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전 1953년 7월 27일 마침내 남북 간의 전쟁은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2000년 7월 27일 오늘, 그 전쟁에서 민간인 학살로 고통받은 유족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응어리를 안고 있다.

27일 11시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국전쟁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범국민위원회'(준)(위원장:강정구(동국대교수))는 “국방부 조성태 장관이 한국전쟁 중 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재조사를 통해 무고한 희생자의 원한을 풀어준다는 취지로 기획된 ‘해원(解寃) 사업’ 추진과정에서 사건의 진상을 축소하려 했다”며 “군의 최고 책임자인 국방부 장관이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해 ‘군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단언한 점은 절대로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7월 24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성태 국방부 장관은 ‘해원(解寃)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군의 최대 양보 선은 양비론이다’,’ 참전자의 증언을 청취, 사실여부를 확인하되 주민과의 접촉은 안되며 현지조사는 뇌관을 건드리고 불난 곳에 기름 붓는 격이니 안하는 게 좋겠다’. ‘군이 잘못한 점이 있다면 인정하되 이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인정하라’는 내용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한국전쟁 50주년을 맞아 추진해온‘해원(解寃)사업’은 한국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죽어간 민간인들의 원한을 풀어주자는 의미에서 전쟁당시 우리 군과 미군의 오폭사건 등으로 인한 양민피해 사건들을 재조사해 진상을 밝히고 대국민의 화합을 이루자는 취지로 기획된 사업이다.

해원사업의 조사대상에 포함된 사건은 모두 10건으로 정부차원에서 쟁점화된 사건으로는 거창,산청,함양사건 등과 제주도 4.3사건 그리고 문경,함평 사건 등이 포함됐고 지방의회 등이 진상을 규명한 사건에는 영동,나주 사건이 포함됐다. 이 밖에 남원,임실,고창,순창사건이 진상규명요구 가능성이 높은 사건으로 분류돼 있다.

이 자리에서 강정구 교수는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남북화해가 이야기 되는 이 시대에 군은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제대로 조사하고 정리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은 채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하다”며 “자료 공개와 진상규명을 통해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협의회(준) 대표 채의진씨는 “국방부는 미군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한 채 전쟁 당시 작전일지 공개를 거부하면서 ‘자료 없음’이란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한국전쟁 전후 발생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없이 비극적인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민간인희생자 유족회 관계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혜원사업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학계와 민간단체, 유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특위’ 구성△민간인 학살사건 축소,은폐를 지시한 조성태 국방부장관 해임△국방부의 민간인 학살과 관련된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오마이뉴스/박수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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