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두 번째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미국 경제의 성적표를 점검하기에 좋은 시점이다. 현재 경제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보기에 앞서 선거 이전의 경제 상황을 간단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경제적 재앙을 끊임없이 떠들어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모든 주요 경제 지표를 살펴보면 선거 직전 미국 경제는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실업률은 4.0% 안팎을 유지했고, 명목임금은 연간 약 4.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세도 크게 둔화해 2024년 10월 전년 동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2.6%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실질임금은 약 1.5% 증가했다. 당시에는 물가 상승률이 계속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대부분의 전망에서는 2025년 말까지 물가 상승률이 연방준비제도의 목표치인 2.0%에 매우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크게 늘었고, 2024년 말에도 그 비율은 20%에 가까웠다. 재택근무자들은 출퇴근에 쓰던 시간을 연간 수백 시간씩 절약하고, 교통비 등 출퇴근 관련 비용도 매년 수천 달러씩 아낄 수 있었다. 공장 건설 투자도 전례 없이 급증해 2024년 실질 지출액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두 배를 넘었다.
2024년 경제성장률은 2.5%였으며, 이후에도 당분간 2.0%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를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The Envy of the World)’라고 평가하는 유명한 표지 기사를 실었다.

트럼프 집권 이후: 어두워지는 경제 전망
트럼프가 집권한 이후 사실상 예외 없이 모든 경제 지표가 악화했다. 물가 상승률은 높아졌고 명목임금 증가율은 둔화했다. 공장 건설 투자는 급감했다. 트럼프가 경제 실패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여기는 무역적자도 급증했다. 금리가 상승했고, 미국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서 세계 다른 나라들에 크게 뒤처졌다. 중국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은 미국의 전체 에너지 생산량을 넘어섰다. 건강보험을 잃은 사람이 늘어났고, 보험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보험료와 의료비가 급등하는 부담을 겪고 있다.
미국 경제는 AI 거품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 됐다. AI 이외 분야에 대한 투자가 대부분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대규모 이민자 추방으로 일자리 증가세마저 사실상 멈추면서 소비 증가도 거의 전적으로 주가 상승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주가 상승을 이끄는 동력 역시 거의 전적으로 AI 관련 주식이다.
이처럼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가 취임하기도 전이었다. 선거 직후부터 자동차와 텔레비전 같은 내구재 수입이 급증했다. 소비자와 기업들이 트럼프가 예고한 관세 부과에 앞서 물건을 미리 사들이려 했기 때문이다. 2023년과 2024년 내내 하락하던 내구재 가격은 2025년 초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4월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자 가격은 더욱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당초 예상했던 2.0%까지 떨어지지 않았고, 2025년 9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3.0%까지 오른 뒤 연말에는 2.7%를 기록했다.
트럼프 취임 직후 고용 증가세도 급격히 둔화했다. 바이든 행정부 마지막 해에는 매달 평균 10만 3,000개의 일자리가 늘었지만, 트럼프 집권 첫해에는 월평균 증가 규모가 2만 7,000개에 그쳤다. 정부효율부(DOGE)가 연방정부 직원을 대규모로 감축한 것도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연방정부 고용을 제외하더라도 월평균 일자리 증가 규모는 10만 개에서 5만 3,000개로 줄었다. 고용 증가세가 둔화한 주요 원인은 순이민자 유입을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린 대규모 이민자 추방 정책과 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극심한 불확실성을 초래한 관세 정책이었다.
노동시장이 약해지면서 임금 상승세도 크게 둔화했다. 실업률은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노동자들이 직장을 옮기는 사례는 크게 줄었다. 이직이 임금 상승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직 감소는 임금 상승률 둔화로 이어졌다. 2024년 4.0%를 웃돌던 명목임금 증가율은 최근 통계에서 3.0%까지 떨어졌다. 반면 물가 상승률은 3.5%로 높아져 실질임금은 하락하고 있다.
임금 상승 없는 경제성장
일자리 증가율이 연간 약 0.2%에 불과할 정도로 둔화하고 실질임금까지 하락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지출이 소비 증가를 이끌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소비가 여전히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는 이유는 분명 주식시장의 상승세에 있다. 지난 3년 동안 주식시장은 80% 넘게 상승했고, 그 결과 주식 자산의 가치가 약 40조 달러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자산 증가가 소비에 미치는 부의 효과는 자산이 1달러 늘어날 때 소비가 약 3센트 증가하는 수준으로 추정한다. 이를 적용하면 지난 3년간 주식 자산의 가치 상승으로 연간 소비가 약 1조 2,000억 달러 증가한 셈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러한 주가 상승은 압도적으로 AI가 주도했다. 지난 3년 동안 AI 관련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AI가 소비 증가를 이끌었다면 투자에 미친 영향은 그보다 훨씬 컸다. 데이터센터를 제외한 건축물 투자는 2024년 4분기 이후 거의 10% 감소했다. 정보처리 장비를 제외한 설비투자는 트럼프 집권 이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2024년 이후 지식재산생산물 투자 증가분의 80% 이상도 AI 관련 투자에서 나왔다. 한마디로 트럼프 집권기의 투자 증가를 설명하는 핵심 요인은 AI다.
아이러니하게도 AI 투자 급증은 무역적자를 크게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대규모 무역적자가 문제가 될 수는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초 무역적자가 급증하면서 제조업 일자리 수백만 개가 사라졌다. 그러나 트럼프가 취임할 당시 무역적자는 GDP의 약 3% 수준까지 낮아져 있었다. 이는 장기적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관세 부과를 앞두고 기업들이 수입을 앞당기면서 2025년 1분기 무역적자가 급증했다. 하지만 관세가 실제로 시행된 이후에는 적자 규모가 다시 2024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컴퓨터 반도체와 기타 AI 관련 제품의 수입이 급증하면서 무역적자가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 8월에는 무역적자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무역적자는 GDP의 4%를 넘을 것이다.
재정적자, 금리, 주택시장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여러 차례 재정수지의 균형을 달성하거나 심지어 국가부채를 모두 갚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트럼프 집권 이후 재정적자는 2025회계연도 1조 7,750억 달러에서 2026회계연도 1조 9,930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러한 적자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법인세 수입 감소와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액 증가였다. 재정적자가 GDP의 6.0%를 넘어서면서 전쟁이나 경기침체가 발생하지 않은 시기로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감세에 따른 재정 부담을 일부 상쇄할 만큼 지출을 삭감한 것도 사실이다. 전체 예산에서 이러한 지출 삭감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단기적으로 이미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훨씬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메디케이드(Medicaid)와 건강보험개혁법(ACA)에 따른 보험거래소 지원을 삭감하면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이 늘었다. 무보험자는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약 100만 명 증가했으며, 2026년 이후에는 훨씬 더 많이 늘어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아프리카 에이즈(AIDS) 대응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 결정도 앞으로 수년 동안 예방할 수 있었던 수백만 명의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립보건원(NIH)과 다른 연방 연구지원 사업에 대한 예산 삭감이 가장 큰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예산 삭감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뿐 아니라 연구비 지원 대상을 자의적으로 제한하고 정치적 기준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행태, 주요 연구중심대학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으로 이미 많은 최상위 연구자가 다른 나라로 떠났다. 그 결과 원래 미국이 거둘 수 있었던 혁신의 성과를 다른 나라들이 가장 크게 누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살펴봤듯이 재정적자가 증가한 원인 중 하나는 금리 상승이다. 그러나 재정적자 자체가 금리 상승의 주된 원인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 수요가 훨씬 중요한 요인이다. 어느 쪽이든 트럼프 집권 이후 장기금리가 크게 상승한 것은 분명하다. 2024년 9월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한때 3.6%까지 하락했고, 당시에는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 이후 방향을 바꿔 현재는 거의 5.3%에 이르렀다.
높은 금리는 주택 건설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주택 착공 규모는 연평균 135만 채 수준에 머물렀다. 주택가격을 눈에 띄게 낮추려면 연간 약 160만~170만 채의 주택을 건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기 전인 2022년에는 연간 주택 착공 규모가 170만 채를 훌쩍 넘었다.
미국 경제의 미래는 AI 거품의 미래에 달려 있다
결국 트럼프 집권기의 미국 경제는 AI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에 대한 열광적인 전망을 믿는다면, 우리는 곧 생산성이 놀라운 속도로 향상하면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유해지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생산성 증가율은 높게 평가하더라도 기존의 장기 추세를 따르는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은 마치 AI가 이처럼 엄청난 경제적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가정 아래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주가는 엄청나게 상승했다. 여기에는 세후 기업이익 증가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던 소득의 일부가 기업이익으로 옮겨갔고 법인세도 인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주가수익비율(PER)의 상승이었다. 주식시장 전체의 평균 주가수익비율은 과거 닷컴 거품 당시 기록했던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
AI 열광론자들이 약속한 대규모 생산성 향상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은 거의 확실하게 폭락할 것이며, 심각한 경기침체도 사실상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AI가 약속한 만큼의 경제적 성과를 실제로 가져온다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다. 물론 AI 업계의 거물들이 그 돈을 모두 독차지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에서 말이다.
[출처] The Trump Economy: AI Bubble and Beyond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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