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근무 백혈병 노동자 첫 산재 인정

매그나칩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1년6개월 걸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20일 매그나칩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 고 김진기 씨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 청구사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14일 대전지역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산재인정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정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처음으로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결정이다.

73년생인 고인은 20대 초반인 97년 첫 직장 LG반도체에 입사해 2010년 5월 ‘만성골수성 단핵구성 백혈병’이 발병할 때까지 줄곧 8~12시간 주야간 반복 교대근무, 연장 근무 등을 해왔다.

14년 동안 청주사업장 임플란트 공정의 설비 예방정비업무를 담당했는데, 줄곧 같은 공장에서 같은 업무를 하다 발병해 이듬해 숨졌다. 회사 이름만 하이닉스반도체, 매그나칩반도체 등으로 바뀌었다.

반올림에 의하면 임플란트 공정은 반도체 생산공정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공정이다. 대표적으로 전리방사선과 비소 등 발암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특히 임플란트 공정 설비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전리방사선은 널리 알려진 백혈병 유발요인이다.

하지만 고인이 산재인정을 받기까지는 무려 1년 6개월이 걸렸다. 유가족은 2011년 9월 근로복지공단 청주지사에 첫 산재신청을 냈다.

반올림은 “업무 관련성을 판단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와 그에 따른 각종 평가회의들을 복잡하게 거치면서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엄밀한 과학적 인과관계 규명에 앞서 신속하게 보상되어야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조 목적을 사문화하는 현재의 업무상질병 인정 절차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올림은 또 업무관련성을 조사, 판정하는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등 관련 기관들이 작업환경을 종합적으로 조사, 평가하기보다 이미 알려진 원인물질들 몇 가지에만 초점을 맞춰 산재인정의 기준을 높이고 있다고 제기했다.

한편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 희귀병에 걸려 산재 인정을 받은 노동자는 현재까지 2명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과 온양공장에서 5년간 일하다 재생불량성 빈혈 판정을 받은 김지숙 씨,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유방암에 걸려 사망한 김도은 씨이다. 각 지난해 4월과 12월 산재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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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 반도체 , 근로복지공단 , 백혈병 , 매그나칩 , 삼성반도체 ,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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