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운전면허 정보의 보호를 원한다!”
미국의 페미니스트재단을 비롯한 16개 사회단체들은 최근 독특한 성명을 발표했다(www.feminist.org/news/pr/110999alert.html). 운전자 프라이버시 보호법이 여성의 안전과 재생산 선택권에 관한 문제이니 연방 대법원이 이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경은 이렇다. 89년 한 여배우가 운전면허 정보를 추적한 스토커에 의해 살해되면서 운전면허 정보 보호에 대해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94년에는 각 주 정부의 운전면허 정보가 의회의 통제를 받게 됐다.
그러자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이것이 주 자치권에 위배된다며 반발했고, 지난 11월 10일 미연방 대법원에서 이에 대한 심리가 열렸다. 이런 반발은 각 주정부가 운전면허상의 개인정보를 선거 진영이나 기업들에게 판매하며 해마다 수백만 달러를 챙기는 등 최근 개인정보의 상품성이 높아지고 있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여성단체들은 이에 대해 운전자 프라이버시 보호법이 반낙태주의자들에 의해 쫓김을 당하고 때로는 살해되기도 하는 의료인과 여성을 지키는 데 유용할 뿐 아니라, 남편의 구타로부터 분리를 원하는 여성들을 보호하는 데에도 획기적이라고 주장한다. 운전면허 정보 탓에 사는 곳을 추적당한 많은 여성들이 폭력에 노출돼 왔기 때문이다. 여성단체들은 지난 8월에도 반낙태주의자들에게 운전면허 정보를 유출했던 컴퓨서브 등 컴퓨터통신회사들을 고소한 바 있다. 또 미국시민권연합 등 작업장 감시 반대와 프라이버시 보호 운동을 꾸준히 벌여 온 사회단체들은 몇년새 급증하고 있는 정부·기업들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남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모든 개인정보 사용에는 반드시 당사자의 동의를 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www.aclu.org/issues/privacy/hmprivacy.html).
주민등록제도가 없는 미국에서 운전면허 정보는 곧 우리의 주민등록 정보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매우 첨예한 논쟁을 불러온다.
주민등록 정보 사용권은 정부와 국민 중 어느쪽에 있을까. 우리에겐 낯선 질문이다. 지문 날인이 강제 규정이고 개인정보를 추적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사랑의 이름으로 미화되는 곳, 경찰과 심부름센터가 개인정보를 거래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한국에서 말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jinbonet@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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