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대남병원 코로나19 집단감염, 끝나지 않는 질문

[이슈]

[출처: 뉴스민]


2월 19일 104번 환자(64) 사망 /20일 코로나 확진.
2월 21일 205번 환자(56) 사망 /21일 확진 후 부산대병원 이송 중 사망.
2월 23일 54번 환자(42) 사망 /19일 확진 후 동국대 경주병원에서 사망.
2월 23일 5번 환자(60) 사망 /19일 확진 후 동국대 경주병원에서 사망.
2월 23일 286번 환자(63) 사망 /21일 확진 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사망.
2월 24일 26번 환자(68) 사망 /20일 확진 후 경북대학교병원에서 사망.
2월 25일 298번 환자(59) 사망 /22일 확진 후 강남성심병원에서 사망.
3월 5일 391번 환자(84) 사망 /21일 확진 후 안동의료원에서 사망.



사망자 8인의 공통점은 세 가지다.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 오랫동안 입원했다는 것. 기저질환이 있다는 것. 확진 후 대체로 나흘 안에 사망했다는 것.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자 103명 전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이 중 8명이 사망해 7.8%의 사망률을 보다. 국내 확진자 사망률 1%, 세계 확진자 사망률 4.1%보다 높다.

2월 국내 코로나19 감염 확산 초기, 청도대남병원, 신천지, 청도군과 관련한 여러 의혹이 쏟아졌다. 입증이 어려운 의혹을 제쳐두면, 왜 유독 정신병동에서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는지에 대한 몇 가지 유의미한 질문이 드러난다.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환자들은 왜 장기 입원을 했고, 왜 기저질환이 있었나? 어째서 확진자 발생 초기에 집중적으로 환자가 사망했고, 타 병원 이송 후에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는가?

왜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는 장기 입원자가 많았나?

국내 첫 번째 사망자는 청도대남병원에서 20년 이상 생활했다. 사망 당시 그의 몸무게는 42kg. 오랜 병동 생활에 건강이 악화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은 창문에 전부 쇠창살이 설치돼 있고, 창문을 열 수 없어 환기가 불가능하다. 방 하나에 6~8명이 바닥에서 공동생활을 한다. 이들에게 법이 정하는 최저주거기준은 의미가 없다.

정신병원은 노숙인이나 무연고자 등 병원비를 낼 수 없는 환자라도 환자당 의료급여수가를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행정규칙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환자 입원 시 1일당 정액 수가가 병원에 지급된다. 병원은 환자를 더 많이, 더 오래 받고, 더 부실한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 청도대남병원이 환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는지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청도대남병원을 운하는 재단이 비리 사건으로 부산에서 퇴출당했고, 청도대남병원을 회계 부정에 활용한 전력도 있다는 점에서 병원 이익을 위해 환자들에게 부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왜 확진자들이 빠르게 사망했나? 확진자 타 병원 이송 후에는 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는가?

사망자 8명 중 7명이 확진 후 나흘 내에 숨졌다. 병원에 따르면, 정신병동에서 15일 전후 집단 발병 증세가 있었으나 18일에서야 코로나 검사를 의뢰했다. 첫 감염 환자는 19일에 사망했고, 그로부터 일주일 내에 6명이 더 사망했다. 100명에 달하는 환자를 이송할 수 없자, 보건당국은 국내 최초로 코호트 격리 조치를 했다. 감염된 환자들은 방 하나에 6~8명이 살던 상태 그대로 격리됐다가, 점차 대남병원 일반병실로 분산됐다. 장애인 단체들은 대남병원이 치료 설비 부족, 열악한 환경 등 환자 치료에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하기도 했다.

타 병원 이송은 5일에 완료됐다. 사망자가 마지막으로 발생한 날도 5일이다. 집단 발병 증세에도 환자들에 대한 검사→격리→치료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았고, 제대로 된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최대 20일 이상이 걸렸다. 환자의 치유보다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에 무게를 둔 조치다.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은 국내 코로나19 사태에서 최초의 병원·집단거주시설 내 집단감염 사례이자, 최초의 코호트 격리 실험장이라는 상징적 사건이다. 18일 기준, 사망자를 제외하고 타 병원에 격리 치료 중인 환자 95명 중 65명이 완치됐다. 하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이들이 100% 완치되더라도 청도대남병원과 관련한 기록은 100% 감염, 7.8% 사망이다. 그리고 그 다음 질문은 이것이다. 청도대남병원에서 감염돼 바깥으로 나온 환자들은 이제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코로나19, 정치의 자리를 진단하다

“문재인 폐렴 대구시민 다 죽인다. 초기대응 실패해 재앙 좌초한 문재인 책임져라!” 31번째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나온 지 이틀 후, 한 미래통합당 예비후보의 1인 시위 내용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구 봉쇄’를 입 밖으로 꺼냈다. 여당 일부 인사 및 지지층은 ‘미래통합당=신천지=권진’이라는 음모론을 온라인에서 퍼뜨렸다. 공포를 부추기고, 지역을 고립시키고, 불안감에 속을 태우는 대구시민들에게 정치가 보여 준 모습이었다.

추가경정예산 확대 요구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퍼주기 추경은 안 된다”는 말을 연일 내뱉고 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기 시 국민들이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며 정부와 여야를 들락거렸고, 일부 현금성 직접 지원 예산이 추경에 포함됐다. 이 와중에 총선 공천 경쟁을 벌이던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들은 조용했다. 공천 배제 발표가 나고 나서야 반발하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실제 개념과 맞지 않지만, ‘재난기본소득 지급’이라는 정치적 용어는 전주시장 입에서 처음 나왔다. 여러 정치인들이 재난수당, 재난지원금 등의 이야기를 꺼냈지만 공론의 장은 작동하지 않았다. 대구시의회는 대구시장이 시정을 결정하기 전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방역 안 된 정치만이 둥둥 떠다녔다. 현 정부를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단순한 대결 구도만 남아버렸다.

반면 3월 1일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의료봉사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입을 다물었다. 의사면허증 소지자이자,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자 안철수는 조용히 박수를 받았다. 민주당 소속 이정현 남구의원은 임상병리사 경험을 살려 아직도 동산병원에 의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장태수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2평이 안 되는, 일용직 일자리가 끊긴 쪽방을 다니며 방역에 동참했다. 송우 민중당 예비후보는 자가격리 장애인을 위한 도시락 배달을 했다.

정치개혁연합이니, 더불어시민당이니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 집중한 소위 진보정당들은 감염병 재난이 몰아친 대구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대구, 경북에 정치인이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민주노총 지지정당들인 사회변혁노동자당, 노동당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는 사회 곳곳의 빈자리가 어디인지를 비췄다. 만약 정치가 어두웠던 곳을 기록하고, 이를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내지 않는다면 또 잊힐 일이다.

공공의료, 복지시스템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자립생활 장애인이 감염병 위기 대응에 동참할 수 있고, 자가격리 기간 동안 생활이 가능해야 하고, 다른 중증환자들이 감염병 지정으로 인해 병원에서 쫓겨나지 않아야 하고, 감염병 대응 기간 노동자에 대한 해고는 불가능해야 하고, 소득이 줄어든 소상공인들이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희망을 주고, 이주노동자가 방역물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곳이 정치가 있어야 할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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