것을 잘못 해석하면 미국정책 의도에 대해 크게 오판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사실은 미국은 협상을 추구하면서도 전략목표를 위해 필요하다면 강압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실은 민주당이거나 공화당이거나 상관없이 미국의 입장입니다. 이번 금창리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정부는 미국이 유연한 협상태도를취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무엇보다도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포용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도 같은 방향으로 나갈 것을 권고한 것으로 믿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상당한 정치적 위협을 무릅쓰고 포용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사실 이번에도 금창리 지하시설문제가 풀리지 않았다면 미국은 더이상 포용정책을 지지하기 어려웠을것이며 만일 그런 상황 하에서도 한국정부가 계속 포용을 고집했다면한미동맹 관계는 상당히 어렵게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국정부는 포용정책을 지속할 수 없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귀하의 정부는 한국정부와의 관계개선을 계속 거부하면서 햇볕정책이 제공하는 기회는 활용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귀하의 정부는 대미관계 개선을 계속 추구하고 한국 민간기업의 도움도 받아들이면서 한국정부와는 악수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한국정부는 더이상 포용정책만을 추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정부는자신이 추진한 정책의 결과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모양이 될 수 있기때문입니다. 따라서 귀하의 정부도 한국정부가 내놓은 포용정책이 [조선]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판단한다면 한국정부의 입장이 더이상 포용정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으로 들어가기 전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믿습니다.

물론 이러한 정책전환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귀하의 주변에는변화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또 변화는 그 결과가 불확실한면이 있기 때문에 상당한 의지와 용기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변화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너무나도 참담한 것이라는 사실도 명백합니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귀하의 결단을 기다리겠습니다. (고려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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