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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자본과 보수언론의 양동작전,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포화는 거셌다. 노조는 끈질기게 저항해왔지만 8월 6일 오후 5시, 현장복귀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사측의 '선복귀 후대화'를 받아들였다. 김정곤 LG정유노조위원장, 백광욱 화섬연맹위원장 등 파업 지도부는 '노사자율을 가로막는 부당한 직권중재 철폐', '공권력 즉각 철수', '투쟁으로 인한 모든 책임을 위원장이 지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함으로써 20일간 진행해온 파업을 정리하였다.
단국대 학생회관 3층, 기자회견에 앞서 유영구 화섬연맹 교육선전실장은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5개 신문사 기자의 퇴장을 요구하였다. 유영구 교선실장은 "지금까지 언론으로부터 받아온 거짓과 왜곡 보도가 더 큰 아픔이었다. 이후에는 노동자 투쟁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가 되길 바란다"며 그동안 언론의 왜곡 보도에 대한 항의 의사를 피력하였다.
김정곤 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정규직화, 지역사회 발전기금 출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충 등의 문제가 과연 대화조차 할 수 없는 문제인가"라고 묻고, "온갖 유해물질로 인한 각종 질병과 암환자가 발생하고, 중대 폭발, 화재사고로 현장 노동자는 물론 지역사회 주민까지 그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은 기업과 노동자가 해야 할 지극히 마땅한 책무"라며 노조의 3대 요구안이 갖는 정당성을 환기하였다.
김정곤 위원장은 노조가 힘든 산개투쟁과 파업투쟁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도 위와 같은 기본적 책무를 다하고자 하는 것이었고 따라서 현장으로 복귀하는 조직 대오가 노동자로서 가지는 당당한 자긍심을 안고 돌아갈 수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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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단국대 운동장에 모인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다르지 않았다. 650여 명의 조합원들이 복귀를 거부하고 20일간의 파업 투쟁을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은 노조의 요구가 정당한 반면, LG자본의 공세, 직권중재에 나선 노무현정부, 그리고 보수언론의 보도가 부당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데서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김용태 LG정유노조 사무국장은 20일간의 파업투쟁을 통해 "산개 투쟁 과정에서 농활 등 여러 파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우리의 요구를 알려왔다"고 짚고, "교대제 근무 때문에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없는 조합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도 단결의 계기가 되었고, 자본의 이윤 추구에 대한 조합원의 계급적 인식이 넓어졌으며, 3대 요구를 통해 사회개혁 요구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었다"며 조합원의 단결된 투쟁의 의미를 정리했다.
김용태 사무국장은 또 "일부 조합원들은 성과 없이 복귀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기했지만, 쟁의대책위 대의원들의 만장일치 결정과 조합원 교육을 통해 일사분란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말하고, "현장에 복귀하더라도 조합원들은 서로의 단결력을 믿고, 이후 대응에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장 복귀가 반드시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장 복귀 선언 이후, 단국대 운동장에서 단위별로 이후 대응을 토론중이던 한 노조원은 "언론은 우리 이야기를 거의 안 다루었다. 파병을 반대한다고 하면서 LG정유의 1대 주주인 쎄브론텍사코 이야기는 왜 안 하느냐, LG자본에 반대하는 활동을 왜 안 하느냐"며 기자를 향해 되묻기도 하였다. 쎄브론텍사코는 미국의 메이저 석유자본으로 백악관 안보보좌관 콘돌리사 라이스가 이사로 있는 회사라는 이야기다. 조합원들은 LG자본이 얼마만큼의 순이익을 내고 있고, 그 이익을 누가 얼마만큼 가져가는 지를 이미 알고 있으며, 따라서 3대요구는 매우 상식적이고 당연한 요구로 생각하고 있었다.
권희중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연구원은 7월 31일 기고글을 통해 "지난 5년간(1999~2003) LG칼텍스정유의 당기순이익은 1조2,400억 원 연평균 2,500억 원에 달한다. LG칼텍스정유의 주주들은 이중 5,880억 원, 연평균 1,176억 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갔다. 지난 5년간 이익의 47%를 현금으로 챙겨간 것이며, 이는 자본금 총액 2,6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액수이다. 특히 2002년, 2003년에는 각각 3,800억 원과 3,9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리고 2003년 한해에만 자본금의 98%인 2,550억 원을 배당했다"고 밝힌바 있다.
LG정유노조는 이번 파업의 책임이 LG자본의 밀어붙이기식 노무관리에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노사 교섭 의지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직권중재를 통해 파업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두 차례에 걸친 중앙노동위원회 직권중재안은 회사측 입장과 차이가 없으며, LG자본은 직권중재로 임금교섭은 끝났으므로 더 이상의 교섭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직권중재는 지난 보건의료노조 파업 때에도, 지하철노조 파업 때에도 사측의 입장에서 노조를 위협하는 위력을 발휘한 바 있다. LG정유노조의 경우에 있어서도 노조의 교섭 의지를 봉쇄하고 직권중재와 공권력을 통해 노조 활동을 말살하는 수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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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 모인 조합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과 반감을 표출했다. 공장을 내린 것은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불법 파업을 이야기하며 노조에게 뒤집어 씌웠고, 공장이 가동되지 않는데도 정상 가동되는 것처럼 보도했다고 말했다. 사측은 조합원과 가족에게 "부모님이 쓰러졌다. 자식이 짤리게 되었다"는 등 구시대적 거짓 회유와 협박마저 일삼았다고 말했다.
올해 8년차가 된다는 한 노조원은 "괌에 가고, 골프 치고, 그런 사람들은 대졸 엔지니어들 이야기지요. 그걸 파업하고 있는 노조원들이 그런다고 몰아붙이는 거예요"라며 언론의 사실 왜곡을 질타했다. 또 "그저께 공장이 정상 가동된다고 하는데 그것도 거짓말입니다. 공장을 돌릴 수 있는 사람 90%가 빠졌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그래서 여수 공장에 기자들을 출입시키지도 않는 겁니다. 회사는 지금 여수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위험을 무릎쓰고 화학 물질을 취급하고 있는 거죠. 이러저러한 점으로 미루어 이번 사태를 만들어 내게 된 이유는 사측이 노조를 말살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어요"라며 현장 상황과 사태의 본질을 이야기했다.
김용태 사무국장은 "복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복귀 이후 대응이다. 이제 회사가 판단해야 한다. 노조의 3대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고 정당하다. 복귀 과정에서 각서와 반성문을 쓰게 하거나 물리적 압력이 있을 시 단호히 거부할 것이며, 손배 고소고발 등 사측의 태도에 따라 이후 노조의 대응이 달라질 것이다"라며 파업은 정리했지만 이후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