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게시판을 주시한다.

“그래픽이 다양해지고 한글지원이 좀더 완벽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워드기능이 좀 약한 것 같아요.”

“설치환경은 이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수고했어요!”

그는 `리눅스특공대’ 회의를 다시 소집한다. 정식버전 목표기일은 4월말. 이전까지 문제로 지적된 것을 소화해내야 한다. 다시 밤낮없는 작업이 시작된다.

앨릭스 개발실장 박용률(36) 이사. 특공대의 야전대장격이다. 게시판에 올려진 모든 반응을 그는 찬찬히 점검한다. 찬사도 있고 영문 리눅스인 레드햇을 그대로 베꼈다는 비난도 올라 있다.

한글판 윈도2000을 따라잡자는 기치를 내걸고 그를 중심으로 `리눅스특공대’가 결성된 것은 지난해 12월. 나모인터랙티브·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리눅스원·피엘엠컨설팅 등 6개 업체가 리눅스소프트웨어 전문 개발업체인 앨릭스를 설립하면서부터였다.

앨릭스(Allix)란 회사이름 자체가 `리눅스 소프트웨어를 위한 연합(Alliance for Linux software)’이란 뜻을 담았다. 업체들은 자신의 회사에서 최고급으로 꼽히는 인력을 1명씩 파견했다. 박 실장을 둘러싼 `리눅스 특공대’가 바로 그들. 목표는 3개월 안에 한글 리눅스6.2판을 개발해 윈도2000이 나오는 시기에 `맞짱’을 벌인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목표는 정확하게 실행됐다. 한글 윈도2000이 상점가에 깔리기 하루 전인 3월6일 오전 7시, 그들은 한글 리눅스6.2베타판을 서버에 올렸다.

첫 반응은 서버가 다운됐다는 것이었다. 5천여명이 리눅스를 다운받기 위해 몰린 탓이다. 특공대는 쏟아지는 잠을 뒤로 하고 천리안과 유니텔에 긴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그들의 사이트에도 리눅스를 올려 앨릭스 서버에 걸린 과부하를 줄여달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하루 만에 해결됐다.

박 실장은 이 순간이 특히 감회가 깊다. 윈도가 독점하고 있는 국내 운영체제시장에서 리눅스가 갖는 무한한 가능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공대원들은 끝없이 나열되는 프로그램 소스들과 씨름해야 했다. 리눅스 개발작업은 고도의 정신적 작업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노가다’나 진배없는 막노동이기도 하다. 프로그램 자체가 긴 라인으로 되어 있어 하나 하나를 뜯어고치고 다시 배열해야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토론. 박 실장의 진가는 토론과정에서 드러난다. 리눅스에 대한 열정만을 갖고 덤벼드는 후배들을 조절하고 설득한다. 기술과 시장을 읽을 수 있는 냉철함까지는 아마추어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 그런 의미에서 그는 프로다.

“베타판이 나온 뒤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고 리눅스가 열려 있는 세계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가능성을 의미하는 거죠. 원천기술이 개방돼 개발자가 노력하면 어떤 제품보다 뛰어난 것을 만들 수 있어요.”

박 실장은 이 가능성이야말로 그뿐 아니라 많은 국내 업체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윈도와의 경쟁의식은 이제 그로서는 필연이다.

“윈도요? 덕분에 피시를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갖게 된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들어내는 획일적 문화와 발전속도에 사람들이 맞춰 살아야 하는 데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리눅스의 존재가 더욱 소중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목표는 베타판 사용자들의 평가를 종합해 예정된 기일에 정식버전을 내놓는 것이다. 다음판에 대한 대비도 포함된다. 다음판에는 좀더 앨릭스다운 기술이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아직은 일반인들이 활용하기에 어려운 점도 있고 한글화가 더딘 부분도 있다.

나모웹에디터와 바이러스백신 v3 등을 리눅스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윈도와 비교할 때 응용 소프트웨어가 적은 것이 치명적 결점이기 때문이다.

휴렛패커드와 피엘엠컨설팅 연구소장에 있을 때 그는 정통 유닉스 개발자였다. 앨릭스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리눅스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두진 않았다. 하지만 이젠 자타가 공인하는 리눅스매니아가 돼 버렸다.

그는 말주변이 없다. 주위에서는 `백면서생’이라고 부른다. 백면서생 엔지니어, 어눌함과 냉철함.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단어에 야전대장은 자신을 열어 놓고 있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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