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본고사 부활하나

“2008년도 대입, 논술 비율 60%로 올리겠다”

수능 자격 고사로, 논술 비중 20% → 60%

서울대는 2008년도 대학입시부터 논술고사의 비중을 대폭 올리고 수능은 자격고사화한다. 29일 서울대의 발표에 따르면 2008년도 대입부터 현행 내신(40%), 수능시험(40%), 면접 및 논술(20%)에서 내신은 40%로 유지하고 수능이 0%가 돼 면접 및 논술 비율이 60%로 늘어나게 된다.

결국 내신 대 논술의 비율이 1 대 3이 된다는 얘기다. 서울대는 이 같은 방안이 1, 2학년 때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이라도 자신의 노력에 따라 대학 진학의 길을 열어 놓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이종섭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논술형 본고사의 비중은 고등학교 내신 성적에서 3등급 정도의 차이를 논술 본고사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본고사 도입하나

하지만 이는 2008학년도 이후 입시부터 현재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신의 실질반영 비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교육부의 방침과는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또 내신 비율은 현행이 유지되면서 논술 비중만 올라갈 경우 상대적으로 내신이 중요해지지 않으므로 특수목적고나 강남 지역 학생들은 내신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

이번 방안이 결국 본고사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서울대 고위 관계자는 "교육부가 금지하는 본고사는 국·영·수 중심의 필답고사 형태"라며 "본고사는 지양하되 학생의 학업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논술시험 형태를 개발해낼 것"이라고 대답했다.

교육부도 서울대의 발표가 기여입학제, 본고사, 고교등급제 금지 등 이른바 3불정책을 위반하는 것은 아닌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일단은 구체적인 시험 유형을 보고 판단하자는 입장을 내비쳤다.

“서울대가 온 나라를 사교육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것”


그러나 서울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서울대 입시 개편방안은 본고사 부활에 다름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철호 범교육국민연대 사무처장은 “대학별 고사라는 것은 말 그대로 각 대학별로 선발 시험을 따로 보겠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이러한 대학별 고사를 ‘논술’이란 말로 대체하고 있을 뿐 실제로 본고사를 보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철호 사무처장은 이어 “본고사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논술 시험에서도 문제 빨리 풀고 암기하는 능력이 포함된다”고 지적하고 “서울대가 본고사를 부활시키면 온 나라는 사교육 광란의 도가니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의 본고사 도입은 우리나라 대학 전체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서울대의 방안에 따라 대학별 전형이 생긴다면 지금도 심각한 사교육 문제가 더욱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이철호 사무처장은 “현재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학교 수업으로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내신 영역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별 전형이 도입되면 대학별 맞춤형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것이 불 보듯 뻔하고 아이들은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서울대 입시안이 또 다른 사교육 광풍을 몰아 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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