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철거민의 눈물...“우리에게 월드컵은 퇴거를 말한다”

[월드컵에 정의의 슛을]월드컵 유치 결정 후 최소 25만 명 강제퇴거
도시 개발, 스포츠 아닌 부동산자본에 기여

브라질 상파울로 동부 이타께라 공터에 자리 잡은 철거민 4천 세대의 대형 천막촌. 사람들은 이곳을 ‘민중의 월드컵’이라고 부른다.

지난 1월 7일 이른 아침,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경찰은 메트로망게이라 파벨라(빈민촌)에 도착했다. 월드컵 폐막 경기가 열리는 마카라나 경기장과 약 반 마일 떨어진 이 마을에서 그들이 할 일은 강제퇴거였다. 모두 40호의 가정이, 일부는 살림살이도 꺼내지 못한 채 수년, 수십년 동안 살던 집을 허겁지겁 빠져 나와야 했다. 영문도 모른 채 쫓겨난 성난 주민들이 거리로 몰려 들었 때 경찰은 페퍼스프레이와 최루탄을 쏘았다. 고약한 공기 속에서 눈물을 씻을 새도 없이 연이어 터진 고무탄총의 폭발음. 철거민들이 죽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실감한다. 올해만 최소 45명이 철거과정에서 사망했다. 이중 다수는 어린이였다.

  강제퇴거에 맞서 한 원주민 아이엄마가 아이를 들고 항의하고 있다. [출처: http://www.tribunal-evictions.org/]

그러나 쫓겨난 사람들이 쉽게 정착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리우 파벨라에서 쫓겨난 수천명이 버려진 상가 건물 지역으로 옮겨가 나무 오두막을 짓고 살림살이를 꾸리자 특공대는 다시 몰려와 아이와 노인과 함께 사는 많은 가정과 집터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내몰았다. 경찰 당국은 심지어 저공비행기로 폭탄을 투하했고 화염방사기로 오두막에 불을 질렀으며 어른이건 아이건 할 것 없이 화학물질을 분사했다. 사람들은 다시 시청 앞에 캠프를 차렸지만 시는 다시 한번 특공대를 보냈다.

특공대가 닥치면 이들은 경고나 협상 없이 주민들을 몰아내고 기계를 동원해 가옥을 철거했다. 한 여성은 철거를 막기 위해 집 담에 족쇄를 채우고 저항했지만 용역은 담을 무너뜨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공포에 울지 않았고 사람들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빈민촌에 폭탄, 화염방사기로 철거

그렇게 쫓겨난 사람들이 ‘민중의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천막촌에 모인 것이다. 철거된 마을 빠져나왔지만 월드컵으로 인해 천정부지로 치솟은 높은 임대료로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고속도로 옆 황무지로, 버려진 공터와 건물 속으로 사라졌다. 그 대신 철거된 마을에는 경기장 주차장이나 새 도로가 들어섰다.

뿐만 아니라 학교, 원주민문화를 위한 박물관, 스포츠센터 같은 공공기관은 사유화됐고 지역을 위한 사회사업도 중단됐다. 노점상들의 판매 행위도 금지됐다. 원주민사회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원주민 박물관의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 절망하고 있다.

“도대체 그들은 우리 보고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요? 그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았어요. 단지 발표됐을 뿐입니다.” “내게 월드컵은 2년 전 시작됐어요. 나라는 국민을 포기하고 오로지 피파(FIFA, 국제축구연맹)만 생각합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물음은 계속됐다.

  2012년 상파울루 빈민가에서 사람들이 강제퇴거에 맞서 대비하고 있다.

강제퇴거는 브라질이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2007년 그 이듬해부터 시작됐다. 월드컵에 반대하는 브라질 사회단체 ‘월드컵올림픽인민위원회’에 따르면, 월드컵이 개최되는 브라질 12개 도시에서 최소 25만 명, 상파울로에서만 약 9만 명,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약 10만 명이 강제퇴거 당했다. 철거민들은 시 법에 따라, 시장 금리 이하의 주거보상금만을 받을 뿐이며 먼 교외로 강제 이주됐다. 운이 좋을 경우에는 실제 가격의 50%를 보상받았지만 대부분 제값의 20-30%를 받기도 어려웠다.

월드컵 유치가 결정되자 각 도시는 개발사업을 착수하기 시작했다. 도시 개발의 명목은 경기장을 건설하고 외국인 방문객을 예비하기 위해 도로와 대중교통 그리고 공항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초 메가톤급 행사의 핵심 목표는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었다. 일례로 리우데자네이루 시위원회는 부동산 투기를 용이하게 하는 일련의 법령을 통과시켰다. 에드아르도 파에스 현 시장은 2010년 4월 시당국이 결정한 모든 지역에서 강제 퇴거를 하도록 하는 칙령을 발표한다. 이 칙령은 원래 자연재해로 위험할 경우에 한해서 시에게 강제퇴거 권한을 부여했지만 부동산산업의 이해가 걸린 지역을 청소하는 정치적 도구로 악용됐다.

리우데자네이루 지역사회 활동가 칼라 히르트는 “이 행사모델은 도시 재건설을 통한 부동산투기에 있다”고 말한다. 현재 많은 도시들에서 이른바 ‘재생’이 일어나고 있지만 공식 수사와는 다르게 이러한 건설사업은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 도시 전체를 엘리트식으로 조성해 이득을 내는 부동산자본의 이해에 기여할 뿐이다. 그리고 부동산자본은 정치계에 선거운동 자금을 지원하는 큰 그룹에 속한다.

도시 개발, 스포츠 아닌 부동산자본에 기여

부동산개발로 소수의 자본에만 이득이 돌아갈 뿐이지만 예산의 대부분은 국고에서 나왔다. 체육부 장관은 납세자의 돈은 경기장 건설에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었지만 소용없었다. 경기장이 건설된 후, 정부는 사기업에 운영을 맞길 예정이다. 기업이 납세자 비용으로 이득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주장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용됐지만 거짓으로 판명났다.

아이티 출신의 대외 정책연구자 나탈리 밥티스트에 따르면, 남아공은 경기장 건설에 60억 달러를 지출했고, 피파와 남아공체육연맹은 국내총생산을 약 3% 높일 것이라고 공약했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직후, 남아공 재정장관은 0.4%만의 성장만 있었을 뿐이라고 밝혀야 했다. 10개 경기장 중 9개는 지역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커서 공간과 돈만 잡아먹는 ‘흰 코끼리’가 됐다. 브라질 정부의 감사원은 12개 중 최소 4개의 경기장이 비슷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 동안 브라질의 모든 대도시에서 “월드컵은 없다”는 모토 아래 전개된 시위는 이러한 사정을 지니고 있다. ‘집없는노동자운동(MTST)'은 9일 상파울루 시 동부에 2천 채의 서민주택을 건설하기로 하는 등 연방정부의 양보안 속에서 월드컵 기간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월드컵이 끝나도 지속될 강제퇴거된 수십만 명의 고통이 끝나지 않는 한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브라질 강제퇴거 과정을 기록한 동영상: 2014년 월드컵, 누가 이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