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쟁은 폭력이며 범죄이다
윤재훈 (수원외국인노동자쉼터 상담실장)
요즘 세상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미국에 대한 '야만적인' 비행기 테러와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더러운' 전쟁 선포에 쏠려있다. 미국의 대통령 부시는 연일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복수"를 외치며 다른 나라들도 이에 동참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적어도 현재 상황에서 비폭력은 낭만에 불과하다.' 미국 민주당원들도 MD 계획예산 삭감노력을 포기하고 내년 국방예산안을 되도록 빨리 통과시키기로 했듯이 <견제와 균형>도 무너졌다. 단지 둘중에 한명은 반드시 죽어야 하는 룰렛게임만이 존재한다. 야만은 악이며, 이에 대한 전쟁은 더러워도 선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은 것 같다. 미국은 이번의 야만적인 테러에 "정부의 통제하에 훈련된 군대가 저지르는 폭력에 의한 <더러운 전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정당한 전쟁>이라는 것이다. 정상이 참작된다고 해도 다소 무리하게 여겨지는 이번 미국의 행보는 지난날 베트남 전쟁에서도 경험한 것처럼 매우 우려스럽다. 민주주의를 위해 기여한다는 믿음으로 폭탄을 떨어뜨리는 정의의 조종사들에게, 그 폭탄에 맞은 어린 소녀의 떨어져 나간 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전쟁에서 미국은 '그들 스스로 권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파시즘에 맞선 정당한 전쟁이었다고 의심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양차 세계대전 등도 결국 국가의 세력과 이익확장, 그리고 정치권력자들의 더욱 강력한 권력을 위한 것이었다.
세계평화수호라는 전쟁동기도 비판받고 있다. 미국의 국무차관보로 일했던 아치벌드 메클리시는 "우리가 만들고 있는 평화는 석유의 평화, 그의 평화, 해운업의 평화"라고 얘기했듯이 말이다. 따라서 전쟁은 어떤 경우에도 정의일 수 없으며, 더욱이 인권을 신장시킬 수 있는 정당한 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쟁은 테러까지 포함한 어떤 폭력보다 대규모적이며 광범위한 폭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필요한 모든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고 한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지도자가 했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비상식적이고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도 달지 않았던 조기게양과 10시 사이렌 울림을 지시, 시행했다. '우리는 식민지'라는 자괴감 어린 농담이 회자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은 테러는 용서받지 못할 범죄이지만, 전쟁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 벌써 미국의 다국적 무기제조사들은 조만간 다가올 호황예감으로 한창 들떠 있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테러를 포함한 모든 폭력에 반대하는 모든 국내, 국제적인 연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적어도 <전쟁반대>와 <전투병 파병반대> 방침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가능한 협조와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