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여름 51일 파업에 나섰던 조선하청 노동자들에게 법원이 집행 유예·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파업의 "공익적 목적"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결국 유죄라 판단했다. 노동자들은 "조선 하청 파업은 정당하다"면서 항소하고 "노동3권의 실질적 쟁취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 밝혔다.
"51일 파업은 무죄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19일 오전,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들의 51일 파업에 대한 형사재판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조선하청 노동자 22명에게 총 징역 16년 2개월과 집행유예 28년, 벌금 3천1백만 원을 선고했다.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100만 원을, 유최안 전 부지회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용자의 재산 관리권을 침해하지 않는 상당한 범위 내에서 근로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기 위한 집회나 노동조합 활동은 필수적이라 할 것"이고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과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집회 과정에서 다수의 조합원들과 함께 업무방해, 공동 감금 등을 한 행위와 이에 따른 피해자들의 피해 정도 등을 감안하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노동자들 중 아무도 법정 구속되지 않았고, 조선 하청 노동자 파업의 "공익적 목적"이 일부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우나, 집행유예와 벌금형으로 유죄를 선고해 결국 하청 노동자의 노동3권을 억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김은형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하청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인정한 재판이었다고 할 수 없다"면서 "결국 우리 투쟁은 다시 머리띠를 매고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줬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에 함께할 것이며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에도 함께할 것"이라 전했다.
김일식 금속노조 경남지부장도 "오늘 재판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쟁의행위를 두고 사측과 입장을 같이하는 검사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였다"면서, "조선하청지회 무죄 판결을 넘어서 비정규직 차별이 철폐되고 노동자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싸울 것"이라 밝혔다.
"함께 싸워 승리하겠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은 선고 후 "(51일 파업은) 국민이 준 권력을 사유화하고, 부를 분배하지 않으려 하는 세상에 맞선 투쟁이었다"며 "지금 조선하청지회 2024년 임단협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바꿔야 한다. 법률적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우리는 항소할 것이다. 함께 싸워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유최안 전 부지회장은 "우리는 노동조합을 통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했다. 이는 헌법적 권리이자 보편적인 권리다. 그 권리 행사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오늘 내려졌다. 사법부는 권리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을 응원해야 마땅하다.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들에 대해 이런 판단이 계속된다면 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저항 역시 멈추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 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은 "51일 파업의 근본 원인은 헌법이 구체적 규범력을 부여한 노동3권이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에게는 유명무실하다는 데 있다"면서, "당시 원청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조의 단체교섭은 거부한 채 대통령 비선 명태균을 통해 윤석열에게 경찰특공대 투입과 강제진압을 요구했고, 윤석열은 이에 적극 화답했다. 불법은 하청노동자가 아니라 원청 대우조선해양이, 대통령 윤석열이 저지른 것"이라 짚었다.
또한 "1심 판결에 항소해 법정에서의 싸움을 계속할 것이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명태균-윤석열로 이어진 파업 불법 개입의 진실을 낱낱이 밝힐 것이다. 윤석열이 두 번이나 반헌법적 거부권을 행사한 노동조합법 2조, 3조를 반드시 개정할 것"이라 결의를 밝혔다.
"노동3권의 실질적 쟁취 향해 나아갈 것".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2022년 여름, 옛 대우조선해양 조선하청 노동자들은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호소하며 51일간 파업을 벌였다. 당시 유최안 부지회장은 스스로 용접한 철창 감옥에 자신을 가두고 투쟁에 나섰다. 하청 노동자들의 분투에 커다란 사회적 지지가 형성되었고, 이는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으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파업 후 두 해가 넘도록 회사가 약속한 것들은 지켜지지 않았다. 조선업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하청 노동자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원청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470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여전히 하청노조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조선하청 노동자들은 살을 에는 영하의 날씨를 견디며, 다시 99일째 파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