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남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노동과 평화팀, karan27@hanmail.net)
이 무능한 정부가 또다시 경찰을 앞세워 노동자들을 야만적으로 몰아 부치고 있다. 해고에 맞서 파업을 벌이던 대우차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하자, 중장비와 헬기로 무장한 경찰 4200명이 가족들에게까지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둘러 거리로 내몰았다. 이미 만도기계, 롯데호텔, 사회보험, 은행 노동자 등을 무자비하게 진압한 바 있는 김대중 정부는 오직 노동자를 희생양 삼아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듯하다.
정부는 공평하게 보이도록 대우 계열사 사장 몇 명을 미리 구속했지만, ’25조 사기단 총수’ 김우중은 이 와중에도 해외 휴양중이다. 또 전례에 비춰볼 때 구속된 조무래기 사장들도 얼마 안 가서 금새 풀려날 것이 틀림없다. 강제 해산 다음날인 2월 20일 김대중은 국무회의에서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수노동자가 희생하면 다수 노동자의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는 말은 그럴 듯한 듣기 좋은 말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노동자를 대량 해고해서 기업 경쟁력이 살아나고 경제가 좋아졌는가? 오히려 워크아웃 기업들의 다수가 3년 전보다 더 부실해 졌다. 경제 상황은 우리 나라를 포
함해 세계적인 위기로 접어드는 추세다. 국민의 개인부채가 급격히 늘어났고, 계층 간 소득격차도 커져서 IMF때 보다 더 벌어졌다. 지쳐서 구직을 포기한 사람과 일주일에 단 몇 시간이라도 일한 사람은 제외하는 정부의 실업통계로도 실업자가 100만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하는 것은 부실 기업의 사장들과 국회의원들의 재산은 지난 3년 간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노동자들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동안 권노갑이나 박지원 같은 여권 실세 정치인과 고통분담을 지휘하는 금융감독원 같은 정부기관 자신이 부정부패와 뒷거래를 저질러온 온상이었음이 들통나지 않았는가. 그런데 가증스럽게도 이 부도덕하고 부패하고 무능력한 정부가 ‘모두를 위해 노동자가 해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아직도 되풀이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모두’나 ‘국민’에 노동자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이제 정부와 사장들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 1만 명의 대우노동자들이 76년 동안 먹고 살수 있다는 김우중이 빼돌린 돈을 환수하면 대우차 부채 19조원을 갚을 수 있고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해고로 얻는 비용절감 액 2340억 원은 대우차 총 부채 규모에 비춰볼 때 의미 있는 액수도 못된다. 언론은 GM과 매각협상이 노동자들의 저항 때문에 난항이고, 해고만 하면 순탄하게 매각될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GM에 매각하기 위해서도 어차피 부실채권을 정부가 떠 안아야 한다. 제일은행의 매각사례는 이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제일은행에 11조 5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후 겨우 5천억에 팔았다. 11조원이나 되는 국민혈세가 낭비된 것이다. 매각이나 공기업화나 똑 같이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이니 공기업화해서 국가가 경영하고 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이 같은 공기업화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1980년대 르노 자동차가 한시적으로 공기업화를 했고, 독일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 끝에 폭스바겐은 주정부가 출자하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주 4일 근무를 실시한 바 있다. 클라이슬러 자동차도 1979년에 공기업화 한 경험이 있다.
대우자동차를 공기업화 해야 한다. 공적자금이란 바로 이런 곳에 쓰여야 할 돈이다. 노동자들이야말로 ‘공적으로 사용되는 자금’의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는 유일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연대파업과 연대투쟁이 필요하다.
대우노동자들이 강제로 해산 당한 후 부평에서는 매일 연대집회가 열리고 있다. 대우자동차 창원과 군산공장에서는 시한부 연대파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연대 투쟁이 더욱 확산되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하다.
대우자동차 지도부는 더 많은 대우차 노동자들이 투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조직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단 하루만이라도 총파업을 조직한다면 쉽게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2월 20일 부평역에서 열린 ‘폭력탄압 규탄대회’에는 98년 현대차 파업 당시 가족대책위에서 투쟁한 경험이 있는 한 아주머니가 참석해 연대의 뜻을 전했다. TV를 보고 혼자서 비행기로 올라왔다는 이 아주머니는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싸우지 않으면 절대 얻어 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21일 집회에는 몇 달째 투쟁중인 한통 비정규직 노동자 100여명이 참석해 연대투쟁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대우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한다면 노동자에게 모든 고통을 전담시키는 김대중의 정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대우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전체 노동자와 떨어져 있지 않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