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는 우리 우주의 가장 거대한 3차원 지도를 작성했다. 지도의 중심 꼭짓점에는 지구가 있고, 각 점은 하나의 은하를 나타낸다. 출처: DESI 공동연구팀 및 KPNO/NOIRLab/NSF/AURA/R. Proctor, CC BY-SA.
러시아의 위대한 물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레프 란다우(Lev Landau)는 한때 “우주론자들은 자주 틀리지만,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우주 자체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우리가 모든 것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지만, 우리는 결코 이 가능성 때문에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며칠 전, 미국 애리조나의 메이올 망원경(Mayall Telescope)에 설치된 암흑 에너지 분광 장비(Dark Energy Spectroscopy Instrument, DESI)로부터 나온 획기적인 발견이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되었다. 이 광범위한 관측은 1,500만 개 은하의 위치를 포함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이뤄진 우주의 가장 거대한 3차원 지도 작성을 가능하게 했다. 참고로, DESI 목록에 기록된 가장 먼 은하들에서 나온 빛은 약 110억 년 전에 방출되었으며, 이는 우주가 현재 나이의 약 5분의 1이었을 때다.
DESI 연구진은 은하 분포에서 나타나는 ‘중입자 음향 진동(baryon acoustic oscillations)’이라 불리는 특징을 분석했다. 그리고 초기 우주의 관측 결과 및 초신성과 비교함으로써, 우주의 팽창을 이끄는 신비한 힘인 암흑 에너지가 우주 역사 전체에 걸쳐 일정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머지않아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본질을 밝혀낼 수도 있다. DESI의 초기 결과는 최소한 그러한 성과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미한 희망의 실마리를 보여주고 있다.
우주의 구성 요소 목록(Cosmic Inventory): 플랑크(Planck) 위성이 관측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CMB)를 바탕으로 도출된 우주의 다양한 구성 성분들. 출처: 존스(Jones), 마르티네스(Martínez), 트림블(Trimble), 『과학의 재창조(The Reinvention of Science)』, CC BY-SA.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는 탐색을 이어가더라도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단지 현재의 연구를 재고하는 수준을 넘어, 우주론 전체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현재의 모델만큼 효과적이면서도 이 불일치를 설명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우주론 모델을 찾아야 한다. 물론,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과학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에게는 이것이 흥미롭고, 잠재적으로 혁명적인 가능성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2023년에 출간된 『과학의 재창조(The Reinvention of Science)』에서 주장했듯이, 이러한 우주론의 재구성, 더 나아가 과학 전체의 재구성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DESI 데이터 지도 24초 회전 영상 (DESI Data Map 24 Second Rotation)
두 개의 숫자를 찾아서
1970년, 앨런 샌디지(Allan Sandage)는 우주 팽창의 본질에 대한 해답에 가까워질 수 있는 두 개의 숫자에 주목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목표는 이 숫자들을 측정하고, 우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 두 숫자는 허블 상수(H₀)와 감속 매개변수(q₀)이다.
첫 번째 숫자는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두 번째는 중력의 서명을 나타낸다. 중력은 인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우주의 팽창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해야 한다. 일부 자료에서는 허블-르메트르 법칙(Hubble-Lemaître Law)에서 벗어난 편차가 관측되었는데, 이 편차는 샌디지의 두 번째 숫자 q₀로 측정한다.
허블의 직선에서 벗어난 의미 있는 편차는 1997년이 되어서야 발견되었다. 이는 솔 펄머터(Saul Perlmutter)의 초신성 우주론 프로젝트(Supernova Cosmology Project)와 아담 리스(Adam Riess), 브라이언 슈미트(Brian Schmidt)가 이끈 고적색이동 초신성 탐사팀(High-Z SN Search Team)의 성과였다. 이들 프로젝트는 매우 먼 은하에서 폭발하는 초신성을 찾아내고 추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들 연구는 허블-르메트르 법칙의 단순한 직선에서 명확하게 벗어나는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었다. 바로 우주의 팽창이 감속하는 것이 아니라 가속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펄머터, 리스, 슈미트는 이 편차를 아인슈타인의 우주 상수(cosmological constant), 즉 그리스 문자 람다(Λ)로 표현되는 값으로 설명했다. 이는 감속 매개변수와 관련된 개념이다.
이 업적으로 인해 이들은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암흑 에너지: 우주의 70%를 차지하는 정체불명의 힘
놀랍게도, 이 람다 물질(Lambda-matter), 즉 암흑 에너지는 우주의 지배적인 성분으로 밝혀졌다. 이 에너지는 우주의 팽창을 중력의 억제력을 넘어설 만큼 빠르게 가속시키고 있으며, 우주의 전체 밀도 중 거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 Λ, 즉 우주 상수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다. 실제로 이 값이 정말로 상수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1917년에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바탕으로 최초의 우주론 모델을 만들면서, 일정한 에너지장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해는 팽창하지도, 수축하지도 않는 정적인 형태였기 때문에, 해당 에너지장은 반드시 상수여야만 했다.
이 일정한 에너지장을 포함한 보다 정교한 모델을 구성하는 일은 비교적 쉬운 작업이었다. 이 모델들은 아인슈타인의 친구였던 벨기에의 물리학자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ître)에 의해 유도되었다. 오늘날의 표준 우주론 모델들은 르메트르의 연구를 기반으로 하며, Λ 냉암흑물질(ΛCDM) 모델이라 불린다.
DESI의 측정 결과만 놓고 보면, 이 모델과 완전히 일치한다. 그러나 이를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CMB) 및 초신성 관측과 결합하면, 가장 잘 들어맞는 모델은 암흑 에너지가 우주 시간에 따라 변화하며, 미래에는 더 이상 지배적인 힘이 아닐 수도 있다는 모델이다. 간단히 말해, 우주 상수가 암흑 에너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빅 크런치(The Big Crunch)
1988년, 201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P. J. E. 피블스(Peebles)는 바라트 라트라(Bharat Ratra)와 함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우주 상수의 가능성을 다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이 발표되던 당시에는 Λ에 대해 진지한 논의조차 거의 없었다.
이 가설은 매력적이다. 이 경우 현재의 가속 팽창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언젠가는 종료될 것이다. 우주의 역사에서 여러 국면은 시작과 끝을 지니고 있었는데, 인플레이션, 복사 지배 시대, 물질 지배 시대 등이 그 예다.
현재의 암흑 에너지 지배 현상도 우주 시간에 따라 감소할 수 있다. 이는 암흑 에너지가 우주 상수가 아님을 의미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우주의 현재 팽창이 결국 ‘빅 크런치’라는 수축 단계로 전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른 우주론자들은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칼 세이건(Carl Sagan)은 “비범한 주장에는 비범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현명하게 말한 바 있다. 동일한 결론을 가리키는 다수의 독립적인 증거가 확보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해답은 현재 진행 중인 여러 프로젝트에서 나올 수 있다. DESI뿐만 아니라 유클리드(Euclid), J-PAS 같은 프로젝트들이 대규모 은하 지도를 통해 암흑 에너지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우주 자체의 작동 원리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주론에 있어 흥미진진한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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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J.T. 존스(Bernard J.T. Jones)는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 명예 교수다. 리시아 베르데(Licia Verde)는 바르셀로나 대학교 우주과학연구소(ICCUB)의 ICREA 우주론 교수다. 비센트 J. 마르티네스(Vicent J. Martínez)는 발렌시아 대학교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교수, 같은 대학 소속 천문대(Observatori Astronòmic) 연구원이다. 버지니아 L. 트림블(Virginia L. Trimble)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물리학 및 천문학과 교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