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투쟁하는 노동자다”

[인터뷰]노동자대회에서 만난 사람.사람.

1일 노동절 집회가 열린 광화문에는 미묘한 긴장이 감돌았다. 무대에 오른 양 노총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대표, 비정규연대회의 의장이 비정규법안을 두고 조금씩 다른 내용의 발언을 했지만, 엇갈린 발언들은 한결 같이 ‘비정규직 철폐’ 구호로 마무리됐다.

무대 앞은 2만 여명의 노동자들로 가득했다. 노동자대회 한 가운데서 그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피켓을 흔들며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그들 중 ‘노동자’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만났다. 노동기본권조차 보장 받지 못하는 이른바 특수고용노동자들과 이주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학습지교사 노동자성 인정하라"
-박대순 전국학습지산업노조 구몬 지부장

학습지노조 관련 현안은

눈높이 대교의 부정영업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가장 심각한 문제는 통신입회다. 통신입회란 사측이 선생님들의 학습을 강화하겠다며 어학학습 가능 제품(PDA 등)을 강제로 사게 하고 입회하게 만드는 것이다. 회사는 이 통신입회를 통해 40억원에 달하는 폭리를 취하고 있다. PDA를 사지 않겠다고 밝힌 한 선생님이 해고 위협을 받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회사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해고 된 교사만 해도 30여 명에 이른다.

구몬의 상황은 어떤지

이정연 씨가 지난해 스트레스 과로로 숨진 후에도 구몬의 부당영업은 계속되고 있다. 계속해서 ‘가라’ 과목을 만들어 교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가라’라는 게 정확히 어떤 뜻인가

실제로는 존재 하지 않는 과목, 즉 회원을 계속 명단에 유지시키는 걸 말한다. 이런 가라 때문에 납부되지 않는 회비를 교사들이 대납하게 하는 것이다. 실적을 높이기 위해 회사에서 가짜 과목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고, 그만두는 아이들이 생겨도 명단에 이름을 계속 남겨둔다. 이런 걸 두고 ‘휴회홀딩’이라고 한다. 가라 때문에 비는 회비를 선생님들이 빚을 져서라도 막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빚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허다하다.


이정연 씨 사망 후 사측의 반응은

1년 동안 사측이 아예 교섭 안 해주고 있다. 노동자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교사의 경우도 업무상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사망으로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특수고용노동자는 현행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산재신청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산재 싸움을 계속 진행 중이다.

학습지 노조는 지금 어떤 식으로 구성돼 있고 어떤 싸움 만들어 가고 있나

현재 학습지 노조는 앞서 말한 대교와 구몬 외에도 웅진, 프레벨, 한솔 등이 함께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여러 학습지 노동자들을 조직해서 묶으려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학습지 노동자의 문제는 단위사업장에서 풀어질 수 없다. 따라서 산별로 연대해서 제도 개선 싸움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게도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115주년 노동절은 비정규법이 최고의 화두인 것 같다. 특수고용 노동자성 인정 문제도 얽혀있는데, 최근 노사정 협상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사회적 교섭 자체에 반대한다. 지금은 교섭할 만한 여건도, 국면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정규 문제로 교섭을 하려면 정부나 재계가 서로 양보할 자세가 되어 있고, 비정규 문제를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고민할 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과연 그러한가? 정부와 경총은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가졌는데 지금의 협상 테이블에서 얻을 것은 없다고 본다. 합의가 거의 이루어졌다고 하는 동일임금 동일노동 문제만 놓고 봐도 알 수 있다. 합의가 도출됐다고 해도 자세히 놓고 보면 경총 쪽에서는 세부 사항을 계속 달려고 한다. 이런 세부 조항들 때문에 나중에는 합의 자체가 의미 없어질 게 뻔하지 않은가.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비정규 보호 운운하는 정부와 재계의 의도를 폭로하고 싸움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정부와 재계는 대화의 상대가 아니다.

“한국 노동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날 왔으면"
-핫심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조합원

메이데이 참여는 처음인가?

작년에도 왔었다.

작년과 변화된 점은 있는가?

한국의 노동조합들이 많이 들어주고 연대도 하고 많이 달라졌다. 아무래도 언론 매체에서 우리 이야기를 많이 다뤄주고 있어서 그런 것같다.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강제추방반대와 이주노동자, 노동비자 쟁취, 사업이동자유를 원한다.

사업이용이 쉽지 않은가?

아프거나 회사 일이 어려워 못하게 돼서 사업장을 이동하고 싶어도 사장 허락을 받아야 한다. 사장이 허락하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다.

요즘 이주노동자들의 투쟁방식은 어떤가?

불안해서 밖에 잘 안다니려 한다. 직접 나서서 하기도 그렇기 때문에 주로 연대를 통해 우리의 뜻을 전한다. 지금도 많은 시민단체들이 우리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너무 고마운 일이다.

노동절에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같이 연대하자. 같이 투쟁하자. 하루 빨리 편하게 한국노동자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총파업으로 끝까지 싸우겠다”
-심완식 전국건설운송노조 덤프연대 조직부장

오늘 분위기 어떤가?

좋다. 단합된 모습 그 자체가 너무 좋고 만족스럽다. 계속 이렇듯 단결해 투쟁했으면 좋겠다.

덤프연대가 요즘 많이 어렵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힘든가?

과적차량이 아닌 덤프트럭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건설업체 측이 원하는 것이다. 짐을 많이 실으면 운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우리도 적정 양만 싣고 운행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과적차량으로 단속에 걸리면 차주만 처벌을 받는다. 그 벌금액도 장난이 아니다. 최하 50만원에서 최고 200만원까지 벌금을 물리기 때문에 억울할 때가 많다.

거기다 요즘 기름값은 또 얼마나 많이 올랐는가!! 그래서 정부에서는 유가인상을 적용하여 운반단가를 43만원으로 올려 받으라고 하지만 건설회사에서 그렇게 안한다. 사실상 우리는 고작 (운반단가) 30만원만 받고 일하고 있다.

또한 15톤 덤프트럭 한 대값이 6800~7000만원이다. 이를 운전기사 개인이 할부로 끊어 구입하는데 그것도 매달 130~170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니 한 달에 최소 200(만원)은 되어야 본전인거다.

중간하도급도 문제라고 들었다.

기업과 우리 사이에 적어도 2~4개의 중간 하청업체가 있다. 중간에서 다 깍아먹고 우리에게 들어오는 것은 어음인데 그 어음이 우리에게 무슨 필요가 있느냐. 결국 못 받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도급의 대금 채불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요즘 사회적 교섭이 한창인데 어떤 기대를 하고 계신가?

기대는 무슨. 말을 들어줘야 대화를 하는 거 아니냐. 들어주지도 않는데 무슨 대화냐. 싸워서, 투쟁해서 쟁취하는 거다. 우리는 그런 기대 안한다.

그렇다면 덤프연대의 투쟁방향은 어떻게 되느냐?

오늘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될 때까지 해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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