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같은 자본은 사라져야 한다”

[인터뷰]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

“이 싸움의 가장 큰 성과는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가졌다는 겁니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과 만났다. 파업 300일, 악착같이 버티는 조합원들이 무서워 하루하루 결의를 다시 만든다는 그는 승리의 확신으로 가득 찬 미래를 그리기보다는 또 하루를 함께 보냈다는 것에 고마워하고 있었다. 누군가 용케 계산해서 알았다는 300일, 오랜 기간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숫자는 무의미하다. 그저 300이라는 숫자를 계기로 우리가 아직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이 알아주길 바랄 뿐이다. 그저 300이라는 숫자를 계기로 스스로 결의를 다잡아 보려고 안간힘을 쓸 뿐이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

“지금은 의미없는 미래,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에 감사”

300일이 넘게 파업을 하고 있는 이랜드 노동자들의 상황은 최악이다. 김경욱 위원장도 예외는 아니다. 카드빚 때문에 전화가 오고 빚쟁이들이 집으로 들이닥치고 있다. 아픈 아이 때문에 나갈 돈은 산더미 같지만 돈 들어올 구멍은 한 군데도 없다.

“어느 날 지갑에 돈이 한 푼도 없을 때도 있어요. 통장에 잔고가 없는 건 당연하구요. 그래도 그냥 담담해요. 직장인들이 다 그렇듯이 예전에 저도 돈 얼마 모아서 어디에다 저축할까 생각하고 그것 때문에 답답해하곤 했는데 아예 없으니까 오히려 편해요.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행복해 지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보험회사에 돈 많이 벌어주죠. 저도 그랬는데, 지금 미래는 저에게 별로 의미가 없어요. 오히려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에 감사하죠”

똑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조합원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복귀를 결정하기도 한다.

“요즘은 조합원들을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 제일 힘들어요. 예전에는 찾아가서 만났는데, 요즘은 간담회 자료가 오면 내가 뒤로 물러서곤 해요. 그러면 안 되지 하면서 간담회를 하러 가지만, 조직을 하러 간담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복귀하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해야 하기 때문에 힘이 빠지죠. 복귀하는 조합원들 중 이 싸움이 잘못되었다든지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문제는 생계비 때문이에요. 조합원들은 생계비만 지원되면 계속 싸우겠다고 하지만 노조에서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잖아요”

싸우고자 하는 조합원들을 싸울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 그에게서 깊은 한숨을 끌어낸다. 상급단체며 연대단위들에게 조금씩 불만이 쌓이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책임을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또 하루를 버틸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다시 조합원들에게서 나온다. 교섭에 진전도 없고 하루를 버틸 돈도 없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은 어떻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김경욱 위원장은 “정말 나도 모르겠다”라고 답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밖에 없어요. 어떤 날은 조합원들이 모두 복귀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악착같이 집회에 나오는 조합원들을 보면서 정신을 다시 가다듬죠”

“계속 싸워나갈 수밖에...”

이런 이랜드 노동자들의 싸움은 비정규직 스스로 비정규법의 문제를 온몸으로 알려낸 것이었으며, 비정규직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한국 사회 전체에 알려낸 중요한 싸움이었다. 특히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이 대거 조직되고 무시무시한 경찰의 폭력에도 두 번의 매장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한 역사적 싸움이다. 하지만 그런 평가가 싸움의 한 복판에 있는 조합원들과 김경욱 위원장에게는 그저 고마운 일일 뿐이다. 또 하루를 버티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노조가 해산하거나 회사가 부도나거나 하는 상황이 이랜드 사태의 종결로 이어질지도 모르겠어요. 사측은 사태가 여기까지 왔는데 타협은 커녕 조합원들을 해고하고 있잖아요. 이것은 회사가 망해도 노조의 요구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에요. 그래도 이랜드도 자본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건 스스로 망할 길은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작은 기대였죠. 근데 이랜드는 그냥 자본이 아닌 것 같아요. 만약 노사가 합의를 해서 돌아간다고 해도 정상화될지 모르겠어요. 문제는 이미 노조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의 범위를 넘어섰죠”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벌금 천만 원을 받았다.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재정압박 때문에 홈에버가 매각된다는 소문까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랜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김경욱 위원장은 “회사가 타협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계속 싸워나가는 것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으면 돼요”

300일이라는 시간이 그들에게 준 것은 물러서지 않는 인내심과 ‘자신감’이다.

“비정규직 임금을 인상하고 고용을 보장하는 것, 노조가 해 왔던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것도 중요한데 더 중요한 것은 제발 아줌마 노동자들이 관리자들에게 부당하고 모욕적인 요구를 받았을 때 이제 더 이상 눈물 흘리며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있는 자신감이에요. 당당히 고개를 들고 관리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자신감을 조합원들이 가졌다면 이걸로 전 다 이긴 것이라고 생각해요. 현장에 복귀한 조합원들 단체로 조끼 입고 싸우고 있어요. 이거면 된 거예요”

19일 홈에버 상암점 앞에 나온 조합원들은 작년 여름에 벗었던 파란색 티셔츠를 다시 꺼내 입고 모였다. 그들은 “작년 여름이 기억난다. 그 때 마음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그들의 싸움은 계속 진행 중이다. 김경욱 위원장은 말한다. “분명한 건 내가 박성수 회장보다 오래 산다는 거구요. 이랜드 같은 자본은 사라져야 한다는 것, 그 종말을 내 눈으로 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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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 이랜드 , 이랜드일반노조 , 박성수 , 김경욱 , 뉴코아 , 3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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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에후

    좀 적당히 하세요-_-........

  • 이휴..

    뭘 적당히 하라는 건지... 김경욱 화이팅! 계속 하세요!

  • 화이팅

    승리하는 그날까지 투쟁 부탁합니다!

  • 멋지삼

    위원장님, 힘내세요. ^---------^

  • ㅇㅇ

    투쟁승리를 기원합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기적을 보여주세요! 화이팅!

  • ses

    !!! 화이팅!!!

  • 다망하면..

    이랜드자본 없으지면 그 곳에 종사하는 사람들 다 망하는데
    말이 심하네. 내가 망했으니 모두 망해야한다는것인가

  • 금속이

    김경욱위원장님 파이팅! 힘내시고 용기 잃지 말아요. 연대해준 사람들 좀더 한발자욱 가까이 갈께요. 아쉬운 점, 저도 노동조합활동 해오지만 우리 민주노총조합원 저뿐아니라 동지들 생각하면 솔찍히 쪽팔립니다. 최근 연대는 커녕 대의원대회때 약속했던 연맹단위 이랜드조합원 생계비 지원, 현장조합원 개별 지원기다리기 보다 연맹위원장이 책임지고 당장 선지급 해야한다. 단결이란 무슨 의미입니까, 물심양면 함께 나누는 일이라 생각하며,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민주노총 지도부가 책임지고 이랜드 악덕자본에 배수진치지 않는다면 또다른 사업장 파업투쟁 승리란 없다.

  • 생각하는 창문 너머 갈대

    경욱 동지 인터뷰를 보면 볼수록 300일 문화제에 부족하게 갔던 제가 거듭 부끄러워집니다. 한 글자 한 글자 보는 이의 마음에 붙어오는 말들이라 인터뷰에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 물심양면, 이제껏 제가 심에만 노력하고 그에 자족했다면 이젠 물에도 노력해야될 것 같습니다. 제발...투쟁 기금 없어서 투쟁을 포기하는 동지들이...투쟁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어서 이루어지길...저도 그 길에 한 걸음 딛고 나아가겠습니다.

  • 해골당

    지도력의 부재를 보면서 참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0일을 가면 뭐합니까? 앞으로 1000일을 가도 기륭처럼 정부나 법이나 사측이나 필계대면 뭐하나요? 지도부가 무능해서 노힘 다함께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서 해결이 안되고 있다는 생각은 못해보셨나요?

  • 에후2다난

    에후씨? 그 더러운 입좀 닥치시지요 너나 이랜드에가서 비벼데며사시오ㅡㅡ

  • into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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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to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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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사화이팅

    내가 진보사이트에와서 육사출신에 예비역 대위한테
    화이팅을 외칠 줄이야... 육사가 지성인의 산실은 산실이군요
    까르푸때부터 고생 하시더니 개독교 자본에도 열심히 투쟁 하세요
    정말 존경 스럽습니다.

  • 이후

    님비족...

  • 쿠쿠

    징그럽다..편파적인 사고..이것도 병..

  • 오호라

    이랜드 자본이 망하면 그종사자들이 다망하는게 아니고,
    또다른 자본이 유입되어 또다른 유통업로 새로 태어나는것입니다.
    좀더 근로자를 생각하는 유통업체로 부활하면 좋겠습니다...

  • 김성현

    그래 계속 이랜드 흔들어라..이랜드 없어지면 서울역앞에서 사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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