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돌봄의 날을 앞두고 돌봄노동자들이 정부에 공공돌봄 확대와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국공립 장기요양기관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돌봄노동자들은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자들은 공공돌봄 공급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처우개선 예산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9일 유엔이 정한 ‘국제 돌봄과 지원의 날’을 앞두고, 26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노인생활지원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돌봄 현장의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김흥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한국사회 돌봄은 공공이 아니라 시장에 맡겨져 있고, 제도가 아니라 노동자의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전국 장기요양기관 2만 8,868곳 가운데 국공립 설립 기관은 256곳으로 전체의 0.9%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130곳은 서울에 집중돼 지역 간 불균형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김흥수 부위원장은 지난 3월 시행된 지역사회 통합돌봄제도 역시 공공 인프라와 예산, 인력 확보 계획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회서비스원과 보건소의 역할을 강화하고 공공돌봄시설 비중을 최소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돌봄제도의 문제와 열악한 노동조건을 잇달아 증언했다.

박대진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원지부장은 정부가 정하는 장애인활동지원 수가가 노동자의 임금과 처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수가 현실화를 요구했다. 박대진 지부장은 “수가를 현실화하지 않고서는 처우개선도 없다”며 장애인 당사자와 노동자가 참여하는 수가결정위원회를 신설하고, 인건비와 운영비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현혜 의료연대본부 요양지부 시립중랑노인전문요양원분회장은 돌봄노동자들이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과중한 업무, 부족한 휴게시간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돌보는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좋은 돌봄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며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 강화를 요구했다.

박미진 사회복지지부 부지부장은 사회복지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하면서 정부와 시설이 노동자의 처우개선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미진 부지부장에 따르면 2026년 사회복지사 1호봉의 연간 보수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 9급 1호봉의 77% 수준으로, 연간 약 821만 원의 격차가 발생한다. 그는 사회복지사 등 처우개선위원회에 노동조합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수당 차별과 인력 부족, 휴식권 침해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년째 노인맞춤돌봄서비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유승현 노인생활지원사분회장은 폭염과 혹한 속에서 어르신의 집을 방문하면서도 화장실조차 자유롭게 이용하기 어려운 노동환경을 전했다. 폭언과 성희롱·성추행에 대한 보호 대책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승현 분회장은 “우리가 어르신을 돌보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우리를 돌봐줄 차례”라며 돌봄노동자의 건강권과 인권 보장을 촉구했다.

오대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해산을 공공돌봄 후퇴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했다. 그는 “돌봄을 돈벌이 수단이나 시장의 논리로만 재단한 결과, 수백 명의 돌봄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났다”며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재설립과 사회서비스원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돌봄노동자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1천여 명의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하고, 정부와의 직접 교섭을 촉구했다. 이어 국회 정문 앞에서 돌봄노동자 처우개선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진행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오는 29일 국제 돌봄의 날을 맞아 돌봄노동자 처우개선 예산 확보와 공공돌봄 확대를 요구하는 결의대회 등 후속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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