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치를 뒤흔드는 계급 분열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대학 교육을 받은 자유주의자들이 선호하는 기후정책 메시지는 미국 노동계급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인 점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상적인 물질적 이해관계와 직접 연결된 친기후 정책에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노동계급 유권자와 고학력·고소득 자유주의자 사이에는 기후변화를 비롯한 정치적 쟁점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큰 격차가 나타난다. 그러나 좌파는 적절한 메시지를 통해 이러한 격차를 좁힐 수 있다. 출처: Raze Solar, Unsplash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계급을 사회 변혁의 핵심 주체로 본다. 따라서 오늘날 사회주의자들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노동계급의 상당수가 포퓰리즘 우파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런 현상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조앤 C. 윌리엄스(Joan C. Williams)와 재러드 애벗(Jared Abbott)이 새로 발표한 보고서 『좌파의 연합 위기』(The Left’s Coalition Crisis)는 미국 노동계급의 견해가 민주당 연합에서 갈수록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고학력·고소득 자유주의자 및 진보주의자의 견해와 얼마나 크게 갈라지는지를 설명한다. 과거 미국 노동계급은 민주당을 자연스럽게 자신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차가 크게 벌어지고 민주당의 인기도 크게 떨어지면서,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는 후보자가 민주당이라는 브랜드와 연관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지지를 잃는 이른바 민주당 페널티(Democratic penalty)가 나타나고 있다.

노동계급정치센터(Center for Working-Class Politics)는 뉴스레터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이 보고서의 핵심적인 발견 가운데 하나는 대학 교육을 받은 자유주의자들이 문화와 기후 문제에 관해 사실상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과 동의하는 계급적 거품 속에서 살아가지만, 노동계급 사람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이 보고서는 특히 상위 중산층 자유주의자와 미국 노동계급의 특정 집단 사이에 나타나는 계급적 격차를 비교한다. 여기서 상위 중산층 자유주의자는 대학 학위를 갖고 민주당에 투표하거나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이며, 가구소득이 전체 분포에서 상위 25%에 속하는 사람을 뜻한다. 반면 보고서는 미국 노동계급 가운데 극우 쪽으로 크게 이동한 집단중간 지위 유권자라고 규정한다. 이들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으며 가구소득이 전체 분포의 중간 50%, 대략 연간 4~10만 달러에 해당하는 가구다.

보고서는 이민, 공공안전, 낙태권을 비롯한 다양한 쟁점에서 나타나는 계급적 격차를 다루지만, 가장 양극화된 문제 가운데 하나는 기후변화다. 윌리엄스와 애벗은 다음과 같이 썼다.

대학을 졸업한 자유주의자는 노동계급 응답자보다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29%포인트 더 많이 지지했다. 이는 우리가 확인한 계급 격차 가운데 네 번째로 큰 수치다(87% 58%). 정책 우선순위에서는 20%포인트의 격차가 나타났다. 노동계급 미국인은 30개 정책 가운데 기후변화를 27번째 우선순위로 꼽은 반면, 대학을 졸업한 자유주의자는 15번째로 꼽았다.

인종별로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기후변화를 중요한 문제로 평가하는 집단은 단 하나, 즉 백인 자유주의 성향의 대졸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기후변화를 6위에 올렸지만 백인 노동계급은 27위로 평가했다. 심지어 흑인과 라틴계 대졸자도 기후변화를 높은 우선순위로 꼽지 않았으며 각각 30개 가운데 22위와 23위로 평가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매우 광범위한 조치가 필요하고 가장 과감한 정책을 실행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압도적 다수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수치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절망하는 대신 기후변화가 노동계급의 우선순위가 아닌 만큼 활동가들은 기후변화를 노동계급이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와 연결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보고서는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하지만 먼저 어떤 기후 관련 주장과 정책이 노동계급의 지지를 밀어내는지 이해해야 한다.

우파 포퓰리스트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오늘날 기후정치에서 가장 답답한 측면 가운데 하나는 이 문제에서 오히려 우파가 계급정치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사실이다. 우파 정치인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자유주의 엘리트가 에너지 비용을 높이고 일자리를 없애 평범한 노동계급 가정의 삶을 어렵게 만들려는 음모라고 끊임없이 주장한다. 반면 자유주의 활동가들은 기후변화를 계급 문제를 제외한 온갖 문제와 연결하면서 과학을 믿어라(Believe Science)’라고 외치며, 때로는 에너지 가격을 높이는 탄소세 같은 정책까지 주장한다. 이는 결국 우파가 경고하는 내용을 그대로 확인해주는 셈이다.

보고서는 이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소비자에게 매달 40달러를 추가 부담시키는 탄소세에 관한 질문에 엘리트 자유주의자 가운데 69%가 찬성했지만, 노동계급에서는 고작 24%만 지지했다. 반면 가계 비용을 늘리지 않으면서 온실가스 배출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탄소세의 틀을 바꾸자, 노동계급의 지지율은 65%로 뛰어올랐다. 대학을 졸업한 자유주의자의 지지율도 90%까지 상승했다.

기후운동은 흔히 화석연료 산업을 적으로 지목하며 특히 거대 석유기업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보고서의 핵심적인 발견 가운데 하나는 이러한 정치적 접근이 노동자들에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거대 석유기업을 규제하는 기후행동에서 가장 큰 계급 격차가 나타났다. 대학을 졸업한 자유주의자의 91%가 지지한 반면 노동계급에서는 50%만 지지해 41%포인트의 격차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노동계급 사람들이 출퇴근을 위해 자동차를 운전하고 집을 난방하는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에서 화석연료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최근 휘발유와 전기 가격 상승에서 확인했듯이 이러한 비용은 이미 빠듯한 가계 예산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화석연료 산업만을 좁게 겨냥하는 정치는 미국 가정에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핵심 주체가 자신들이라는 화석연료 업계의 매우 오도된 주장을 극복하기 어렵다.

부유한 자유주의자들이 선호하는 또 다른 사안은 195개국이 2015년 체결한 법적 구속력이 없는 기후협정인 파리협정을 준수하는 것이다. 우파는 이를 미국의 국익을 침해하려는 세계주의적 계획이라고 묘사할 뿐 아니라, 협정 자체도 온도 상승 목표와 배출량 감축 약속이라는 추상적인 정치적 언어로 나타난다. 따라서 미국이 이 협정에서 탈퇴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엄청난 계급 격차가 나타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한 자유주의자는 95%가 탈퇴에 반대하지만, 노동계급에서는 39%만 반대한다.

기후운동가들이 아예 피해야 할 주제도 있다. 좋든 나쁘든 전기자동차(EV)는 대중의 인식 속에서 잘난 체하는 엘리트가 타는 지나치게 비싼 자동차라는 이미지로 굳어졌다. 따라서 전기자동차 구매를 의무화하는 정책도 아닌 정부의 구매 지원책조차 노동계급의 지지율이 37%에 불과하다. 대학을 졸업한 자유주의자 가운데서는 66%가 지지한다.

그러나 좌파 기후운동가들조차 전기자동차 중심의 전환에는 불편함을 느낀다. 이 보고서가 묻지 않은 한 가지는 대중교통에 관한 계급적 격차가 존재하는지 여부다. 적어도 도시에서는 노동계급이 다른 계층보다 대중교통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한다. 실제로 뉴욕시장 조란 맘다니는 무상 대중교통 확대를 선거운동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이 정책은 기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노동계급의 월말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보고서는 여러 기후 문제에서 계급적 격차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문제를 제시하는 방식을 바꾸기만 해도 친기후 정책에 대한 노동계급의 지지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메시지의 초점을 거대 석유기업에서 폭리를 취하는 기업으로 옮기면 노동계급의 지지율이 12%포인트 상승한다. 이는 화석연료 산업만을 겨냥한 분노보다 부유층 전반을 향한 대중의 분노가 계속 쌓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극적인 지지율 상승은 예상대로 노동계급 사람들이 매일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 즉 에너지 비용, 양질의 일자리, 심지어 환경오염에 초점을 맞췄을 때 나타난다. 이런 문제를 강조한 메시지에는 노동계급 응답자의 무려 75%가 공감했으며, 부유한 대졸 자유주의자 사이에서도 90%의 지지를 유지했다.

이러한 결과는 프랑스의 노란 조끼 운동이 내걸었던 핵심 구호와 일치한다. 당시 노란 조끼 운동은 노동자들이 월말까지 생계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동안 정치계급은 오직 세상의 종말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기후변화 자체는 점진적이고 추상적인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기후운동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월말의 생활 문제라는 차원에서 다가가는 데 계속 실패해 왔다.

보고서는 노동계급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중심에 놓고 제조업의 국내 복귀를 요구하는 짓고, 또 짓자(Build, Baby, Build)’라는 메시지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지지율이 17%포인트 상승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십 년 동안 자유무역과 탈산업화로 황폐해진 지역사회에서 이런 메시지가 호응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하지만 이러한 메시지는 지난 20년 동안 기후운동이 송유관이나 석탄화력발전소 같은 파괴적인 화석연료 사업을 저지하는 데 편향된 관심을 기울여온 방식과도 대조된다.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을 둘러싼 투쟁처럼 이러한 투쟁 가운데 상당수는 고무적이지만, 이런 방식의 정치는 화석연료 기반 시설을 청정에너지 기반 시설로 건설하고 교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해당 산업의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을 필연적으로 적대하게 만든다. 보고서에 따르면 더 광범위한 노동계급은 이러한 건설업 노동조합과 견해를 같이하는 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이미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기후정책을 일자리와 연결하는 짓고, 또 짓자전략을 시도했지만 결국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돌아오지 않았느냐고 반론할 수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지 말라고 조언한다. 트럼프가 재선되기 전까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많은 사업은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게다가 여러 연구에서는 세액공제 중심의 정책 모델 때문에 지역사회가 경제적 혜택을 바이든 행정부의 일관된 정치적 프로젝트와 연결해 인식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조 바이든 자신이 이러한 연관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르크스주의자와 다른 좌파들이 지적하듯 대학 교육을 받은 많은 진보주의자 역시 노동계급의 일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많은 변호사와 의사조차 생계를 유지하려면 임금을 받고 일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주의 정치전략에서 핵심은 전체 노동계급을 다수 대중이 지지하는 의제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데 있다.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문명 전체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광범위한 노동계급의 힘만이 지구 시스템이 요구하는 변화를 실현할 수 있다. 이러한 힘을 구축하려면 왜 우리의 정치가 많은 노동자를 끌어들이는 데 실패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

[출처] The Class Divide Haunting Climate Politics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맷 후버(Matt Huber)는 시러큐스대학교(Syracuse University) 지리학 교수다. 최근 저서로 『계급전쟁으로서의 기후변화: 온난화하는 지구에서 사회주의 건설하기』(Climate Change as Class War: Building Socialism on a Warming Planet)가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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