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죽어가는 건설현장 사람들

[기획3] 목수 인생 30년, 일상의 참사 산재사망

[편집자주]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소리없이 죽어가고 있다. 해마다 전국에서 산업재해로 숨지는 노동자 사망사고의 절반 가량이 건설현장에서 일어난다. 지난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질병이나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 수는 1,116명으로 전체 사망자 1,929명의 절반이 넘는 57.8%다. 그나마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숫자다. 이처럼 산업재해 사각지대에 있는 건설현장에 정부 대책과 노동자 노조조직화가 시급하다.

형틀목수 10년, 허씨 부부
부부 함께 일하다 4층에서 떨어진 아내


“나는 숨만 쉬고 있었지,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다들 식물인간이 될거라고 했죠.”

허영만(53세, 가명)씨가 사는 중구의 낡은 아파트에 올라갔더니 그의 아내가 침대 밖으로 나오지 못한채 말했다. 목소리는 컸지만 발음은 정확하지 않았다. 허씨가 아내 대신 말을 이어갔다.

  지난 6월 중구 성안동의 모 건설현장에서 작업자가 추락. 안전난간대도 규정을 어겼고, 추락방지망 시설이 돼 있지 않았다. ©김낙욱 건설노조울산계걔지부 지부장

아내는 2012년 4월, 달동 원룸 공사장에서 못 빼는 일을 했다. 열흘쯤 일하다가 아내는 4층 높이에서 1층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내는 머리를 다치고 양쪽 발목이 부러졌다. 사고 당시 추락방지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안전난간대도 60cm 간격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120cm간격으로 설치돼 있었다.

허씨 부부는 같은 원룸 현장에서 일했다. 사고를 목격한 건 작업반장이었다. 허씨는 무슨 소리가 나길래 나무가 떨어지는 줄 알았다. 뛰어내려갔더니 아내의 발목은 절단되다시피 덜렁덜렁하고 머리에서는 피가 났다. 아내는 병원 중환자실에 있을 때부터 입원실에 옮겨서까지 침대에 묶여 있었다. 아내는 정신이 오락가락 했다. 아내는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기억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아내가 정신이 혼미할 때 건물주(사업주)는 허씨 몰래 아내에게 900만원에 합의한다는 합의서에 도장을 받아갔다. 아내는 도무지 기억에 없다.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고 앞일이 걱정돼 법정 소송을 진행중이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장애등급 4급 판정을 받았지만 아내는 지금도 병원에 다닌다. 아내는 다리가 저려서 고통스러워하고, 허씨는 아내의 언어장애가 늘 마음에 걸린다. 아내는 건설현장에서 못 빼는 일을 1년 가량 해오고 있었다.

아내가 말했다. “더우니까 안전모 안 쓰고 일했어요. 안전모는 현장 벽에 걸어두고 밀짚모자 쓰고 일했어요. 안전교육은 받은 적 없어요.” 사고 뒤에 현장에는 안전난간대가 보강되고 추락방지망이 쳐 졌다.

아내는 건설현장에서 못 빼는 일을 1년 가량 했다. 허씨는 형틀목수로 10년쯤 일했다. 허씨도 지난해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다가 파이프에 머리 부딪쳐 2~3미터 아래로 떨어졌다. 머리 수술 받고 10일 뒤에 퇴원해서 통원치료를 한 달 받았다. 산재는 되지 않았다. 2달 전에 호두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병원진료 받은 기록이 있어서다. 사업주는 이의가 있으면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라고 했다. 허씨는 자신이 없어서 산재를 포기했다.

허씨는 “다 내 잘못이지 누굴 탓하겠나, 큰 공장은 짜증날 정도로 안전하게 일하라고 잔소리를 한다”고 했다. 작은 현장도 나만 조심하면 되는데 내가 조심하지 않아서 사고가 난다고 했다. 허씨는 일하면서 가장 원하는 게 일요일에 일하면 휴일수당을 받았으면 하는 것이다. 허씨는 부산 진양고무라는 신발공장에 다니다가 회사가 문을 닫자 목수 일을 시작했다. 도배, 미장, 전기일, 목수 다 해봤는데 그래도 목수가 적성에 맞는단다.

허씨가 말했다. “아무데나 오야지 따라서 일하러 다 다녔지. 나는 하루살이여.”

형틀목수 40년 김기복 씨(63)
25년 함께 일한 동료 삼킨 빌라 신축공사장
두번 산재 당하고 세번째 산재로 사망


김기복 씨(63세, 가명)는 1974년부터 건설현장에서 목수로 일했다. 10년 전에 사다리에서 미끄러져 다친 거 빼면 큰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추락방지망을 설치하지 않고 안전난간대 간격을 맞추지 않은 소규모 건설현장. ⓒ용석록 기자 [출처: 울산저널]

  작은 현장에 비해 안전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 건설현장 ⓒ용석록 기자 [출처: 울산저널]

김씨는 친구 박경수(61세, 가명)와 25년 같이 일했다. 박경수는 2003년 울산 남구보건소 건축현장에서 일하다 왼쪽 엄지손가락을 잃었다. 올 4월엔 남구 야음동 개인 빌라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갈비뼈가 2개 부러졌다. 계단을 헛디디면서 각목에 넘어져 2달 산재 치료를 받았다. 박경수는 산재가 끝나자 6월 19일 북구 개인빌라 건축현장에 나와 거푸집 제작 작업을 하다가 10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김씨는 친구 빈소에 앉아 소주잔을 연달아 비웠다. 친구가 일하던 현장에 가 보니 안전난간대는 엉성했고 추락방지망은 아예 없었다.

김씨는 “작은 현장은 다 그렇다. 큰 회사는 떨어지고 싶어도 못 떨어질 정도로 난간대니 그물망을 겹겹이 쳐 놓는다”고 했다.

김씨는 40년 목수 인생살이에서 목격한 사고를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큰 현장에도 사고가 나는 건 마찬가지다. 4년 전쯤 GS건설이 맡은 삼산동 아파트단지에서 사람이 한 명 죽었다. 기둥과 망 사이로 형틀용 쇠(폼)가 떨어져 지하 5층에서 일하던 사람 정수리를 때렸다. 작업자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1997년 동구 현대아이파크 건설현장에선 타워크레인이 잡고 있던 자재가 12층 높이에서 떨어져 형틀 볼트작업 하던 노동자를 덮쳤다. 울산 북구 양정동 힐스테이트 현장서도 타워크레인에 실린 짐을 받으려던 노동자 3명이 다쳤다. 바람이 불면서 갑자기 물건이 쏟아지는 바람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다가 형틀이 무너져 압사하는 사고도 2번이나 봤다. 김씨는 “아무리 안전설비를 잘 해도 예기치 못한 사고가 난다”고 했다.

김씨는 사고를 보면 한동안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분은 찝찝하다. 일부러 안전모를 꾹 눌러 쓰고 일한다. 김씨는 도면과 기계를 볼 줄 알아 ‘오야지’다. 회사(1차 하청업체) 사정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안전설비 설치하는데 사람과 시간이 들고 그건 모두 돈이다. 업주들은 안전장치를 제대로 설치하기보다 벌금이 낫다고 생각한다.

업주들은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려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20일 넘게 일하는 걸 막는다. 김씨는 같은 현장에서 2달 일해도 19일째 되면 임금을 받고, 20일째부터 다시 처음 일한 걸로 해 다른 사람 명의의 통장으로 임금을 받는다. 김씨는 40년 형틀목수로 일하면서 퇴직금은 딱 두 번 받았다. 한번은 5년 동안 해외에 나가 일할 때였고, 한번은 부산지하철공사에서 일할 때였다.

김씨는 “옛날에는 4일 일해야 납작보리랑 쌀 섞은 걸 1말 샀는데 요새는 하루만 일해도 쌀 1가마니는 산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건설노동자, 전국 산재사망자의 절반
50인 미만 사망자, 전체 산지사망자의 절반
정부대책은 대형 건설형장에 집중


울산지역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소리없이 죽어가고 있다. 산업재해 사망률은 건설업이 가장 높지만 노동조합이 없어 건설노동자 사망은 공론화되지 못한다.


2014년 1월 기준 울산 전체 노동자 수는 45만 9,784명이다. 그 가운데 건설노동자는 10만 6,885명, 제조업 종사자는 19만 6,341명이다.

2014년 7월말 기준 산업안전공단 울산지사 잠정 집계로 산재사망자는 36명, 사고재해자 수는 1,517명이다.

울산 5년간 산재사망자 수를 보면 건설업종이 가장 많다. 해마다 울산지역 전체 산재의 약 30% 가량이 건설업에서 일어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3년 산재사망자는 1,929명이다. 이 가운데 질병으로 숨진 산재 사망자(839명)을 뺀 사고로 숨진 사람은 모두 1,090명이다. 이들 중 건설업 산재 사망자는 516명으로 절반 가량인 47.3%를 차지한다.

지난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질병이나 사고로 숨진 산재사망자 수는 1,116명으로 전체 산재사망자 1,929명의 57.8%를 차지한다. 그만큼 소규모 사업장 산재사망자가 많은데도 노조도 없고 이를 관리할 산업안전공단이나 고용노동지청 인력마저 부족하다. 결국 소규모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산업재해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올들어 7월말까지 안전보건공단 울산지사가 잠정 집계한 울산지역 산재사망자는 36명, 사고재해자 수는 1,517명이다. 이들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이 950여 명, 50인 이상 사업장이 530여 명이다. 올해도 역시 소규모 사업장 사고재해자가 훨씬 많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울산지사는 건설현장 담당자가 3명, 제조업 담당자가 12명에 불과하다. 공단 울산지사에 따르면 이들이 관리하는 현장은 4,400여 곳에 달한다. 울산지사가 아무리 노력해 1천여 곳 이상 점검하는 건 무리다. 안전보건공단은 사업주가 재해예방을 하도록 현장을 점검하고 산재예방과 사업주 교육을 담당한다. 울산고용노동지청 역시 인력이 부족해 사전 안전점검보다는 사고 후 수습에 바쁘다.

소규모 건설현장까지 관리하려면 울산 고용노동지청과 안전보건공단 울산지사의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 노조 조직화를 통해 명예 산업안전감독관 제도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7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정홍원 총리 주재로 47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건설현장 안전관리체게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설계자가 현장 위험요소를 사전에 확인해 설계에 반영하고 명시하는 DFS(Design For Safety, 설계와 기획단계에 실시하는 모든 사고예방 노력)를 의무화한다. 현행 시공단계 중심의 안전관리체계를 설계와 준공단계까지 확대한다.

정부는 안전에 취약한 소규모 건설현장은 국토해양부와 고용노동부 간의 정보공유로 착공정보를 미리 파악, 적시점검과 안전설비에 대한 국고지원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적시점검이 제때 이뤄지려면 고용노동부 인력충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건설현장에선 “보다 실효성 있는 중소 현장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형틀목수 10년 강영식 씨(49)
안전화 받았다는 거짓서명 강요


강영식 씨(49, 가명)는 안전보호구 얘기부터 꺼냈다. 건설현장에 일하러 가면 업체는 안전보호구 지급표에 자필로 사인해야 일을 시킨다. 첫날 안전관리 계약서는 쓰라고 하면서 근로계약서는 쓰지 않는다. 근로계약서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까 며칠 일하고 쓰자고 하다가 며칠 지나면 흐지부지된다.

목수로 일하면 안전모, 각반, 안전화가 기본이고 높은 곳 작업 땐 안전고리가 필요하다. 현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안전화를 지급하는 곳은 드물다. 안전모도 보통은 각자 들고 다닌다.

강씨는 지난 4월 울산교육청이 발주한 관급공사장에서 일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쓰지 못했다. 일하는 첫날 근로계약서 쓰자고 말했지만 업체는 못들은 척 했다. 이 현장도 안전보호구 지급대장과 안전교육 받았다는 사인을 요구했다. 강씨는 안전모 하나만 달랑 받았지만 안전화도 받은 걸로 돼 있었다.

강씨는 울산시가 발주한 관급공사장에서도 일했다. 한 달 일해도 안전화를 받지 못했다. 안전모는 다른 현장에서 쓰던 걸로 썼다. 역시 안전보호구 지급표에는 모두 받았다고 서명했다.

지난해 중구청 관급공사장에서도 안전모만 받았는데 안전화도 받았다는 지급명세서에 서명했다. <울산저널>이 중구청에 확인하니 강씨가 자필로 서명한 안전보호구 지급대장이 나왔다. 사업주에게 확인하니 완강하게 지급했다고 말하며 작업자가 자필서명까지 했다고 답했다. 다시 강씨에게 물으니 강씨는 “그 사람들은 늘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일하다가 다치면 애매하다. 산재처리는 복잡하므로 공상처리하는 사례가 많다. 산재처리하면 형틀공에게 주는 정부 노임단가가 13만원 책정돼 있어 거기서 70% 계산하면 200만원이 채 안 되는 돈을 받는다. 건설노동자들은 공상처리하면 임금 100% 적용받으니 심하게 다치지 않으면 보통은 공상처리한다.

2차 하청 사장 한광철 씨(51)
사람 잡는 불법 다단계 하청구조
하청구조가 안전시설 투자 가로막아


한광철 씨(51)는 목수, 철근공, 비계공 등 30명 정도를 거느린 2차 하청업체 사장이다. 실제 2차 하청업체 사장이지만 서류상으로는 1차 하청업체 이사다.

보통 건설현장은 발주처가 있고 종합건설회사가 시행사로 나선다. 종합건설회사는 전문건설업체인 1차 하청업체에게 물량을 넘긴다. 종합건설회사로부터 분야별(토목, 도장, 방수, 설비 등)로 발주를 받는 1차 하청업체는 대략 36개 업체다. 전문건설업체가 참여하는 1차 하청까지는 합법이다.

1차 하청업체가 직접 건설노동자를 고용하는 사례는 드물다. 한씨는 1차 하청업체 소속은 아니지만 이사직을 달고 인력을 대주는 2차 하청업체를 맡아 일한다. 전문건설업체는 1차 하청업체 소속 팀장급 모아 일하는데, 팀장급은 한씨처럼 일할 사람을 10~30여 명씩 데리고 다닌다.

사실상 팀장에게 수익금을 챙기게 하는 도급이다. 팀장급도 사람이 부족하면 또 사람을 부른다. ‘오야지’라고 하는 더 작은 팀을 부르거나 여의치 않으면 ‘로타리 사람’(인력회사)을 부른다. 1차 하청업체 밑으론 모두 불법이다.

한씨는 “건설현장 안전관리에 최저가 낙찰과 불법하도급이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1차 하청업체(전문건설업체)가 직접 사람을 고용하면 노동자 임금과 안전설비에 더 많은 돈을 쓰겠지만, 2단계, 3단계로 다단계 구조라서 단계마다 5~10% 수익을 남기려면 안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2~3차 인력은 전문건설업체 소속이 아니라서 이직이 심해 현장에 익숙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다. 한씨는 종합건설회사는 전문건설업체에게 안전관리비를 10% 내려주지만 이는 눈 먼 돈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말

용석록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