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유니온 “배달플랫폼 AI, 노동자 통제·관리 수단으로”

3개 플랫폼사 AI 검증해보니…100% 수락시 주행거리, 노동강도는 ↑ 수익은 ↓

배달 플랫폼이 도입한 배차 AI알고리즘이 배달 노동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어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배달노동자들은 AI알고리즘이 지정해준 배차를 일부라도 거부하면 일정 기간 동안 일을 하지 못하게 되거나(계정 정지), 다음 배차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 등을 받아 AI 배정콜을 거의 100% 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라이더유니온은 AI 배정콜을 100% 수락할 시, 주행거리는 늘고 노동 강도는 높아지는 반면 수익은 감소한다며 이같은 알고리즘은 배달노동자들과 함께 수정,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이더유니온은 29일 오전 서울시 중구 경향신문사 별관 사무금융노조 교육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개 플랫폼사 AI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12명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이 실험에 참가해 일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해 자료를 모았다. 배달노동자들은 7일엔 AI 배차를 100% 수락했고, 8일엔 일부 거절도 하며 자율적으로 선택했고, 9일엔 신호와 속도를 준수하며 배달했다.

실험에 참가한 라이더들은 AI알고리즘을 ‘족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실험에서 AI 배차를 100% 수락한 경우,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에 비해 주행 거리는 증가했고, 시간당 배달건수와 수익은 감소했다. 이에 따라 노동강도와 피로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어 AI알고리즘을 ‘족쇄’라 한 것이었다.


반면 마음에 들지 않는 AI 배차는 거부하며 자율적으로 운행한 경우 효율성(시급)이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건당 주행거리, 평균 전체 주행거리는 감소하고 시간 당 배달건수는 많아졌다. 이 실험을 분석한 연구자 박수민 씨는 “배달 노동자들마다 체력, 주행 스타일, 지역 특색 등 활용가능한 정보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배차를 취소하거나 수락해 효율성을 높였다”라며 “배차 선택/취소는 노동자들이 노동 효율성을 높이고 노동시간에 대한 자율권을 행사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비용과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은 노동자의 몫이 돼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


박 씨는 이어 “음식배달산업 성장에 따라 산업안전 문제도 늘어나고 있으나, 이와 관련한 데이터는 부재한 상황으로 교통안전과 산업안전을 조율할 수 있는 대책과 사회적 규범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 실험에서 신호를 준수하며 주행한 날은 배달노동자의 완료 콜 개수가 감소하고, 콜당 총 소요시간이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수입도 줄어 9일 실험에 나선 참가자들은 가장 낮은 시급을 가져갔다.


실험 참가자 A씨는 AI알고리즘은 배달플랫폼엔 획기적인 시스템이지만, 배달노동자에겐 큰 위험이 따른다고 호소했다. A씨는 “AI알고리즘 도입으로 배달 노동의 상황이 너무나도 많이 달라졌다. 실험에도 나왔듯 배차의 자율선택이 가능할 때 자신의 체력과 패턴에 맞게 일을 조절할 수 있지만, AI알고리즘은 배차를 거부할 경우 큰 패널티를 주고 있다. 큰 플랫폼의 배차를 거부했을 때 앞으로 근무하지 못 할 수 있다는 압박이 심하고, 업체들끼리의 경쟁은 노동자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하고 신속한 배달을 위해 현재의 불합리한 제도가 빨리 개선되길 바란다”라며 “큰 플랫폼 회사에서 노동자의 현실과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노동자들이 받는 패널티는 사실상 AI를 통한 노동자 통제와 관리라고 볼 수 있다”라며 “해외에선 AI를 이용한 통제를 근로자성의 증거라고도 보고 있는데 한국의 노동 관리·감독 기관들은 너무 친기업적이라 이 문제를 예민하게 다루지 않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실험 결과와 라이더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플랫폼사와 정부에 ‘안전배달료 도입’을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플랫폼사엔 ▲실거리, 오토바이 출입금지 아파트, 날씨와 도로정체, 조리시간 등을 고려한 배달시간기준 책정 ▲소비자 평점 및 리뷰제도 폐지 ▲AI의 실시간 배달료 정책 폐기 및 기본배달료 인상, 정당한 거리 할증제 도입 ▲AI 수락 거절에 따른 패널티 제도 폐지 혹은 명확한 기준 공개 ▲노동자들의 산재 예방 및 안전보건, 근무조건, 평점, 처우와 관련한 데이터 및 알고리즘 정보 제공 및 노조의 의견 알고리즘에 반영 등을 요구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안전운행이 가능한 수준의 배달료인 ‘안전배달료’ 도입 ▲배달업체의 배달시간 제한 정책과 빠른 배송광고 규제 ▲AI알고리즘을 이용한 배달기업의 부당한 노동통제 규제 ▲노동자들의 산재 예방 및 안전보건, 근무조건 및 처우와 관련한 데이터 및 알고리즘 정보에 대한 노동자의 정보접근권 보장, 불공정한 AI알고리즘 시스템에 대한 노동자 개입 조치 마련 ▲배달 노동자의 신호 준수를 위한 강력한 교통 법규 단속 정책 병행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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