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국회 앞에 다시 모였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정부여당이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는 공무원노조특별법안을 한나라당의 묵인 하에 법안소위와 환노위에서 의결을 추진함에 따라 조직의 사활을 걸고 결사 저지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22일 오후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정부특별법입법저지결의대회’를 열었다.
국민은행 앞에서 9일째 단식중인 중앙단식단을 포함해 500여명의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이 날 집회에 참가했고 민주노동당에서 거점농성중인 경찰청고용직노조 조합원, 역시 장기 투쟁 중인 금강화섬 노동조합 조합원, 국가보안법 철폐 단식농성단의 일부도 이 날 집회에 결합했다.
공무원노조, 2차패러디 포스터 전격 배포
공무원노조가 이 날 배포한 2차 포스터 앞,뒷면 |
한편 공무원노조가 이 날 집회에서 정부의 강경대응방침에도 불구하고 2차 패러디 포스터를 배포해 눈길을 끌었다. 이 날 배포된 포스터는 영화 ‘실미도’ 의 포스터를 패러디 한 것으로 이해찬 총리, 허성관 행자부 장관, 김대환 노동부 장관,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 이덕모 한나라당 의원이 ‘철면피들’이라는 제목아래 출연했다.
정용천 공무원노조수석부위원장은 “정부 특별법이 통과되면 우리는 임금인상 요구,철밥통 지키기 밖에 할 수 없는 진짜 식물노조가 된다”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일반법에 의한 노동3권을 쟁취하자“는 결의사를 내놓았다. 이어 ”비정규직 동지들의 외침을 외면하고 자본의 편에 서서 노동현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노무현 정권은 정직, 파면등 탄압을 일삼고 각급 기관장들은 이에 부화뇌동하며 광분하고 있다“고 현 정권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오종렬 공무원교수공대위 공동대표는 단식중임에도 불구하고 힘찬 목소리로 “전교조가 처음 결성 됐을 때 3,300명 중에 1,500명이 파면 당하고 엄청난 탄압을 받았지만 싸웠기 때문에 그 다음 해에 800명으로 복원했고 오늘날 10만의 조합원을 자랑하는 위대한 조직이 되었다”며 “시멘트 바닥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씨앗이 되고 불씨가 될 것”이라고 공무원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16명의 공무원노조 중앙단식농성단이 단상에 올랐다. 9일째 단식을 진행중인 오봉섭 농성단장은 “지금 1,300여명의 민중들이 농성하고 있는 여의도는 민중의 분노와 함성이 하늘을 찌른다”며 남은 1주일(임시국회 회기) 동안 싸워나가야 할 것이며 “16명의 중앙단식농성단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함께 하겠다”며 결의를 표했다.
“경찰청고용직노조 조합원들도 같은 식구”
오봉섭 농성단장이 발언을 하고 있을 때 대오 가운데로 경찰청고용직노조 조합원들이 들어섰다. 결의 대회 사회를 맡은 천인덕 대협실장은 “우리와 같은 식구들”이라며 “끝까지 함께 싸우자”고 경찰청고용직노조 조합원들을 소개했고 공무원 조합원들도 힘찬 박수로 이들을 맞이했다.
이어 인천본부 남동지부의 투쟁사례가 보고됐다. 현재 인천 남동구는 중앙정부의 탄압에 한 술 더 떠 구청장과 부구청장이 공무원노조를 탄압하고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날 보고된 내용에 의하면 남동구청장은 단지 투표에만 참여한 조합원들을 감봉 3개월이라는 중징계에 처했을 뿐 아니라 경징계를 받은 조합원들을 다시 중징계 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서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밝히자면 밀양여중생집단성폭력 사건 수사과정에서 피해학생들에게 폭언을 해 전국적 물의를 빚은 경찰이 받은 징계는 감봉1개월에 불과하다. 심지어 지부 사무실 주위에 CCTV를 설치해 놓고 정보과 형사가 구청에 버젓이 들어와 CCTV화면을 보며 출입자를 감시하고 있다고 박종면 인천남동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밝혔다.
거대 양당, 공무원노조 특별법 통과시키기로 합의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과 정영숙 한국노총 조직본부장도 연대 발언에 나섰다. 특히 정영숙 한국노총 조직본부장은 “공무원조합원들이 이제는 변혁의 주체”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자”며 투쟁적인 연설을 했다.
노명우 서울본부장의 아내인 황선주씨의 편지 낭독을 끝으로 이 날 결의대회는 끝이 났다. 집회를 마친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같은 자리에서 연이어 진행된 전국경찰고용직노조의 조합원 결의대회 및 간부 삭발식에 그대로 참가했다.
한편 제종길 열린우리당 의원과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은 공무원 조합원들의 집회가 벌어지고 있던 22일 오후 간사회의를 열어 23일 오후 환노위 전체회의를 열어 공무원노조 특별법을 상정해 통과시키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공무원노조 총력투쟁위원회는 당초 23일까지 진행할 계획이던 단식농성을 임시국회가 끝날 때까지 연장해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 사람들
우영숙 인천본부부평지부 수석부지부장
미디어참세상은 특별법저지결의대회가 시작되기 직전 우영숙 전국공무원노조부평지부 수석부지부장을 만났다. 19명의 파면자를 포함해 36명의 조합원이 징계된 부평지부는 현재 지부장의 부재로 우영숙 수석부지부장이 지부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인천본부내 최대 규모의 징계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부평지부는 구청의 징계에 맞서 파면장을 작성해 구청장에게 전달하고 구청 여기저기에 부착하는 등 당찬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파업이 마무리 된 이후 부평지부의 투쟁의 경과는
-파업 이후 인천 7개 지부에서 51명 파면자를 포함해 79명이 징계를 받았다. 그 중 부평지부의 파면자가 19명이고 징계자는 총 36명이다. 구청장은 우리가 강서지부로 찍혀서 정부에서 특별 관리한다고 말하곤 했다. 현재 징계자를 중심으로구청을 둘러싸고 피케팅, 출근투쟁 등을 하고 있다. 구청장에게 파면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파와 라면을 붙인 파면장을 구청장실에 부착 해버렸다
징계자가 대량으로 발생한 것은 양면적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분노로 인해 투쟁수위가 높아질 수 있는 반면 조합원들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었을 텐데
-대량징계를 통해 오히려 조합의 입장이 강화됐다. 징계자들은 8시에 출근해서 5시까지 구청 주위에서 싸우고 징계를 받지 않은 일반조합원도 분노로 인해 똘똘 뭉치고 있다. ‘파면자들을 내가 먹여 살리겠다‘고 나서는 조합원들도 있다.
허성관 행자부 장관 패러디 포스터에 대해 정부가 강경대응하고 있다
-처음에는 분노했는데 이젠 웃음밖에 안 나온다. 공무원노조가 저 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반증 아니겠나
어제 거대 양당이 야합한 결과 공무원노조특별법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는 역사적 사명감으로 노동3권을 요구하고 있다. 지혜가 부족한 탓이지 투쟁이 부족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안타깝다
패러디포스터 건으로 외려 허성관 장관의 정부 내 입지나 대통령의 신임이 높아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실 그런 우려 때문에 내부적으로 논의를 했다. 공무원노조의 반대 때문에 신임이 높아진다면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그 사람을 경질 안 하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사람이 역사의 오점을 남겼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