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날들에는, 트럼프식 경제 정책의 광기를 보다 익숙한 정책 공간 속에 위치시키려는 시도가 유용하다. 그 목적은 강한 유추를 설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곱씹어 생각해 본 다른 사례들을 제시함으로써, 온갖 허튼소리에 대해 사고해야 하는 고통을 덜어주려는 것이다.
브렉시트가 떠오른다. 왜냐하면 그것은 경제적 자해를 괜히 저지르면서도 그것을 경제적 주권주의, 남성성 따위의 언어로 포장한 또 다른 사례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남성적인 관세. 논평가는 이것이 남성성 위기를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
탄소세와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s, CBAMs)에 대한 오랜 논의가 떠오른다. 왜냐하면 탄소세와 같은 관세는 경제 활동의 구조적 전환을 촉진하려는 목적을 가진 소비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트럼프식 경제학을 CBAM에 의한 브렉시트로 생각하면 어떨까.
역사는 이러한 조합이 가져올 가능성 있는 효과에 대해 무엇을 시사하는가?
* 그 칵테일은 충격으로 다가오지만, 결국 하늘이 무너지는 일은 없다.
* 그러나 그 영약은 의도된 회춘을 만들어내지도 않는다. 그 영향은, 이후 수년에 걸쳐, 느리고 점진적인 악화의 형태로 나타난다. 기대된 구조적 전환은 아주 느리게, 이루어진다면 말이다, 찾아온다.
* 가격 유인만으로는 기대하는 방향으로의 대규모 투자를 자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전반적인 사업 환경이 나쁘고, 크고 목표지향적인 인센티브가 없다면, 투자는 더욱 민감하지 않게 된다.
첫 번째 요점 ― 하늘이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는 점 ― 은 강조할 만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본 시장이 가하는 압력에 맞서 정치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를 다룬 기존의 많은 글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개도국들의 경험, 신흥 시장에서의 부채 위기, 유로존 내 그리스의 사례에 기반하여, 비판 이론가들은 채권 시장 감시자들과 채권자들에게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국가-투자자 관계 모델을 구축했다. 그 함의는 이것이 세계 정치경제의 일반적 특징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은 불균등하고 결합적인 발전의 특징이다. 어떤 사람들은 어떤 채권자들에게 노출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은 훨씬 덜 그러하다.
세계의 기축통화 발행국으로서 미국이 가진 과도한 특권(그것은 실제로 특권이다)에 이르기 전에조차, 2016년 브렉시트의 사례는 우익 포퓰리즘 정치가 주요한 기업 이해관계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해를 가할 수 있으며, 그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도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보수당(Tory)의 총리는 실제로 런던 금융가에게 “엿 먹어라(f*** you)”라고 말했고, 몇 차례의 히스테리 이후 상황은 진정되었으며, 금융가는 점진적인 쇠퇴와 주변화라는 경로를 수용했다. 영국 엘리트 정치, 국민 자본의 해체, 그리고 그 조율자로서의 보수당에 대해 말할 거리는 많다. <가디언>에 실린 데이비드 에저튼(David Edgerton)의 글은 이 점에서 여전히 흥미롭다. 그러나 보다 기본적인 사실도 존재한다. 즉, 대부분의 공공 부채를 발행하는 주요 부유국들은 채권자들과의 관계에서 상당한 재량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그들이 협조적인 중앙은행을 갖고 있다면(당신이 좌파 포퓰리스트이거나 … 혹은 리즈 트러스(Liz Truss)라면 그것은 결코 당연한 조건이 아니다), 그들은 단기적인 금융 충격을 견뎌낼 가능성이 있다.
불균등하고 결합적인 발전이 특징인 글로벌 체제 속에서, 투자자의 권력이나 “시간 벌기(buying time)”에 대한 일반 이론을 구축할 수는 없다. 만약 당신이 그것이 가능하다고 상상한다면, 당신은 그 체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불균등성은 하나의 특징이지, 오류가 아니다.
이것이 트럼프가 억만장자들과 수조 달러 규모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관리자들의 항의에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분명히 공화당(GOP)의 기부자들과의 관계에 해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는 압박감에 굴복할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중국과의 모든 무역에 100퍼센트의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출구를 찾아낼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그것에 걸고 싶은가? 트럼프는 신경이나 쓸까? 우리가 이런 질문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 정치가 실제로 얼마나 큰 자율성을 누리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즉각적인 충격의 관리라는 범위를 넘어서면, 브렉시트의 영향과 트럼프의 관세 공세를 비교하는 데 있어 중요한 어려움이 있다. 그것은 2016년 이전에 영국 경제는 워낙 느리게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브렉시트의 경기순환적 영향은 비교적 미미했다는 점이다. 반면에, 미국 경제는 2025년에 접어들면서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그해 초의 질문은, 이 좋은 시절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였고, 미국의 예외주의가 끝없는 오스트레일리아식 성장 호황을 약속해주는 것인가였다. 트럼프의 관세가 가져올 가장 극적인 영향은, 아마도 미국을 경기침체로 빠뜨리고, 강세장(bull market)의 기세를 짓밟으며, 미국의 최상위 부유 가계들의 부를 대폭 삭감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은 대부분의 무역 모델 ― 피터슨 연구소가 사용하는 모델 같은 ― 에서 추정할 수 있는 효과가 아니다. 그 효과는 트럼프의 관세 개입으로 인한 다른 모든 피해를 압도할 수 있다.
무역 모델들이 실제로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분업 구조를 해체하고 (운이 좋다면) 다시 조립하는 데 따르는 비효율이 장기적으로 입히는 피해다. 미국처럼 거대하고 부유한 경제에서는, 그런 비효율은 망치질이 아니라 칼로 긋는 상처에 가깝다. 그러나 그것은 저소득 가계에게 타격을 줄 것이다. 그리고 브렉시트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은 더 작은 기업들에게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가격을 설정하기 어렵고, 충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장기적으로 보아, 관세가 산업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가? 물론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그것은 가난한 국가들의 추격 성장=을 위한 처방이다. 부유한 국가들이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무역 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가? 물론 가능하다. 스위스가 자국 통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려는 노력을 통해 균형 잡힌 경제 구조를 유지하려는 사례를 생각해보라. 혹은 국가의 군산복합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부 조달에서의 암묵적 보호주의를 생각해보라.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경제에서, 제조업이 고용의 10퍼센트도 차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포괄적인 구조적 및 사회경제적 전환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일반 관세를 내세우는 것은 … 글쎄, 그건 전례 없는 일이다. 1970~1980년대 한국의 경험이 여기서 큰 관련성이 있다고 믿지는 말자.
하지만 한 가지는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만약 우리가 현재 제조업에 대한 집착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트럼프와 바이든, 그리고 그들 사이의 불편한 공간에 낀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미국의 재산업화를 원한다고 믿는다면, 그들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투자다! 투자, 투자, 그리고 또 투자다.
그리고 우리는 그간의 그린 산업 정책 논쟁, 바이든노믹스, 에너지 전환, 그린 뉴딜 논의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가격 신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관세는 탄소세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가격 신호다. 당신이 외국산 또는 탄소 집약적인 물품을 구매하면, 당신은 세금을 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과 유사하다. 즉, 탄소 집약적인 외국산 수입품에 부과되는 선택적 세금이다. 이것은 화석연료 로비가 한때는 상상할 수 없는 것으로 낙인찍었고, 결국 미국의 기후 좌파가 포기한 정책이었다.
다시 말해, 트럼프의 일반 관세와 탄소세 간의 유추는 정확하지 않다. 트럼프의 관세로 퇴출되는 수입품 시장은 이미 존재하는 시장이다. 이것은 녹색 혁신의 사례가 아니다. 미국 소비재 시장은 방대하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에너지 전환을 유도할 때 요구되는 수준의 보장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데이비드 빅터(David Victor)와 척 세이블(Chuck Sabel)이 혁신과 기후 정책에 대한 그들의 연구에 기반하여, 관세가 미국의 혁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듣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분명히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이 관세들이 영구적인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트럼프 진영이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사안 중 하나다.
더 나아가, 미국이 대규모 제조업에 뛰어들 것이라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의 조립 노동을 수입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k)이 “수백만 노동자의 군대”에 대해 언급한 죽지 않는 발언에서 불러낸 것처럼, 미국이 그리는 비전은 실제로 고도로 정교한 제조업으로의 이행이다.
그것은 투자에 더해 혁신을 요구한다. 그것은 장기적인 약속 측면에서 판돈을 키운다. 국경을 넘어서든 미국 경제 내부에서든 정교한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위험 대비 수익에 대한 분명한 감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를 다시 경기침체라는 문제로 이끈다. 트럼프의 관세 충격은 지금 벌어지고 있다. 그들은 투자 붐이 언제 도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가? 트레이시 알로웨이(Tracy Alloway)가 어제 <오드로츠>(OddLots) 뉴스레터에서 말한 바는 다음과 같다.
트럼프 행정부는 값비싼 것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행정부는 사실상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자본을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미국 경제에서의 대규모 자본 철수를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누구에게 기대할 수 있을지는 매우 불분명하다.
버락 오바마가 무기력하게 그러나 의미심장하게 언급한 것처럼 말이다. “내가 이 중 한 가지라도 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라.”
왜 트럼프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할 수 있는가? 그것은 자본에 대한 유연성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그는 자신의 우익 측면이 방어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트럼프가 좌파 포퓰리스트였다면, 나는 지난 10년간의 논쟁에서 얻은 네 번째 교훈을 덧붙였을 것이다. 유럽의 경험은 또한 다음과 같은 점을 가르쳐준다. 마크롱이 2018년에 했던 것처럼, 또 트럼프와 공화당이 2025년에 제안하고 있는 것처럼, “진보적인” 소비세를 초부유층에 대한 역진적인 감세와 결합하면, 당신은 쇠스랑(pitchfork, 민중 봉기 또는 폭력적인 대중 분노의 상징적 표현)의 위협 ― 즉 노란 조끼(Gilets Jaunes, 2018년 말 프랑스에서 시작된 대규모 대중 항의 운동의 명칭) ― 을 감수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의 뒤죽박죽인 정치에서는 쇠스랑을 들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들이 트럼프를 백악관에 들여보냈다. 브렉시트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그쪽에서 뚜렷한 견제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예측의 연습이 아니다. 그것은 사고를 정리하는 연습이다. 그러나 그것은 트럼프의 실험이 계속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나는 애덤 스미스의 좋아하는 인용문 하나가 떠오른다.
1777년 말, 애덤 스미스는 버고인 장군이 새러토가에서 패배했다는 소식을 접했고, 그것은 미국에서의 영국의 전쟁 노력에 재앙을 예고하는 소식이었다. 그의 서신 상대는 국가가 망하게 되었다는 깊은 우려를 표했다. “국가에는 망할 여지가 아주 많다(There is a great deal of ruin in a nation),”는 것이 이 위대한 경제학자의 침착한 대답이었다.‘’
[출처] Chartbook 369 Is it madness or is it "Brexit-by-CBAM"? Locating Trumpian economics in policy spac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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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