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그을리고 오그라들어 죽어갔지만 너무 이쁜 내 동생, 뒤늦게 철들어 잘 해주려고 했는데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힘들면서도 오빠 졸업은 내가 시켜주겠다고 다짐하던 너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을 멈출 수 없구나. 미안하다 내동생.... 살아있을 땐 한번도 말해주지 못했지만, 사랑한다. 너무 보고싶은 내 동생아"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으로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은 오빠는 끝내 말 끝을 흐리고 말았다.
"내 딸아, 내 딸아.. 나를 두고 어딜 가느냐"
지난 27일 하월곡동 성매매 업소 집결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5명의 성매매 여성의 장례식이 화재현장에서 4일 오전 열렸다. 이 자리는 유가족과 여성단체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눈물과 울부짖음이 가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검게 그을린 화재 현장에 차려진 분향소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성매매 여성들의 사진과 국화꽃이 올려졌다. 죽어서야 성매매를 벗어난 여성들을 추모하는 진혼 살풀이 춤이 진행되자 유가족은 "내 딸아, 내 딸아.. 나를 두고 어디를 가느냐"며 울부짖었다.
이번 화재 사건을 안타까워하며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유가족'도 글을 보내왔다. "또 다시 제2의 군산 개복동 사건과 같은 참사가 발생하여 가슴이 너무나 아픕니다. 너무도 귀여웠고 다정다감했던 동생을 머나먼 군산까지 가서 한 줌 재로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불 속에서, 연기 속에서, 죽음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숨이 멎을 때까지 고통을 생각해보세요. 이제 더 이상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라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전달했다.
성매매는 폭력이며 성적착취다
장례식에 참석한 이경숙 국회여성위 집결지참사진상조사단 위원장은 "군산 개복동 참사를 잊기도 전에 우리는 또 잔인한 봄을 맞이했다"며 이미 예상되었던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추도사를 시작했다. "쇠창살이 있어야 인권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냐, 왜 성매매를 폭력으로, 성적착취로 보지 않느냐. 더 이상 죽어야 성매매를 벗어날 수 있는 딸들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며 성매매 여성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도했다.
이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경찰은 강금 상태가 아니었다고 얘기하지만 창문 없는 좁은 방, 한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ㄷ'자 통로, 합판으로 가려져 있던 문.... 이것이 강금이 아니고 무엇이냐"며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또한 "성매매 여성들은 성매매 특별법 이후 다른 살길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며 성매매 특별법과 더불어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과 성매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더 이상 여성들을 죽이지 말라!
장례식 참가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은 성매매 여성의 인권보호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관할 경찰서가 성매매 피해여성의 절박한 구조요청에도 부적절하게 대응하고, 소방당국은 지금까지 성매매 업소들이 무허가 건물이라는 이유로 화재에 대한 사전예방 및 사후 책임을 전혀 지지 않으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성매매 여성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책임있는 대화조차 회피하고 있는 서울시와 성북구청, 소방당국을 비판하고 책임을 방기한 관련 책임자들을 모두 조사하고, 엄중 처벌할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이제 더 이상 우리의 딸들이 인권유린과 착취를 당하면서 죽어가지 않도록 이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폭넓은 종합지원대책을 수립하고, 법집행을 강력하게 하는 등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촉구하였다.
장례식이 진행되는 주변에는 마스크를 쓴 성매매 여성들이 나와 행사를 지켜보았다. 이 여성들 중에 몇몇은 "성매매 방지법이 우리를 다 죽였다"며 울부짖기도 하고,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피켓을 들고 있기도 하였다.
이후 운구차는 벽제 화장터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