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 노동으로 인정해야 노동자를 살린다

감시·통제 벼랑 끝 감정노동자 | 2013.11.22

감정노동, 노동으로 인정해야 노동자를 살린다

[감시 통제, 벼랑 끝 감정노동자](11) 감정노동자의 현실, 감정노동자의 권리

사람의 감정마저 상품이 되는 시대다. 우리는 비행기를 탈 때 예쁜 여승무원의 환한 미소와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한다. 콜센터에 전화하면 상담원이 상냥한 목소리로 친절히 설명해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콜센터 상담원의 상담이 기대에 어긋나면 욕을 하며 당장 윗사람을 바꾸라고 소리를 지른다.

독일에서는 비정규직 증가, 서비스업 확대, 경쟁 강화 등 산업 여건의 변화에 따라 감정노동을 포함해 심리적 질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감정노동에 대한 별도의 노동 정책은 없지만 일반 노동자에 대해 노동보호와 산재 요건에 ‘심리적 부담’을 강조,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다.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 위탁업체에서 2년째 상담사로 근무하는 A씨는 한 시민으로부터 최근 7호선 라인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 회사의 모든 지점의 위치를 안내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에 30분 가까이 해당 패스트푸드 회사에 접속하여 주소를 검색해 안내 후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시민은 다시 전화를 걸어 7호선 라인에 있는 다른 패스트푸드 회사의 모든 지점의 위치를 문의한다.

AS기사들은 하청노동자로서의 삶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 ‘삼성 직원’이라면 대접받는 세상을 의식하기보다, 솔직한 모습으로 AS기사의 삶을 바꾸는 길을 선택했다. 평범한 서민으로 조용히 살긴 글렀다고 너털웃음 지으면서도, 진짜 삶이 무엇인지 깨달은 이들이 벼랑 끝에서 손 내밀고 있다.

KT포항지사에서 근무하는 원병희(50) 씨는 오늘도 퇴근 후 한 찜질방으로 향한다. 그에게 이 찜질방은 숙식을 해결하는 집이 됐다. 집을 날려 버린 것도, 빚더미에 오른 것도 아니다. 찜질방 생활이 시작된 건 올해 3월부터였다.

왜 지하철 5, 6, 7, 8호선을 운행하는 도시철도 기관사들만 유독 줄초상을 치르게 됐을까. 의문은 의혹이 됐고, 얼마 가지 않아 사망한 기관사들이 모두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황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노조와 시민사회는 반발했다. 기관사들을 극도의 스트레스와 사망으로 몰아넣은 것은 다름 아닌 회사의 통제와 폭압적 조직문화라는 주장이었다.

지난 4월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실시한 ‘사회복지 공무원 건강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37.9%가 심리 상담이 필요한 중증도 우울, 고도 우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7.5%는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