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82개 사회단체, 인권활동가 석방 촉구 한목소리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은 인권활동가의 숙명적 책임”


지난 15일 평택에서 정부의 강제집행을 저지하다 구속된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와 조백기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의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두 활동가가 구속되자 전국의 인권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며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전국 282개 인권·평화·시민·사회단체는 ‘인권활동가 박래군 조백기 석방을 위한 긴급행동’(긴급행동)을 구성하고, 22일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구속자 석방과 평택미군기지 확장 계획 철회를 강력 촉구했다.

“인권활동가 구속,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불구속수사 원칙에도 위배”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석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박래군 활동가에 대해 “편한 공직의 기회도 마다하고, 인권현장에 있어야 된다는 신념으로 지금까지 현장에서 자기 자리를 지켜온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석태 회장은 이어 법원의 인권활동가 구속 결정에 대해 “구속된 활동가들이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는 적극적 신념의 옹호자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명백하다”며 “그럼에도 법원이 활동가들을 구속한 것은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불구속수사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팔레스타인과 한국에서 평화활동을 전개해 온 미니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는 팔레스타인 농민들의 얘기로 발언을 시작했다. 미니 활동가는 “팔레스타인에도 평택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최근 팔레스타인을 방문했을 때 이스라엘 정부가 편지 한 장 달랑 보내고, 팔레스타인 농민들의 땅을 몰수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팔레스타인 농민들에게 한국의 평택 상황을 얘기해주었더니, 그들이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인가’라고 물었다”며 “그러나 그 질문에 마땅히 ‘맞다’, ‘아니다’고 답하기 어려웠다”며 평택 문제를 바라보는 팔레스타인 농민들의 시각을 전하기도 했다.

“부모를 고향에서 내쫒는 한국정부, ‘패륜정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어 미니 활동가는 ‘철면피 정부’, ‘패륜 정부’, ‘심장이 없는 정부’라는 표현을 써가며, 미군기지 확장을 강행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행태를 강력 규탄했다.

미니 활동가는 “농민이 경찰에 의해 맞아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폭력을 휘두르고 인권활동가들을 잡아가두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점에서 한국 정부는 철면피 정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만약 누구든지 부모가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겠다고 한다면 그 뜻을 들어주지 않겠는가”라고 물으며 “그런데 경찰을 동원해 그 부모들을 내쫒는 짓을 지금 한국정부가 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패륜 정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개탄했다.

마지막으로 미니 활동가는 “한국정부는 ‘어떻게 하면 권력과 이윤을 챙길 것인가’에 대한 생각만 있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에 대한 생각은 없다”며 “그런 면에서 한국 정부는 심장이 없는 정부이고, 평화를 지킬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인권활동가 인권옹호 활동, 인권보호에 있어 ‘최후의 보루’”

이날 참석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인권활동가들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권리가 특권에 의해 박탈당하는 현장에 함께 해야 할 숙명적 책임이 있다”며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가 앞장서서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상황에서 인권활동가들의 인권옹호 활동은 인권보호에 있어서 ‘최후의 보루’가 될 수밖에 없다”고 구속된 평택에서 인권활동가들이 행한 ‘저항’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수십 년 동안 맨 몸으로 일구어 낸 생명의 들녘을 미군의 침략기지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국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박탈하는 인권유린”이라며 △평택미군기지 확장과 강제 토지수용 즉각 중단 △평택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 보장 △박래군, 조백기 활동가 즉각 석방 등을 요구했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정부, 평택 거주민 생존권과 거주권 위협하고 있어”

한편, 이날 참석한 김명식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팀장은 평택 문제에 대한 국제엠네스티의 공식 입장을 설명했다. 김명식 팀장은 “국제엠네스티는 한국 정부가 평택 거주민들의 생존권과 거주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따라서 거주민 이주 문제에 대해 본질적으로 재논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인권활동가 구속과 관련해 김명식 팀장은 “당시 평택에서 어떠한 물리력도 사용하지 않았던 인권활동가들을 구속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하며 “국제엠네스티에서 이들에 대한 긴급구명호소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100여 개 국가 10만여 명의 국제엠네스티 회원들로부터 인권활동가 석방 촉구 압박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박래군, 조백기 활동가에 대한 국제적인 구명 활동과 함께 국내 긴급행동 소속 단체들은 활동가 연행·유치과정에서의 경찰 인권침해에 대해 오는 2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진정을 제출하고, 다음 주 중으로 법원에 구속적부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또 평택 문제에 대한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서울에서 대시민 선전전과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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