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9일 ∼ 1999년 12월 5일 : 제316호

정부의 의약분업안은 약물 오남용 막을 수 없다

우리 나라 국민은 일년에 약을 얼마나 먹을까. 병원과 약국에서 사용

되는 약품 7조6천억원과 한약(약 7조원 추정)을 합하면 연 14조6천억

원 어치나 되니 엄청난 양이며, 국민 1인당 일년에 32만원 꼴이다. 그

중에서 병·의원에서 사용되는 약품은 2조5천억원, 이것은 많은 규제

와 감시 하에 사용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약을 함부로 먹는 경우가

많으므로 약품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약 분업을 시행해야 한

다는데,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약품 오남용에 대한 연구가 없어 인용

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의

약분업 시행안으로는 약품 오남용을 막을 수가 없다. 약사의 임의조제

를 허용하는 절반이 의약분업이기 때문이다.

97년도 의료보험 통계에 의하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 의료보험에 청구

된 약품비는 총 약품 생산액의 33%에 지나지 않고 전체 약품의 67%

는 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의사의 처방은

20년동안 보험심사를 거치면서 조금이라도 틀에 벗어나거나 비싼 약

품을 사용하는 경우 질병의 종류와 치료 상태와는 상관없이 삭감되어

왔으나, 전체 양의 2/3가 넘는 약품들은 아무런 규제나 감독 없이 약

국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투여되어 왔다.

의료제도 개혁은 첫째 국민건강에 도움을 주고 둘째 의학의 학문적인

발달에 도움이 되며 특히 의료의 균형 잡힌 발달로 의료 선진화에 일

익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하며 셋째 국민들의 의료에 대한 기대에 부응

하는 것 등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더구나 의약분업과 같이 국민

의 경제적 부담과 불편함을 전제로 시작되는 제도에서는 국민적인 합

의와 참을 수 있는 한계의 설정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약품 오남용 방

지라는 분명한 성취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의약분업 시행안을 보면,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려는 의지가 부족하고 약품 오남용을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

도 보이지 않아 약사의 일반 약품 임의조제는 인정한 채 병·의원의

외래 조제를 금지시키고 있어 그저 의약분업이라는 제도를 시행하였

다는 실적에만 집착하고 있다. 이것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

약품과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으로 나눈 약품 분류를 보면 분

명히 알 수 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사용하는 약품의 85% 이상이 일반의약품으로 분

류되어 의사의 처방 없이 약사의 임의 조제 하에 놓여지게 됨으로써

2세 국민의 건강이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었다. 이는 오히려 지난 10

년 동안 약국 의료보험에서 3세 미만의 임의조제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보다도 퇴보한 것으로, 우리의 내일을 짊어지고 나갈 어린이들을 위

한 철저한 약품 분류와 제도적 보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약품분류는 의약분업의 기본으로, 엄격한 기준에 따라 부작용이 없고

슈퍼 판매가 가능한 약만을 일반약품으로 구분한 뒤 나머지는 전문

의약품으로 하는 선진국의 방법을 따라야 국민을 약품의 오남용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고 약사의 임의조제를 원천적으로 막아 불법 조제

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의약분업 시행을 반년 정도 앞둔 시점에서 우리는 왜 의약분업을 해

야 하는지, 누가 약품 오남용의 주범인지, 누구를 위하여 의약분업을

하려고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너무 문제가 많기 때문

이다. 우리와 여러 가지로 사정이 흡사한 일본에서도 의약분업을 유도

하기 위해 처방료를 5배 올리고 국민들이 조제하는 장소를 스스로 택하게 하고,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병원부터 먼저 시행하도록 하는 등

30년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30% 정도의 의약분업을 이루어낸 것은

참고할 사항이다.

지금 의약분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큰 관심이 없고 단지 의사와 약

사의 밥그릇 싸움 정도로 인식하고 있으나, 막상 의약분업 제도가 시

행되면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짜증과 불만으로 정부와 시민

단체 그리고 의사 약사들을 싸잡아 매도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특히 시민단체들이 정부를 견제하거나 옳은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정부의 대변자가 견에 대해서는 집단 이기주의로 몰아 논의조차 하지 않는 것은 두고

두고 지탄받을 수 있는 일이다.

의약분업은 의사가 진찰과 처방을 위주로 하면 당연히 약사는 임의

조제할 생각을 버리고 처방에 따른 조제를 해야한다. 국민들은 의사의

처방 없이는 약을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여 시간과 경제적인

부담을 감수하는 등 약품의 오남용을 막겠다는 전 국민적인 합의아래

진행되어야 한다. 또 정부는 더 이상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감추지 말

고, 국민 건강을 위하여 제대로된 의약분업을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논의해가야 한다. 의약분업의 목표는 의사와 약사의 전문성을 살리는

역할의 제자리 찾기가 되어야 하며, 제대로된 의약분업을 통해서만이

약품 오남용 방지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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