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논쟁은 국가나 시대에 따라 변한다. 미국인들은 언론자유나 선거 등의 이슈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개발도상국의 국민은 노동자의 권리 혹은 작업 환경 등을 중시한다.
과거 공산국가의 인민위원들이 부리던 횡포는 이제 가장 임금이 싸고 가장 규제가 수월한 나라를 찾아 자유롭게 공장을 옮기는 자본가들의 압제로 대체됐다.
자본가들에게 시달리는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은 의례적인 도덕적 인기플레이가 아닌 서방의 실질적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인권운동 단체들은 과거 무기제조업체들이 전동차나 토스터 만드는 법을 배워야 했던 것처럼 냉전시대가 끝난 지금 새로운 변신을 해야 한다.
**악덕기업 소비자가 퇴출해야**
‘인권을 위한 변호사회’ 회장인 마이클 포스너는 “냉전시대에는 국가가 법과 규범을 위반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것이 문제가 됐지만 국가의 통제가 약해지고 있는 요즈음은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책임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적한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장이라도 전 세계적 차원의 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유일한 해결책은 노동운동가들이 노동운동에 유리한 방향으로 세계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소비자들과 인터넷을 이용해 기업들이 좀더 양심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러한 해법은 의류업계에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수년동안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의회의 영향력을 이용, 미국의 근로기준을 해외 소재의 공장에 적용하는 것을 막아왔다. 예컨대 미국의 셔츠 제조업자들이 과테말라에 공장을 세웠을 경우 그곳에는 아무런 규제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의 힘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96년 온두라스에 있는 미국 의류업체 캐시 리지포드의 끔찍한 노동환경이 폭로된 이후 ‘공정 노동연합(FLA)’이라는 새로운 국제기구가 탄생했다. FLA는 미국 행정부, 변호사협회, 미국 대학, 의류제조업체 등을 대표하는 인사들로 구성됐다. 의류제조업체들과 인권 단체들은 아동노동 근절 및 근로시간 등을 포함하는 노동조건에 관한 최소한의 기준을 갖추기로 하는 데 동의했다. 그들은 또한 독립적인 외부 감시 요원들에 의한 공장 불시점검의 허용을 포함, 동등한 기준의 모니터 제도를 도입하는데 동의했다. 모니터 요원들은 FLA에 의해 임명된다.
**FLA는 매년 연례보고서를 작성**
그 결과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거나 인쇄물로 출판할 예정이다. FLA의 기준을 충족시킨 기업의 제품에 대해서는 FLA마크를 부착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상품간 차별을 가능하게 하는 공신력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나이키 리복 아디다스 캐시리 레비스트라우스 등이 FLA에 참여하고 있다. FLA마크는 상품신뢰 잣대가 될 것이다. FLA의 바람은 모든 대학 구내매점들이 운동화 T셔츠 등을 판매할 때 FLA마크가 부착된 제품만을 취급하기로 결의하는 것이다. FLA가 떳떳한 상품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주는 것이다.
만일 FLA 프로그램이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면 네트워크와 인터넷을 통해 모든 소비자들을 잠재적 인권 운동가로 만드는 것은 물론 악덕 기업들이 숨을 곳을 박탈하는 모델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노동자의 생활에도 참다운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美칼럼니스트/정리=박상주 기자)
[출 처] 문화일보
[발 행 일] 199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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