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이렇게 10년 만에 진보정당 운동이 침체의 늪에 빠진 과정을 김대중 노무현 정권으로 대변되는 자유주의 정권의 실패로부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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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교수는 지난 11일 김진균 선생 10주기 추모 정치 강연에서 “노동운동의 성장과 선거제도의 변화로 민주노동당이 원내진출을 했지만 이후 10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며 “(변화를 읽기 위해선) 김대중/노무현 자유주의 정권 10년을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성장에 성공하고 분배에 실패한 김대중/노무현 정권
손호철 교수는 “조중동 신문이나 민주당(새정치연합) 우파는 민주당이나 자유주의 세력이 분배만 이야기 하고 성장을 이야기 하지 않아서 (07년 대선에) 패배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이명박근혜 정권 보다 성장에 성공했다. 문제는 분배에 실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호철 교수는 분배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정권별로 비교하며 군사정권 때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본격화된 김대중/노무현 시대에 더 소득불평등이 심화됐다고 했다. 손 교수는 “민주화 되면서는 양극화가 오지 않았고 분배의 개선을 가져왔다”며 “문제는 민주화가 아니라 97년 이후 진행된 세계화다. 이때 빈부 격차가 빠르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조중동과 새누리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좌파라고 하지만, 김영삼, 노태우 정부 때나 전두환, 박정희 정권 때 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빈부격차가 심화됐다는 것. 손 교수는 “경제 업적으로 얘기하자면 현대사회 정권 중 가장 반민중적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이렇게 반민중적인 자유주의 정권 10년의 결과가 대중의 복수를 불러왔다고 봤다. 그는 “97년 대선에선 가난한 사람일수록 자유주의 후보인 김대중 후보를 찍었지만 2007년 대선에선 가난한 사람일수록 이명박 후보를 찍었다”며 “자유주의정권 10년의 결과 대중의 복수가 일어났고 역계급투표가 일어났다. 그것과 같이 망한 것이 진보정당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손호철 교수는 현재 우리사회 사회구성을 이념적 3분 구조로 놓고 진보/ 자유주의/ 냉전적 보수주의로 구분했다. 손 교수는 지난 10년을 냉전적 보수세력의 사회중심화, 자유주의 세력의 소수화, 진보세력의 극소수화로 설명했다. 또 세대 보수화 문제가 이후 전국적 선거에서 자유주의 세력에게 강력하게 불리한 환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젊은층의 노무현 정부 이탈 예측 못한 3류 정치학자였다”
손 교수는 “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을 찍었던 2030 세대는 박정희와 이건희를 존경해 전혀 진보적이지는 않았지만, 미국문제와 북한문제 이슈에선 진보적이었다. 북한과 미국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는 탈냉전 세대였기 때문”이라며 “저는 그 선거결과를 보고 앞으로 냉전적 보수세력이 전국적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제가 얼마나 3류 정치학자였는지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탈냉전 세대가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면 냉전적 보수세력은 줄어들고 자유주의 정당과 진보정당이 커가면서 균형 있게 나아갈 것이란 기대를 가졌지만 04년 이후부터 젊은 층들이 노무현 정부를 버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손호철 교수는 그 원인을 청년실업과 아파트값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피가 빵보다 진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07년 대선에서 전 세대가 한나라당을 지지했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세대갈등이 나타났다.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다.
손 교수는 “당시 일부에선 연평도 폭격, 천안함 등 평화문제가 세대갈등의 요인이라고 했지만 잘 모르겠다”며 “다만 중앙일보가 유일하게 경제문제라고 분석했다.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해결할 줄 알았던 이명박 정부가 더 심화 시켰다는 것인데, 저는 거기에 일말의 진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민생을 해결하지 못하는 신자유주의가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또 “많은 사람들이 우리사회 변화로 보고 주목했음에도, 선거 전문가들도 2012년 대선을 보기 전에는 잘 보지 못한 게 고령화였다”며 “5060 세대의 추이를 계산해 보면 2017년 대선에는 지금에 비해 자유주의 후보가 냉전적 보수세력 보다 200만 표를 덜 얻게 되고, 2022년에는 300만 표를 덜 얻게 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자유주의 세력의 기반이었던 호남의 인구감소와 더불어 충청권 인구 증가,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동북아 우파민족주의 발호와 극우 보수세력의 득세 가능성, 북핵과 김정은 체제의 불확실성 등은 모두 냉전적 보수세력에게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신자유주의 양극화만 진보에 유리한 조건 될 것”
손호철 교수는 “계속되는 신자유주의 양극화만 유일하게 진보에 유리한 조건이 될 것”이라며 “운동은 객관적 정세와 주체적 대응의 변증법으로 이뤄지며 객관적 정세는 더욱 암울해 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이를 위해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과 결선투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논의 되는 양원제 개헌안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원제가 될 경우 5-6선 의원들의 밥그릇으로 비례대표제를 없애고 만든 상원을 차지하게 되면 진보정당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봤다.
손 교수는 “통합진보당 사태는 일제 해방 공간 이후 진보정당 운동의 3기 순환이 끝났다고 본다”며 “4기 진보정당 운동은 북에 대한 태도를 명확히 하며 노동운동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노동, 생태, 평화, 페미니즘 등의 무지개연합 정당 이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