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테일러(Taylor)—테일러의 카운티 로드 401번 도로 인근 농촌 지역에서는 붉은색 탈곡기가 들판을 가로지르며 지나간 자리에 잘려 나간 작물 줄기를 군데군데 남긴다. 농부들은 내년 수확을 위해 씨앗을 뿌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곳에서 5마일(약 8km)도 떨어지지 않은 노스 메인 스트리트(North Main Street)에서는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골동품 가게들이 문을 연다. 주민과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목화밭으로 유명했던 19세기 철도도시 테일러의 옛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인구 약 1만 7,000명의 전형적인 미국 농촌 소도시에서 하루가 시작되었다. 적어도 언뜻 보기에는 그렇게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곳으로 이주해 집을 마련한 많은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목가적인 풍경에 매료되었다. 세라 메디나(Sarah Medina)와 그의 가족도 그중 하나다. 테일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텍사스주의 주도 오스틴에서 북동쪽으로 약 35마일(56km) 떨어진 곳에 있다.

“우리는 어느 정도 넓은 땅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오스틴 외곽의 여러 지역을 알아봤다.” 5년 반 전 남편과 함께 테일러 남부에 땅을 구입한 38세의 세라 메디나(Sarah Medina)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스틴에 본사를 둔 호텔·외식업체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테일러는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분위기도 멋진 곳처럼 보였다. 예술과 관련된 재미있는 활동도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격이 적당한 땅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것이 이곳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메디나와 남편 테이트 그린(Tate Green)은 약 1에이커(약 4,000㎡)의 땅에 텃밭을 가꾸고 돼지, 닭, 뿔닭, 염소, 거위 등을 키웠다. 그린은 테일러에서 남쪽으로 약 10마일(16km) 떨어진 쿠플랜드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진로·기술교육 교사로 일하고 있다. 부부는 이곳을 평생 살아갈 보금자리로 만들었다. 두 자녀를 키우고, 각자의 일을 계속하다가, 언젠가는 이곳에서 은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부부가 꿈꾸던 삶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2022년 삼성전자가 이들의 집에서 약 1마일(1.6km) 떨어진 곳에 반도체 공장을 착공하면서부터다. 삼성전자는 약 1,200에이커(약 486만㎡)에 달하는 광대한 부지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메디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작은 마을 특유의 분위기와 주민들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을 원했다. 적당한 가격에 땅을 구입해 농사도 조금 짓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 첨단기술 산업시설과 가까이 살려고 이곳으로 이사한 것이 아니다. 그런 시설은 이 지역의 매력과 아무 관계가 없다.”

이제 농부들이 밭을 일구던 그 시골 도로는 삼성전자 공사 현장으로 향하는 배송 트럭과 레미콘 차량, 건축자재를 실은 대형 평판 트럭들로 막히기 일쑤다. 평평하게 펼쳐진 들판에는 건설장비가 내는 경고음이 울려 퍼진다. 공사 현장에서 2마일(약 3.2km)도 떨어지지 않은 테일러 고등학교와 그 주변에 새로 들어선 주택에서도 공사 현장이 보이고 소음이 들린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진출은 테일러가 작은 농촌 마을에서 거대 첨단기술 산업의 거점으로 변모하는 과정의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테일러시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철로 남쪽에 데이터센터 3곳을 건설하는 개발계획을 승인했다. 주민들은 이러한 시설들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고 있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세 데이터센터가 모두 가동될 경우 전력 수요는 합계 1.42기가와트(GW)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텍사스주 약 95만 가구에 1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오스틴시 전체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텍사스주에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했다. <텍사스 트리뷴>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텍사스주에서 운영 중이거나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데이터센터는 약 600곳에 달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이 마무리될 무렵인 올해 말에는 테일러에서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 3곳 가운데 첫 번째인 블루프린트 프로젝트(Blueprint Projects)의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 시설은 약 13만 5,000제곱피트(약 1만 2,500㎡) 규모로, 데이터 저장과 AI 연산을 위한 복합시설이다. 완공 후 최대 용량으로 가동하면 60메가와트(MW)의 전력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동시에 린데(Linde PLC)는 삼성전자 공장 부지에 2억 7,100만 달러를 투자해 공기분리장치와 반도체 제조용 산업가스 생산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첫 번째 공장 옆에 두 번째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말까지 두 번째 공장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테일러시는 2024년 블루프린트 프로젝트 데이터센터에 대한 초기 승인을 내렸다. 시 당국이 온라인에 이 사업과 관련된 정보를 처음 공개하기 시작했을 때, 39세의 그래픽 디자이너 사미아 브랜드(Samia Brand)를 비롯한 주민들은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물을 어디에서 조달할 것인지, 개발을 막으려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등을 물었다. 하지만 브랜드는 시 당국의 불분명한 답변 때문에 행정기관에 대한 신뢰가 오히려 약해졌다고 말했다.

사업계획 발표 직전에 테일러로 이주한 브랜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잠깐 의견을 주고받을 때도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시에서는 이미 게시물에 올라와 있는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 넣었다. 그래서 ‘내가 물어본 건 그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로 답변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몇 번이나 다시 질문한 뒤에야 겨우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올해 3월 테일러시는 KDC 프로젝트 코멀(KDC Project Comal)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5억 달러를 투자해 360메가와트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건설 예정지는 삼성전자 공장 인근이지만, 실제 개발을 진행하려면 먼저 해당 부지의 용도지역을 변경해야 한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의 도심 전경. 출처: 테일러시

이후 10월 8일, 테일러시는 세 번째 데이터센터 사업의 공동 개발업체인 빅 와트 디지털(Big Watt Digital)과 파워하우스 데이터센터(PowerHouse Data Centers)가 추진하는 개발협약을 승인했다. 이 사업은 당초 프로젝트 머스탱(Project Mustang)으로 불렸으나, 현재는 테일러 테크놀로지 캠퍼스(Taylor Technology Campus)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다. 테일러 시의회는 664에이커(약 269만㎡)에 달하는 사업 부지를 시 행정구역으로 편입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테일러시는 해당 부지의 개발 규제와 건설에 대한 관할권을 확보했으며, 개발업체들도 2027년부터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두 회사는 앞서 해당 부지를 시 행정구역에 편입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시의회가 지난 8월 중순 데이터센터 관련 논의를 모두 90일간 보류하기로 결정하자, 2주 뒤 편입 신청을 철회했다.

사미아 브랜드(Samia Brand)의 남편인 제임스 브랜드(James Brand)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우리가 상상했던 모습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미 거대한 삼성전자 공장이 들어선 상황에서 추가로 데이터센터 건설까지 추진되자 주민들은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 운동은 현재 ‘홀트 테일러(HALT Taylor)’라는 주민 연대체로 발전했다.

토지 양도 증서와 데이터센터

브랜드 부부의 집은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부지들에서 몇 마일 떨어져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건강과 안전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파멜라 그리핀(Pamela Griffin)과 같은 다른 주민들에게는 위협이 훨씬 더 가까이 다가와 있다. 올해 58세인 그리핀은 테일러에서 태어나 자랐다. 학습센터 소장으로 일하다 은퇴한 그는 현재 1번가와 2번가, 로열 스트리트 일대에 있는 어린 시절 살던 집을 최근 다시 지어 거주하고 있다. 그의 집은 블루프린트 프로젝트 데이터센터 부지에서 불과 0.5마일(약 800m)도 떨어져 있지 않다.

그리핀은 지난해 집 현관문에 붙어 있던 전단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데이터센터 건설계획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전단지에는 그의 집 뒤쪽에서 수백 피트 떨어진 넓은 공터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라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그리핀은 “우리는 데이터센터가 무엇인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우리 중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는 그때부터 해당 토지의 역사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1968년 미국에서는 공정주택법이 통과되었다. 이 법은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대하고 주택 관련 금융을 이용할 때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 국가를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그리핀의 가족을 비롯한 많은 유색인종 가정이 이 지역에서 토지를 구입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핀에 따르면 당시 테일러에서 유색인종이 토지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이 동네뿐이었다.

그리핀의 아버지는 가족이 살던 집 뒤편에 있는 공터도 구입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전까지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었던 가장 가까운 시립공원은 패니 로빈슨 공원이었다. 1955년에 문을 연 이 공원은 테일러에서 유색인종에게 처음으로 개방된 휴식·여가 공간이었다. 하지만 원래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곳에 공원을 조성한 탓에 이곳에서 놀던 아이들이 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그리핀의 아버지가 구입한 공터는 개발되지 않은 87에이커(약 35만㎡)의 토지와 맞닿아 있었다. 이 땅은 19세기 테일러에서 명망 높은 사업가이자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하워드 블랜드 시니어(Howard Bland, Sr.)의 후손들이 소유하고 있었다. 그리핀과 형제자매들은 야구를 하다가 공이 블랜드 가문의 땅으로 넘어가면 종종 그곳까지 뛰어가 공을 찾곤 했다. 그리핀에 따르면 블랜드 가문 사람들은 당시 그의 아버지와 지역 주민들에게 미래 세대를 위해 이 녹지를 보존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핀은 블루프린트 프로젝트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블랜드 가문이 토지를 보존하겠다고 했던 약속이 단순히 지나가는 말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99년 하워드 블랜드 시니어(Howard Bland, Sr.)의 후손들은 해당 토지를 단돈 10달러에 텍사스 공원·레크리에이션 재단에 매각했다. 당시 토지 양도 증서에는 양수인이 지켜야 할 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다. “윌리엄슨 카운티가 향후 공원 부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신탁 형태로 보유한다.”

그리핀은 블랜드 가문 사람들이 “우리 아버지와 지역 주민들에게” 이 땅을 지역사회를 위한 공원 부지로 기부하겠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블랜드 가문은 실제로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시 당국은 우리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3년 윌리엄슨 카운티 공원재단은 이 땅을 10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재단은 토지를 보유한 지 한 달 남짓 만에 같은 가격인 10달러에 테일러시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토지 양도 증서에 따르면, 그로부터 5년 뒤인 2008년 테일러시는 87에이커(약 35만㎡)의 해당 토지를 테일러 경제개발공사(EDC)에 매각했다. 그 대가로 시는 1만 5,000달러와 별도의 토지 39에이커(약 15만 8,000㎡)를 받았다. 이 39에이커 가운데 16에이커(약 6만 5,000㎡)는 나중에 데이터센터 부지와 가장 가까운 주거지역 사이에 완충지대를 조성할 예정인 땅이었다.

경제개발공사는 이후 2025년 4월까지 해당 토지를 보유했다. 그리고 그해 4월 블루프린트 프로젝트 데이터센터의 모회사인 NCP 트래비스 TPP 프로젝트(NCP Travis TPP Project, LLC)에 이 땅을 1,000만 달러에 매각했다.

이 회사는 취재진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문제는 최초 매각 이후 작성된 모든 토지 소유권 이전 증서에서 해당 토지를 공원 부지로 ‘신탁 보유’해야 한다는 원래 조항이 빠졌다는 점이다.

테일러시는 주법에 따라 개발 부지에서 200피트(약 61m) 이내에 있는 건물과 주택의 주민들에게 건설계획을 통지했다. 하지만 경제개발공사가 토지를 매입할 때 함께 넘겨받은 16에이커의 완충지대가 데이터센터 예정지와 그리핀이 거주하는 동네 사이에 놓여 있었다. 그 결과 시 당국이 공개한 지도에 따르면, 해당 지역 주민 중 데이터센터 건설계획에 관한 통지를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테일러시는 사업 관련 웹사이트에서 최초 토지 양도 증서에 해당 부지를 향후 공원 용도로 남겨두겠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시 당국은 이것이 토지의 용도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조항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조항의 법적 효력을 둘러싼 해석의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핀과 다른 주민 4명은 2025년 8월 해당 토지를 부당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2025년 10월 윌리엄슨 카운티 제395지방법원의 라이언 D. 라슨 판사는 소송을 기각했다. 원고들이 해당 토지의 소유자가 아니며, 토지 양도 증서의 조항을 법적으로 집행하도록 요구할 직접적인 원고적격도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판사는 토지 양도 증서 자체의 법적 효력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같은 주에 항소했으며, 현재 후속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핀의 변호사인 크리스 오즈번(Chris Osborn)은 텍사스주 법률에 따르면 특정 용도로 사용하도록 토지를 신탁한 최초 토지 소유자들은 그리핀과 다른 원고들과 법적 지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최초 소유자들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법원에서 토지 사용 조건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핀에 따르면 블랜드 가문은 현재 가능한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데이터센터 반대운동을 지지하고 있다.

그리핀은 블랜드 가문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분들도 이제 젊지 않다. 남은 생애를 평온하게 보내고 싶어 한다. 누군가와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 이런 싸움은 힘든 일이다. 나 자신에게도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블루프린트 프로젝트에 맞선 주민들의 투쟁

2026년 2월 말, 수십 명의 주민이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테일러 시의회에 주민투표 안건을 상정하도록 요구하는 청원서를 마련하고 서명을 모았다. 주민들이 요구한 것은 시 당국이 디지털 기반시설의 건설과 규제를 위한 새로운 용도지역 분류체계를 마련할 때까지 모든 데이터센터 개발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모라토리엄)를 시행하는 것이었다. 이 조치는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암호화폐 채굴시설과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에도 적용될 예정이었다.

홀트 테일러 연대체는 130일 동안 주민 1,400명의 서명을 모은 뒤 6월 11일 청원서를 시의회에 제출했다. 시의원들은 6월 25일 비공개 회의에서 이 청원서를 논의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2주 뒤 청원 안건은 승인을 받기 위해 시의회에 상정되었다.

그런데 회의가 시작된 지 정확히 15분이 지났을 때, 주민들이 해당 안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발표하기도 전에 시 당국은 페이스북에 결정 사항을 게시했다. 시의회 회의장에 참석한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조치였다. 시 당국은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주민들이 요구한 조치를 투표 안건에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주법은 시 당국이 주민투표를 통해 용도지역을 지정하거나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출처: HALT Taylor Data Centers 페이스북

대신 테일러시는 6월 30일 발표했던 기존 계획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토지개발 조례를 개정해 디지털 기반시설의 건설과 규제에 관한 요건을 새롭게 포함한다는 계획이었다. 시 당국은 새로운 규제 요건을 조례로 확정하기 전에 시민들에게 디지털 기반시설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현재 시의 일정에 따르면 개정 조례는 2027년에 최종 승인될 예정이다. 하지만 주법에 따라 새로 마련하는 규정은 이미 승인을 받은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테일러시 대변인 제로드 킹거리(Jerrod Kingery)는 지난 9월 이메일로 보낸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데이터센터가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막고, 지역사회의 환경을 장기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영구적인 규제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시적인 개발 중단 조치를 시행하려면 몇 달이 걸리지만, 우리가 제안한 규제는 이르면 다음 달에 도입할 수 있다. 또한 향후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개발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시 당국은 다음 날 사과문을 발표했다. 시는 “부적절한 시점에 온라인으로 결정을 발표한 것”에 대해 사과하면서, 시의회 의원들도 “당시 해당 발표가 게시될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개발 문제가 이미 테일러의 주요 공론장을 장악하고 있었다면,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는 이 문제가 더욱 큰 논란으로 번졌다. 9월 17일 텍사스주 법무장관 켄 팩스턴(Ken Paxton)이 조사 착수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은 과거 블랜드 가문이 소유했던 토지에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이었다. 특히 최초 토지 양도 증서에 명시된 공원 용도 조항을 고려할 때 해당 부지에서 건설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팩스턴은 공원 용도 조항이 토지 양도 증서에 따른 법적 제한에 해당한다고 확인되면, 주정부가 그 제한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인 팩스턴은 당시 민주당 후보 제임스 탈라리코(James Talarico)와 치열한 상원 선거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팩스턴은 여러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었으며, 과거 데이터센터 개발을 지지했던 이력이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었다.

킹거리 대변인은 테일러시가 팩스턴 법무장관이 진행하는 조사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조사에 협조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 당국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평을 거부했다.

9월 24일 그리핀은 테일러 주민이자 반대운동 연대체 회원인 캐리 디애나(Carrie D’Anna)와 함께 오스틴을 방문했다. 이들은 텍사스주 법무장관실에 청원서를 제출하고,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모든 개발사업을 중단하도록 법원이 금지명령을 내려 달라고 주정부에 요청했다.

디애나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누구의 잘못인지,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 당시 시장이 누구였고 누가 땅을 넘겨줬는지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지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 지역사회가 자신의 권리를 빼앗길 위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돈을 얻으려고 싸우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 유지해 온 삶의 터전을 그대로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을 뿐이다.”

테일러의 환경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테일러에서 건설을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3곳 모두 주민들에게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거지역과 가까운 데다 환경에 미칠 영향도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메디나는 전례 없는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주민들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네시주에서는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에 허가받지 않은 가스터빈을 설치해 오염물질을 배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리건주에서는 식수로 사용하는 수백 개의 우물이 오염된 사례를 언론이 보도했다.

디애나(D’Anna)는 데이터센터 개발계획이 발표된 것만으로도 테일러의 부동산 가치가 이미 타격을 받았으며, 실제 공사가 시작되면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게 되면 집주인들이 집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기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테일러시가 논의 중인 디지털 기반시설 관련 토지 용도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허용 기준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50데시벨(dB)이다. 이는 냉장고가 지속적으로 작동할 때 나는 소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야간에는 허용 소음 기준을 45데시벨로 낮추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 역시 이미 승인을 받은 데이터센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핀은 블루프린트 프로젝트 부지와 바로 맞닿은 주거지역의 경우, 데이터센터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기계 소음이 주민들의 건강과 일상적인 활동, 수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KDC 프로젝트 코멀, 테일러 테크놀로지 캠퍼스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부지는 모두 오랫동안 농업에 활용해 온 초원지대다. 주민들은 이곳의 넓은 농지에서 옥수수와 목화, 수수 등을 재배하고 가축을 길러 왔다. 주택 소유자들은 이들 사업 부지 주변의 농지를 여전히 소유하고 있지만, 산업시설에서 흘러나오는 오염수나 각종 오염물질이 농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고 있다.

메디나는 가족이 기르는 가축의 수를 이미 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부는 여전히 ‘리틀 도 데어리(Little Doe Dairy)’라는 소규모 부업을 운영하며 염소에서 얻은 부산물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메디나는 데이터센터의 소음이 이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구에 따르면 동물들은 40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이동 경로나 짝짓기 행동 등에 교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데이터센터 예정 부지가 애초에 이러한 시설을 건설하기에 적합한 땅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블루프린트 프로젝트 부지에는 머스탱 크리크 지류라는 하천이 흐른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홍수 위험 지도에서 이 일대를 홍수 위험지역으로 표시하고 있다.

2015년 테일러에서는 갑작스러운 홍수로 주택 280채가 피해를 입었다. 당시 피해를 본 주민 가운데 상당수가 그리핀이 사는 동네에 거주하고 있었다. 많은 주민이 홍수 피해를 복구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일부는 여전히 새로운 산업시설 건설로 인해 돌발 홍수가 다시 발생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그리핀은 이렇게 말했다. “테일러는 지형이 움푹 들어간 저지대에 있다. 그래서 온갖 오염물질이 이 지역으로 흘러들게 될 것이다. 우리는 병에 걸릴 것이다. 정말로 아프게 될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때 가서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는다. 우리는 벌써 병에 걸린 뒤일 테니까.”

테일러에서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하지만 그리핀은 주민들이 아직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블루프린트 프로젝트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블랜드 가문이 매각했던 빈 땅 맞은편에는 주민들의 집들이 늘어서 있다. 그 집들의 앞마당에는 커다란 빨간색 ‘X’ 표시와 함께 “우리 동네에 데이터센터는 안 된다(No data center in our neighborhood)”라는 문구를 적은 흰색 팻말들이 세워져 있다. 그리핀에게 이 팻말들은 수십 년 전 블랜드 가문이 미래 세대를 위해 지역사회에 했던 약속을 떠올리게 한다.

[출처] Rural Charms Drew Residents to Taylor, Texas. Then Came the Data Centers.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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