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넥타이부대가 민주노총의 ‘선봉대’로 나섰다. 1일 노동절 집회를 마친 3만명 조합원의 선두에는 사무금융노련(위원장 채운석) 소속 100여명의 간부들이 앞장을 섰다. 이들은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한손에 양복을 들고 나와 87년 ‘넥타이부대’를 연상시켰다. 김형탁 사무금융노련 사무처장
은 “IMF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실 상당한 피해를 봤던 이들이 사무직 노동자”라며 “또 흔히 중산층혹은 시민들과 가장 비슷하게 분류돼 왔던 사무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다는 것은 현 정부가 문제가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0… 1일 오후 서울역광장. 민주노총의 핵심 수배간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주변의 경찰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이번 노동절 대회에 수배자로 참석한 이들은 유덕상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비롯, 양경규 공공연맹 공동위원장, 석치순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외 노조간부 다수, 김희준 금속산업연맹 부위원장, 안현호 현대정공노조 위원장 등. 오랜만에 명동성당에서 장외로 나선 이들은 체포될 우려보다는 “장외로 나오니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들. 이들은 행진대열에도 참가해 그대로 명동성당까지 무사히(?) 몸을 피했다.
0… 이번 민주노총 노동절 대회는 예년과 달리 사전에 경찰측이 차도행진을 허가함에 따라 평온하게 마무리된 편. 그러나 최근 정부의 노조탄압이나 구조조정 강행에 분노한 일부 조합원들은 행진 과정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기도해 일부 마찰을 빚었다. 금속산업연맹 소속 노조들은 이날 명동성당으로 가는 도중 대연각 부근에서 전 차도를 가로막고 골목으로 돌아가는 대신 길을 터줄 것을 요구했으나 경찰과 큰 충돌은 없었다.
0… 전국 각지의 노조깃발이 서울역 광장을 가득 메웠으나, 4만2천명 조합원을 포괄하는 대형노조 한국통신의 깃발은 이날 보이지 않았다. 지난 26일 ‘파업유보’ 결정을 내렸던 한국통신노조는 이번 대회에 조직적 참여를 피하고 일부 간부들만이 개별적으로 참석했기 때문. 노조의 한 관계자는
“내부 사정이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서울지하철노조 등의 투쟁에 찬물을 얹은 상황에서 집회장에 노조깃발을 들고 나오기 부끄러웠다”며 “조직정비를 통해 조만간 총력투쟁에 합류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0… 한국노총의 노동절 기념 대회에는 그동안 해마다 내빈으로 참석했던 노동부장관과 경총 회장, 각 정당 대표 및 국회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4월9일 노사정위를 조건부 탈퇴한 만큼 이번 대회는 단순한 기념 대회가 아니라 투쟁의지를 높이자는 의미에서 재계, 정치계 인사는 아무도 초청하지 않았기 때문. 유일하게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만이 참석,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 자리를 지켰다.
0… 이날 본대회는 단지 40여분만에 ‘조촐하게’ 끝났고, 나머지 2시간 은 노동문화제로 채워졌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이를 두고 “노동절 기념대회가 아니라 전국노래자랑이 맞다”며 설왕설래 하기도.
0… 일부 조합원들은 “누구는 투쟁하고, 누구는 상품 타간다”며 본대회 이후 곧장 자리를 떠났지만, 상당수의 참석자들은 경품권 추첨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대회에는 마티즈 승용차를 비롯, 금강산 여행권, 5만원에 상당하는 엔크린 주유권, 냉장고, TV,
세탁기, 오디오, 카메라, 청소기, 설탕, 식용유, 공중전화 등 다양한 기념품이 마련됐다. 운좋게 ‘마티즈’ 승용차를 낚은 사람은 출판노련 산하 교학사노조의 한 조합원. 한편 이날 노동절 기념대회를 위해 예년처럼 정부가 보조금 7,600만원을 지원했다.
[저 자] 황보연 기자
[출 처] 매일노동뉴스
[발 행 일] 1999.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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