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젊은 노무사의 현장 일기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사무실에 있다보면 종종 지나가다 상담하러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 중 다수는 정말 아는 사람도 하나도 없어 도움받을 데가 없는 사람들이다. 영세업체인데다가 노조도 없는… 그래서 아무런 소개없이 지나가다 노동상담이란 간판을 보고 들어오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이런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대부분이 큰 사건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내용 중에서도 노동부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이라든지 임금체불액이 상당하다든지 뭐 그런게 아니란 얘기다. 그러나 당사자들에게는 매우 억울하고 큰 일임에는 분명하다. 단돈 몇십만원이라도 힘들게 일한 대가로 정당하게 받아야 할 돈을 이유없이 못 받는다는 것은 그냥 넘어가기 힘들만큼 억울한 일이며 또 그 돈의 액수도 당사자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큰 돈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일의 처리에 있어서는, 적은 액수의 임금체불이 설사 접수된다 하더라도 사업주가 안주고 버티는 경우가 허다하고 기타 수당계산이라든지, 해고예고수당이라든지 뭔가 법적으로 따질 여지가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받기 어렵다는대답을 듣기 쉽다. (물론 많은 감독관들이 소신을 가지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으므로 일부 소수의 감독관들의 경우라고 이해해주길 부탁드린다. 그러나 소수라 하더라도 당하는 사람에게는 큰일인 것…)

그래서 이런 사람들 대부분이 ‘노동부’를 ‘노동자를 위해주는 부’로 알고 있다가 노동부에서 상담을 하고 와서는 ‘노동자를 위해야 하는 부가 이럴 수 있냐’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분들이 생각하기에는 너무 억울하고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감독관이 법적으로 뭐라고 하니 잘 몰라서 따지기도 어렵고 다시 확인하고 싶기도하고 해서 노무사 사무실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작은 사건들을 다루거나 아니면 노조가 뭔가 회사를 상대로 노동부에 진정을 할 때면 늘 느끼는 것인데 노동부에서는 노동자나 노조를 일꺼리를 만드는 사람으로 보는 것 같다. 노동자나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감독관 일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므로 1인당 수십건씩 사건을 가지고 격무에 시달리는 감독관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문제를 정확히 파헤쳐 해결하기보다는 가능하면 그냥 묻어두고 넘어가려고 하고 어떻게든 당사자가 그냥 합의하기를 바라고 뭔가 문제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분명히 문제가 있음에도… 그러므로 항상 피해보는 쪽은 노동자이다.

이렇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노동법 중 일부내용은 광범위하게, 아주 당연하게, 노동부에서도 공공연히 묵인하며 관행적으로 지켜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해고시 30일전 예고를 해야한다거나 취업규칙의 내용을 주지시켜야 한다는 조항, 연장근로와 같이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 또는 근로시간도 어느정도 봐줄 수 있는 정도이면 문제삼지 않는 경향이 있다. 즉 사안이 별로 중차대하지 않고 현장의 관행상 어느정도 묵인되고 있는 것 또는 법적 기준에 가깝게 어느정도 근로조건을 보장해주고 있는 것 같으면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도 일일이 따지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독관들은 그런 것까지 문제삼는 노조나 노무사를 싫어한다. 골치아프니까… 사실 노동법의 적용은 날로 확대되어 가는데 감독관의 수는 그에 따라 늘어나지 않으므로 감독관이 실제로 사업장을 세세한 부분까지 감독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감독관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무조건 ‘요즘 정부 규모를 줄이는 추세인데 무슨…’ 한다. 결과적으로 피해보는 사람은 정말로 근로조건도 열악하고 노동법의 보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심지어 노무사 사무실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영세업체 미조직 노동자들이다. 임금체불은 또 왜그리 많은지 마치 안주고 버틸수만 있으면 무조건 안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처음 노무사 일을 시작하면서 나는 작은 사건도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아무데서도 도움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더욱더 나의 도움이 절실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점점 그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느낀다. 법적 해결이 더욱 어렵고 갑갑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경제적으로 거의 사무실에 보탬이 되지 않으므로 나 역시 전력을 기울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어찌해야 할까…

<이혜연/ 노무법인 길>

<노무법인 길>은 노동상담, 해고 산재 임금 등의 사건대리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 구제를 지원하고 노동법 관련 정책연구 및 노조 활동에 대한 법률적 지원으로 조금이나마 노동운동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젊은 노무사들의 모임입니다. 문의 02-37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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