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st the War!
인류 평화와 공존이라는 이상을 실현하겠다는 장밋빛 희망을 품고 맞이한 21세기가 겨우 9개월이 지난 지금, 세계는 눈앞에 닥쳐있는 파멸적 전쟁의 기운을 무력하게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하루에도 수천의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미국이 벌이고 있는 전쟁의 공포를 피해 피난 행렬에 합류하고 있으며 인근 국가들 역시 발치에 다다른 전쟁의 위협 앞에 사지를 떨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세계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오로지 상처받은 미국의 자존심 회복을 위한 전쟁의 ‘총알받이'가 될 지 모르는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과연 누가 미국에게 수백만 아프가니스탄 인민들의 생명을 약탈할 권리를 주었는가? 누가 미국에게 전 세계 젊은이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권한을 주었는가?
'미국의 신'만이 허락한 聖戰
마침내 미국이 ‘악의 응징'을 위한 전쟁을 선포했다. 시한은 단 3일. 남은 3일 동안 ‘악의 화신' 오사마 빈 라덴이 부시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세계의 악마'와 그 악마를 보호하는 이슬람 국가들은 ‘미국의 신' 앞에 복수를 맹세한 미국에 의해 잿더미가 될 위기에 처해있다. 수많은 세계인들이 수백만 무고한 인민들의 이마에 겨눠진 총구를 거둘 것을 목놓아 외치고 있지만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있다는 미국인들에게는 그 소리마저 ‘사탄의 유혹' 쯤으로 치부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처참히 학살당했던 수백만 민간인들, 수백만 베트남의 민간인들, 미국의 묵인 하에, 그들이 팔아 넘긴 무기에 의해 처참히 숨져간 수백만 팔레스타인 난민들, 남미인들, 파나마인들, 이라크인들... 이제 이 화려한 미국의 ‘聖戰을 통해 聖殿에 바쳐진 제물' 리스트에 아프가니스탄 인들의 명단이 추가될 날이 머지 않았다.
복수는 있으나 복수의 대상은 없다
그러나 16일. 추락한 미국의 자존심을 회복해 줄 유일한 제물로 낙점된 오사마 빈 라덴이 그 동안의 은둔을 깨고 ‘화요일의 테러'와 관련해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완전히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목표물을 잃어버린 미국의 총구는 어디를 향할 것인가? 세계평화라는 전 인류적 가치도, 수백만의 무고한 생명도, 국가간 합의에 기초한 국제법마저도 깡그리 무시한 채 오로지 복수에의 일념하나로 지지되고 있던 미국정부의 전쟁논리는 그 목표물을 잃어버렸다. 라덴의 침묵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복수의 논리는 그 침묵이 깨진 지금 오로지 심증 하나만으로 수백만 민간인을 전쟁과 살육의 도가니에 밀어 넣기를 주저하지 않는 미국의 사악한 본성만을 온 천하에 드러낸 채 산산이 깨져버린 것이다.
테러반대, 전쟁반대, 인류의 평화를 향하여
초강대국 미국의 총부리는 이미 이슬람 국가들을 향해 겨눠졌다. 비록 라덴이 자신의 범죄 혐의를 부정했다고는 하나 그 진위여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고, 신에게 약속한 ‘복수의 제물'이 필요한 미국은 겨눠진 총부리를 쉽사리 거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무고한 수천명의 목숨을 한순간에 빼앗아버린 지난 ‘화요일의 테러'를 반인류적 범죄행위로 단정하는 우리는, 마찬가지로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하게, 더 큰 목소리로 ‘화요일의 테러'와 같은 방식으로, 아니 그보다 더 극악한 형태로 진행될 미국의 전쟁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외쳐야 한다. 그리고 이 무도한 전쟁에 들러리를 서려는 어떠한 시도도 결단코 막아내야만 한다. 전쟁의 광기로 붉게 물든 극단의 시대! 21세기의 세계사도 그렇게 쓸 수는 없다.
테러 반대! 전쟁 반대! 세계 평화! 이 혼란의 세기에 모두가 하나 되어 움켜쥐어야 할 우리의 깃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