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나 나무나 벌레나 그 누구도 50년이 지나면 우거진 숲 칡덩굴처럼 뒹굴다 같이 썩어 한 덩어리 푸근푸근 거름이 되는데
하늘아래 사람이라고 태어나 산비탈 감자며 콩이며 너나 가림 없이 나누던 그 곳에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에 발자국소리 숨소리 하나 없이 거기 강물만 흘러흘러 발을 적시고
젖은 내 발을 씻으며 강물이 말하지 더 이상 피 흘리는 아픔이 없게 굳게 손잡아 울렁이는 가슴 쓸어내며 단단히 싸워 미친 바람이 물러날 수 있게
평화요, 통일이요, 뭐 어려운 말인가 오십년 넘도록 푹 썩었으니 이제 고운 싹 품어 꽃도 풀도 일으키고 삼천리 천지 사람 사는 마을로 다시 돌아가는 거지
성큼성큼 앞장서 하얗게 길을 내 달리면 어머니 계신 그 곳 어린 아이처럼 두근대며 귀향하는 거지
그 곳에 가면 촛불에 넘실넘실 춤추며 미선이 효순이가 살아오고 온 밤 내 움츠렸던 꽃 피듯 분홍빛 새 살로 전동록님도 깨어나고 무덤 속 억울한 영혼들 모두 아침 해처럼 환하게 피어날 테니
작은 촛불 점점이 불길을 내어 폭력과 전쟁을 쓸어버리고 그 모든 지배와 착취를 끝장내리니 열자, 평화와 통일의 문이여! 마침내 더 큰 하나로 일어서는 자랑스런 내 조국이여!
2008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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