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칼 고공농성 1년, '희망텐트'로 모인 연대의 불빛

박정혜·소현숙 "함께 이겨 땅을 딛자··· 우리가 빛이 될게"

불탄 공장 마당은 새로운 '광장'이 되었다. 박정혜·소현숙 두 해고노동자의 곁으로 색색의 응원봉과 깃발이 모여 어둠을 밝혔다. 논바이너리, 직장인, 여성, 청년, 해고노동자, 그리고 또 다른 무엇인 많은 시민들이 지역 곳곳에서 구미 공장으로 모였다. "우리가 빛이 될게, 함께 이겨 땅을 딛자"며 연대의 '희망텐트'에서 한밤을 보냈다.  

"우리가 빛이 될게요". 참세상

10일 저녁,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 공장에서 '1박 2일 옵티칼 희망텐트'가 펼쳐졌다. 공장 마당으로 500여 명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자리했다. 옥상 위에는 일년이 넘도록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박정혜·소현숙 두 해고노동자가 있었다. 

저녁 7시 시작된 문화제에서는 '희망텐트'를 펼친 '연대의 불빛'들이 서로의 고민과 마음을 나누었다. 

자신을 "30대 논바이너리 현직 직장인, 전직 직업군인"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소현숙, 박정혜 님이 1년째 공장 위에서 불이 켜진 따스한 아파트를 바라보신다는 기사를 읽고 나서 이것이 해결되지 못한다면, 나는 동료 시민으로서 무엇을 했다고 할 수 있겠나, 그분들이 집에 돌아가시지 못하는 사회는 옳지 않다, 가서 연대한다고 응원한다고 말해야겠다, 한 명이라도 더 보여드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희망텐트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이 국가 전체를 물들였고, 니토덴코를 포함한 자본의 온갖 쓰레기짓 또한 국가가 자본에게 그것을 허용한 때문"이라면서 "국가가 그러도록 놔두고 싶지 않았다, 시민이라는 이름의 무게는 그런 것임을 통감"한다고 이야기했다. 

허지희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는 “윤석열 퇴진 광장에서 우리는 새로운 세상과 다양한 문화를 만나고 있다. 그 힘이 연대의 물결을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박정혜, 소현숙 노동자가 승리해야 세종호텔 해고자도 복직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없는 세상, 정리해고 없는 세상, 차별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힘주어 말했다. 

"희망의 빛을 가지고,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참세상

불탄 공장 위 박정혜·소현숙 두 노동자는 옥상 난간 가까이에 서서, 색색의 깃발과 응원봉 불빛들의 움직임에 따라 내내 손짓으로, 몸짓으로 인사를 건넸다. 

소현숙 노동자는 "거리에서 외롭게 투쟁하는 저희들에게 다가온 건 이름 모를 시민과 연대 동지들이었다. 동지들께서 옵티칼로 모여주신 덕분에, 크레인과 경찰을 동원해서 노동자들을 끌어내려는 지자체와 공권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 니토덴코가 저희 노동자들에게 가하려고 했던 단전과 가압류 등도 지금까지 잘 막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 기업은 노동자를 그냥 시간당 생산량 그런 것만 따지는 기계로 본다. 우리 옵티칼의 투쟁으로 노동자를 대하는 이 사회가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옵티칼 투쟁도 승리하고, 오늘 함께해 주신 동지들께도 힘이 나는 세상이 올 때까지, 여러분들이 오늘 모아주신 희망의 빛을 가지고 열심히 싸우겠다"고 이야기했다. 

"빛을 따라서, 집으로 다시 현장으로". 참세상

박정혜 노동자는 "니토덴코는 솔직히 잃은 게 없다. 많은 혜택을 받았고, 평택 공장으로 물량을 옮겨 수익을 내고 있다. 신규채용까지 했으면서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들은 내팽개쳤다. (공장에) 불이 나고 모든 책임은 노동자들이 다 짊어졌다"고 분노했다. 그는 "어떻게든 평택공장(한국니토옵티칼)에서 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고공에 올랐다"면서 "함께 싸워주시는 동지분들과 시민분들께 감사하다. 오늘 말그대로 저희에게 빛이 되어 주시기 위해 오셨다. 그 빛을 따라서 집으로 돌아가고,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투쟁해서 꼭 여러분을 만나러 가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자리했다. 그는 2011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309일 간의 고공농성을 이어갔었다. 

"회사의 이윤을 위해서가 아니라 동지들의 그리고 나의 생존과 존엄을 지켜내는 이 시간이, 생애 아마 가장 위대한 시간이 될 것"이라면서, "응원봉 동지 동지들에게 남태령과 한강진이 그랬듯, 나에게 대공분실과 크레인이 그랬듯, 두 동지에게도 가장 추운 날들이 존엄과 인간의 품위를 지키는 단단한 보루가 될 것"이라 말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나를 지킨 게 희망버스였듯, 응원봉 저 반짝이는 불빛들이 어둠을 걷어가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제는 우리가 빛이될 차례야". 참세상

문화제 이후에도 참여자들은 자유발언을 나누고, 100여 동의 크고 작은 텐트에서 밤을 보냈다. 11일 아침, 집으로 또 다른 현장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머리 위로 색색의 종이학들이 날려 왔다. 박정혜·소현숙 두 노동자가 농성을 이어가며 직접 접은 종이학이었다. 일터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으로, 불탄 공장 옥상에 오른 지 어느덧 370일째다.  

'옵티칼 1박2일 희망텐트'. 백승호(충남 노동자뉴스 길)
"이겨서 땅을 밟을 수 있게!".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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