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힘으로 곰두리 봉사회 물리쳤다

정립회관, 혹한에도 200여 명 연대 단위 정문 사수


연일 최저기온을 갱신하는 날씨라도 강고한 연대활동으로 투쟁의 힘을 얻는다. 23일 점거농성 185일차, 파업 투쟁 183일차에 이른 23일 정립회관 농성장에 곰두리 봉사회의 재침탈이 예고 돼 긴장감이 높아졌다. 지난 9월 곰두리 봉사회에 의한 폭력 침탈을 겪은 장애인들과 파업대오는 재차 침탈 예고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날 곰두리 봉사회의 진입 시도는 실패로 끝났고, 결국 자진 해산했다.

시설민주화 투쟁, 사회를 바꾸는 투쟁이다.

12월 30일 이사회를 앞두고 위기의식을 느낀 이완수 관장은 파업 사태 해결 이라는 명목으로 곰두리 봉사대와 광진구장애인연합회 등 6개 단체로 구성한 '정립회관 불법점거 대책 및 발전위원회'를 구성했다. 23일은 이 발전위원회의 발족식이 본관 앞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또한 발전위원회는 점거농성장 맞은편에 사무실을 차리고 현판식을 갖겠다는 계획을 갖고 성명서를 통해 '정립회관 사태와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는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1월 25일부터 보름동안 단식농성을 전개한 이후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와 면담을 진행하는 등 정립회관 사태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해 왔다. 그럼에도 이완수 관장은 공대위를 통한 사태 해결 보다는 무력으로 사태를 무마 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립회관 공대위는 "선전물 철거 하겠다는 것, 점거농성장 맞은편에 사무실 설치하겠다는 것은 엄연한 도발 행위이다. 또한 관장이 사주하고 있는 발전위원회의 출범을 어떻게 묵과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공대위는 "특히, 오늘 발전위원회에 참석하는 다수가 지난 9월 농성장을 침탈했던 곰두리 봉사대의 일원인 것을 확인했다"라고 설명해, 9월 침탈에 이은 또다른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23일 '곰두리 봉사대'의 집결이 전해진 11시부터 정립회관 정문 사수 투쟁이 시작되었다. 정문에 있는 접이식 철문을 닫고, 출입 확인된 차량과 사람만이 통과할 수 있도록 출입을 제한했다. 또한 그 철문 뒤에는 전동휠체어의 지체장애 장애인들이 구사대 역할을 했고, 그 뒤에 집회 참가자들이 대열을 정비하고 입구를 막아 섰다. 그리고 정립회관 민주 경영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는 오후 1시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장애인이라고 다 착한 거 아니다

박경석 공대위 대표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가진 놈들의 행태는 같다. 권력과 기득권을 가지고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착취 해 부를 챙기려 한다. 바로 정립회관에서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장애인을 이용해 자신의 부로, 사회적 명예로 치장하려는 가진자들의 음모를 박살내야 한다"며 시설민주와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정립회관 투쟁의 의의를 강조했다.

1시 50분 경 1차 결의대회를 마무리 하려 하자, 정립회관 입구 경사로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곰두리 봉사회와 발전위원회 발족식 참가자들이 일제히 정문을 향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접이 철문이 열려지고 곳곳에서 언쟁이 이어지는 등 긴장감이 높아졌으나, 경찰병력 투입으로 인해 대치 상황은 종료 됐고, 곰두리 봉사회는 다시 언덕 밑으로 내려가 재차 진입을 시도하며 '항의'를 계속했다.

언쟁이 되는 가운데, 발전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는 한 장애인은 "난 싸우러 온 게 아니다. 발족식에만 참석할 거다"라고 설명했지만 갑자기 "저기 민주노총이 왜 있냐? 나오라고 해라"고 흥분하며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공대위와 연대단위의 정문 사수투쟁은 곰두리 봉사회와 발전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하려던 사람들이 자진해산 할 때까지 계속됐다. 대치 상황 중에 전국증권산업노조 우리증권지부 100여명의 파업 대오가 도착해 열렬한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희범 서울경인사회복지사노조 위원장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지금까지 버티며 같이 투쟁해 준 동지들, 오늘의 이러한 연대 투쟁이 정말 감동스럽다. 동지들의 연대가 없었다면 오늘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라며 '시설민주화 투쟁에 지속적인 연대 투쟁'을 호소했다.

정립회관 주변의 배치 병력까지 철수된 오후 4시경 이날의 마무리 집회가 진행됐다. 집회 중 276일 전면 파업을 맞고 있는 금강화섬 문선대 '세상속의 외침' 1인의 문선 공연은 집회 대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또한 파업 18일차의 우리증권 파업 대오와 전체 집회 참석자들이 '바위처럼' 율동을 함께 하며 흥겨운 분위기 속에 집회가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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