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뚜껑이 열렸다'

교육, 농업 시장 개방, 스크린쿼터 등 다시 쟁점으로 부상
미국, "농업, 스크린쿼터 등 진척 있어야 FTA 할수 있다"

3일 한-미FTA 제1차 사전 실무 점검협의가 개최됐다. 이번 협의는 한-미BIT를 대신해 한-미FTA 체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해석되 향후 교육, 법률, 농산물, 스크린 쿼터 등 BIT의 핵심쟁점들이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미국에게 손해날 장사 아니다. FTA하자

미국이 BIT 대신 FTA로 방향을 선회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가 FTA 체결에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것에 대한 신뢰 그리고 아셈, 멕시코, EFTA 등 다국가들과의 협상 확대와 그 협상내용이 구체화되면서 미국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한-미FTA를 통해 한국을 발판으로 동남아시아 진출의 발판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또 한 축으로 FTA 체결을 요구하는 미국 내 여론을 들 수 있다. 3일 한국무역협회는 "미국 최대의 제조업체 단체인 전미제조업협회는 미국 정부에 정책 건의를 통해 한국, 인도, 말레이시아, 이집트, 뉴질랜드 등 5개 국과 우선적으로 FTA 협상을진행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전미제조업협회는 정책 건의서에서 미국이 한국에 공산품을 연간 백80억 달러를 수출하고 있어 한미 FTA가 체결되면 미국의 수출이 25%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쟁점에 대한 진전 없인 FTA 없다?

외교통상부는 한-미 1차 사전 실무점검 협의 결과에 대해 "양측 모두 1차 협의가 본격적인 FTA 협상 출범을 전제로 하지 않고 진행된다는 것에 이해를 같이 했고, 차기 협의는 3월말 경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협의 과정에서 미국 측은 "양국간 FTA 관련 제도, 절차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이외에도 농산물, 지재권 및 스크린쿼터 등 양측 주요 현안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만 한-미FTA에 대한 미국 내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입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실무점검협의에서 양측은 상호 FTA 관련 제도 및 절차에 대한 의견교환뿐만 아니라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의 내용을 공유했다. 외교통상부가 공개한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 주요 내용' 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과 FTA를 채결할 경우 대미 총수출이 35-46억 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정재화 무역협회 FTA팀장은 "자동차 4.1억 불, 전자제품류 4.0억 불, 섬유 1.9억 불 등 대미 수출이 증가할 것이고, 농산물의 경우 10.0억 불 정도 대미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무역협회는 510개 무역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한-미FTA 필요성에 대해 33%가 높은 찬성을 표명하며, 75% 긍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섬유, 가전산업이 찬성을, 농업, 제약 산업에서 반대한 것으로 한-미FTA 체결에 따른 산업적 영향이 선호도로 직결 되 나타났다.

스크린쿼터, 협상의 걸림돌로 내몰아선 안돼

FTA에서도 한-미BIT를 저지시켜냈던 그 쟁점들이 그대로 계승 될 뿐만 아니라, 쟁점 대상들도 더 확장된다. 스크린쿼터(연간 164일 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수 축소 또는 폐지), 농산물(과실류, 쌀시장 개방, 육류 등 추가 개방), 서비스(교육, 법률, 의료시장 개방)등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FTA의 경우 상품 교역 뿐만 아니라 투자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협정이기 때문에 스크린쿼터는 역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모 일간지에 보도된 '스크린쿼터 일수 축소'와 관련 해, 지난 12월 28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어떠한 외부압력이 있더라도 통상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정당한 문화정책인 스크린쿼터를 지켜나갈 것”이라며 스크린 쿼터 사수의 의지를 다시 밝혔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스크린쿼터가 한미투자협정 협상의 쟁점으로 부각됐던 98년부터 최근까지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이미 언론에서는 스크린쿼터를 '협상의 장애물'로 지목했다.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 28일 "한-미FTA에 있어 스크린쿼터가 시급히 해결되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고, 웨인 첨리 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또한 "BIT 협정에 스크린쿼터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6월 제주도에서 통상장관회의가 있기 때문에 적어도 4월까지는 스크린쿼터 문제는 해소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1차 협상 이후에는 미국 측의 입을 빌어 '스크린쿼터를 비롯한 통상현안'들에 대한 선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언론과 협상의 지형은, 한미BIT협상 저지의 성봉장 역할을 했던 스크린쿼터에 대한 발목 잡기, 전체 한-미FTA 협상을 반대하는 주체들에 대한 사전 정비작업으로 해석 될 수밖에 없다. 한-미FTA는 협상 시작에 대한 시일의 차이만 있을 뿐, 협상이 기정 사실화 됐다. 이제 공은 해당 주체들에게 넘어 온 것이다. 공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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