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위원장 단병호)이 ‘의보통합 반대서명 조작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인 현대자동차노조원이 자신의 이름을 도용해 서명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고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12일 민주노총은 기자 회견을 열고 이같은 사례를 밝히면서 “500만 의보통합반대 서명지가 노동자들의 이름을 도용해 작성됐다”며 “허위서명을 근거로 한 의보통합연기방침은 철회돼야하며 관련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현대차노조원 도장찍힌 서명용지 발견돼 물의

옥기오씨(33, 현대자동차 도장1부)는 이날 민주노총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주소와 이름, 도장까지 찍혀있지만 나는 서명을 한일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 노조로부터 이 사실을 들었을 때 상당히 당황스러웠고 기분이 나빴다”며 즉석에서 자신의 필체와 서명용지상의 필체를 비교해 보이기도 했다. 이외에 역시 민주노총 소속인 현대정공의 이용관씨도 마찬가지로 서명을 도용당한 것으로 확인되자, 민주노총은 허위서명행위에 대해 사문서 위조,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청구 등 법률적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민주노총은 1,320명의 울산지역 서명자 중 전화번호가 확인되는 207명에 대한 자체조사결과, 12.6%(26명)만이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고 서명하지 않았다는 답변이 58.4%(121명), 모른다가 16.9%(35명), 행방불명자가 8.7%(18명), 해외거주자 0.5(1명), 그리고 사망자도 2.9%(6명)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이름과 주소 등이 같은 필체로 2-3장(40-60명)씩 작성된 사례가 많고 동일인이 무려 22장(440명분)까지 작성한 경우도 발견되었다는 것. 이와관련 전화인터뷰에선 송모씨의 경우 10년전 사망자인데도 명부에 이름이 올랐으며 김모씨 가족은 모두 이름이 올랐는데, 이 중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모와 글을 쓸줄 모르는 어린아이가 포함돼 있다. 의보노조측도 이날 수도 권지역의 서명용지 사본을 보이면서 “보험카드에 나와있는 가족들의 이름순 서그대로 기입돼 있다”며 개인정보유출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남편 이문규 의 싸인이 ‘문규’로 나와있는데, 부인 김용자와 일가족의 서명란에 ‘〃’로 표시돼 있다”고 허위서명임을 주장했다.

* 한국노총 강력반발…국회공전 진상조사위 구성 어려워

이러한 조작사례가 발표되자 한국노총(위원장 박인상)은 의보통합연기에 대한 ‘민의’를 왜곡시키는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날 성명을 통해 한국노총은 “무분별한 ‘의보통합론’이 양식있는 다수의 여론에 밀리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계속 조사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공개사과하고 공개적이고 공정한 재조사에 즉각 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국회조사를 통한 문제해결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여 공방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측이 자체조사를 계속 벌일 방침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한국노총측이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 구성을 논의하기로 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회의는 성원 부족으로 열리지 못했다. 김홍신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국회공전으로 회의가 열릴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편 만일 민주노총과 건강연대가 제기하는 조작의혹이 사실로 검증될 경우 500만명 서명명부가 영향을 미쳤던 정부의 의보통합연기방침에 대한 ‘철회’요구는 거세질 것으로 보여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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