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경기 하남시 감북동 판교~구리 고속도로 서하남입체교차로 부근. 도로 옆 밭 위에 반듯한 벽돌로 지은 축사에는 가축 대신 화물을 가득 실은 트럭들만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린벨트 안에 거의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들어설 수 있는 축사를 지은 뒤 공장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는 현장이다.

춘궁동 노인복지회관 뒤편 논 한가운데 철골조와 벽돌로 지어진 축사 안에도 건축 자재들이 빼곡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시 전체 면적의 98.4%인 86.41㎢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하남시. 지난 7월22일 그린벨트 제도 개선안 발표 뒤 하루 평균 1건씩 축사 신축 허가를 내주고 있다.

제도 개선안 발표 뒤 한달여 동안 검단산 기슭을 비롯해 논과 밭 등에 닭과 돼지, 소를 기르겠다며 신축 허가를 받은 축사는 모두 31건. 이들 축사는 단 한건의 예외 없이 공장과 창고로 둔갑한다. 그러나 시는 법적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마구잡이식 허가를 내주고는 그린벨트 해제가 임박했다는 핑계를 들어 단속의 손길을 놓은 상태다.

같은 날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밭. 고추와 옥수수가 얼기설기 심어져 있을 뿐 대부분은 뻘건 바닥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었다. 이런 `밭 아닌 밭’은 대부분 서울 등 외지인들 소유다. 형식만 밭일 뿐 주말에는 근처 음식점들의 불법 주차장으로 사용된다.

이런 방식의 불법 건축 등 그린벨트 훼손은 자치단체들이 정부의 그린벨트 제도 개선안 발표 뒤 주민 반발을 우려한 나머지 단속을 사실상 포기하는 바람에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번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이 높은 땅이 많은 자치단체들은 해제에 대한 기대감에 부푼 주민들의 강한 반발 등으로 제도 개선안 발표 뒤 사실상 단속의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하남시는 지난 1월부터 제도 개선안이 발표될 때까지 무려 2100여건의 그린벨트내 불법 행위를 적발했다. 시는 이들 가운데 70건을 고발하고 30건을 강제 철거하는 등 행정조처를 했으나, 제도 개선안이 발표된 뒤 단속 실적은 5건에 지나지 않는다. 시 전체 면적의 92%인 33.030㎢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경기도 과천시는 올해 들어 제도 개선안 발표 전까지 모두 94건의 불법 행위를 적발해 49건을 고발했으나 개선안 발표 뒤에는 3건만 단속했다.

경기 광명시도 올해 같은 기간 동안 188건을 적발해 41건을 고발하는 등 강력한 조처를 취하다 최근 한달여 동안은 38건을 적발한 뒤 단 1건에 대해서만 고발 조처했다. 이밖에 성남시와 안양시 등 대다수 자치단체들은 제도 개선안 발표 뒤에는 거의 단속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자치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제도 개선안 후속 조처를 이른 시일 안에 내려보내지 않을 경우 그린벨트는 사실상 관리 부재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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