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군축을 둘러싼 논란들

평화 군축은 한반도 통일의 제 1조건…더 넓은 평화로 나아가자

얼마전 열린 남북 국방장관 회담은 그 의미에도 불구하고 ‘평화 군축’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들이 나오지 않았다. 전쟁 위협 제거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합의가 있었을 뿐이다. 다만 경의선 북구를 위한 실무적인 사안으로 비무장지대 문제가 논의됐다.

왜 평화 군축을 말하지 않는가

남북 이산 가족 상봉과 6.15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 화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평화 군축’에 대한 말들이 나오지 않는 것은 왜 일까. 일차적으로는 군 문제는 가장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사안이라는 점을 들수 있다. 두 번째로는 지금의 남북 화해 분위기는 경제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에서 진행되는 것이지 군사와 국방을 아우르는 전면적인 화해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이 실질적으로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 경제와 문화적인 교류를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또한 경제난으로 더 이상 군비 경쟁을 할 수 없음에 따라 일정정도 군사적인 측면에서의 해결을 포기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진보 진영 또한 주한 미군 철수와 국가 보안법 철폐를 주된 과제로 삼고 있을 뿐 아직은 ‘평화 군축’에 대한 목소리는 아직 높지 않다.

냉혹한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시절 ‘군축’은 바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거나 통일이 완수되었을 때만 생각할 수 있는 주제였다. 하지만 더 이상 ‘평화 군축’에 대해 목소리를 낮출 수는 없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적으로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제거된 상황에서 빨리 ‘평화 군축’을 준비해 평화 통일로 가는 길을 마련하자는것이다.

민주 노동당은 북한과의 경협에 초점을 맞춘 지금의 통일 정세에 대항해 ‘평화 군축’ 운동을 전면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다. 이미 평화 군축에 관한 사업 계획이 통과돼 국방 예산 삭감과 군복무 기간 단축 등의 내용으로 캠페인을 전개할 준비에 들어갔다. 또한 오랫동안 평화 군축을 주장해 온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민네트워크’도 각종 언론을 통해 ‘평화 군축’을 제기하고 있다.

국방비 삭감, 군병력 감소, 주한 미군 철수하라

진보진영이 주장하는 ‘평화 군축’의 사안은 크게 국방비 삭감, 군 병력 감소, 주한 미군 철수 등을 들 수 있다. 진보진영은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기존의 평가들이 과장되거나 현실적인 면이 떨어진다고 본다. 남북한 경제 규모 차이와 열악한 북한 경제를 봤을 때 북한의 군사력 우위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 군사비 지출 규모가 1980년을 기점으로 남한이 북한을 앞섰다는 통계도 있다. 또한 과도한 국방비로 삶의 질을 추구하지 못하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국방비 감축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01년 예산안에서 농어촌 지원금은 9조, 사회 복지에는 7조가 책정된 데 반해 국방비는 14조가 책정됐다. 국방부는 군의 사기와 방위력 유지에 역점을 두기 위해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국방 예산은 그 필요보다 과도한 측면이 있으며 국가 재정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 진보진영의 의견이다.

현재 남한의 70만 상비군과 304만 예비군은 북한의 위협을 막는데 부족하지 않으므로 병력을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한의 군사 규모는 내전을 치르고 있는 국가의 그것과 비슷하거나 엇비슷하다. 그리고 실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방대한 군 조직은 필요하지 않다. 진보진영은 군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면 인원을 축소 하고도 충분히 국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예비군의 경우 지극히 낮은 효율성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병제에서 모병제로의 변화와 향토 예비군 폐지와 정예 예비군 제도 실시는 과도한 요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주한 미군은 실제로 ‘전쟁 억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남한에 막대한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한 미군 주둔으로 인한 부담 비용은 연간 30억불이 넘는다. 따라서 한반도 정세와 사회적 비용으로 봤을 때 주한 미군 철수는 통일의 선결조건이라는 것이다. 진보진영은 이런 문제가 해결되면 사회 복지와 공공 부문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 평화 정착은 물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01년 국방비, 어김없이6.2% 증가

하지만 국방부의 태도는 종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국방비 삭감에 대해서는 국방비는 국가 안보 현실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것으로 단순히 경제적 효과만을 가지고 삭감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2001년 예산안에 따르면 국방비는 오히려 6.2% 인상됐다. 군 병력 삭감도 북한군이 남한보다 2배가 넘기 때문에 일방적인 감축은 불가능하며 병력 중심이 아닌 기술집약형 군이 된다고 해도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선투자 후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한 미군에 대해서는 통일 후 안정기가 되면 철수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비치고는 있지만 통일 전 철수는 불가하다는 기존의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분단에 갖히지 않은 진정한 평화를 찾자

이러한 군축 논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답방하는 내년이 되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통일 때문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군축은 필수 불가결한 과제이다. 하지만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한반도내의 군축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군축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미국의 NMD,TMD는 한반도 내의 평화 정착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남북 화해 분위기를 타고 민족주의가 발흥하면서 ‘강력한 통일 국가’를 꿈꾸는 것도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민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어느 글에서 “주한 미군과 군축에 대한 철학적 기초를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민족주의의 부활을 주변국가들이 경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일본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화하는 것에서 그 위험성을 엿볼 수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의 선결 조건으로서 군축과 그에 대한 철학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한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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