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도 1년 만에 졸업 큰소리 치다 휘청… 학계, 낙관적 전망 우려

멕시코 경제가 IMF 구제금융을 받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얼마나 걸렸을까. 경제성장률, 구제금융 상환 시점 등 외형적인 지표들을 살펴보면 1년이란 단시간 안에 IMF체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로 멕시코가 다시 휘청거리기 시작하면서 ‘과연 극복한 것이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외환위기에 휩싸인 멕시코가 IMF에 구제금융 516억달러를 신청한 때는 95년 1월. 그해 성장률이 마이너스 6.2%로 곤두박질친 멕시코 경제는 그뒤 1년 만인 96년 2/4분기(6.5%)부터 외환위기 이전인 94년 수준(3.5%)을 넘어섰다. 여기에는 미국이 시장을 개방하면서 보세가공수출산업지대인 마킬라도라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이룬 게 크게 작용했다.

빌린 돈도 일찌감치 갚아나갔다. IMF 구제금융 134억원 가운데 33억달러를 96년 5월∼97년 4월에 갚았다. 미국에서 빌린 차관 135억달러 가운데 100억달러도 96년에 상환했다. 93년과 94년 234억달러, 294억달러에 이르던 경상수지 적자도 95년 수입 감소 덕분에 16억달러, 96년 19억달러로 감소했다. 경상수지가 여전히 적자였음에도 외채를 조기 상환할 수 있던 것은 96년 한해 동안 주식·채권 등에 대한 외국인포트폴리오 투자가 142억달러, 직접투자가 76억달러에 이른 데 크게 힘입었다. 결국 남의 돈으로 외채를 갚은 셈이다. 이 덕분에 94년 63억달러에 불과하던 외환보유고는 95년 168억달러, 96년 194억달러, 97년 283억달러로 증가했다.

하지만 성장률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해서 실업률이 예년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아니다. 95년 8월 7.6%로 가장 높았던 공식 실업률도 96년 4/4분기에 4.7%를 기록했다. IMF체제 이전인 94년의 3.7%보다는 여전히 높은 것이다. 실업률은 97년 4/4분기에 가서야 4% 밑으로 내려앉았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아직도 IMF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94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7.0%였는데, 95년 35%, 96년 34.4%를 기록했고 97년에도 20%에 이르렀다.

외채 규모를 보면 멕시코가 외환위기를 과연 극복한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94년 1422억달러이던 멕시코 총외채는 96년 1690억달러로 오히려 268억달러나 늘어났다.

총대출에서 차지하는 멕시코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중이 IMF 이전 수준으로 되기 위해서는 3년이 걸렸다. 94년 9.0%이던 부실채권 비율은 96년 18.8%로 되레 높아졌고, 올해 3월 들어서야 11.35%를 기록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 자본 확충 및 예금자보호를 위해 설립한 은행예금보험기금(Fobapora)은 최근 들어 골칫덩어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 기금을 통해 사용된 금융구제기금은 멕시코 국내총생산의 14.4%인 650억달러에 이른다. 아시아 금융위기 여파로 멕시코 금융기관이 다시 흔들리자 정부는 은행예금보험기금의 금융기관 부실자산 매입비용을 정부 공공부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여당과 심한 정치적 갈등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13개 은행을 파산·합병시키는 등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아온 멕시코의 금융기관 구조조정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멕시코 경험에 비춰 학계 일각에서는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일단락됐고 재벌그룹 구조조정만이 남았다는 식의 낙관적인 인식은 너무 섣부르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수출이 멕시코처럼 급속히 회복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게다가 대외의존적인 우리나라 경제구조로 볼 때 멕시코처럼 수출이 회복되면서 수입이 다시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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