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두발자유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인권수호전국네트워크 아이두넷과 두발자유화를위한학생운동본부는 두발자유화를 요구하는 청소년 거리축제와 촛불시위를 기획하고 있다. 지난 주말 내신등급제 반대 집회에 이어 청소년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는 집회에 관련해 대책회의를 여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중고교 교사와 본청 장학사 등 1128명이 집회에서 현장지도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가인권위, "학생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닌, 한 명의 주체"
이렇게 두발자유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인권위는 '학생 두발제한의 인권적 쟁점과 대안'이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학생 인권 현안에 대한 첫 토론회로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인적자원부 등 주체들이 모여 두발제한의 인권적 쟁점에 대해 논의했다. 사회자로 나선 박찬운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국가인권위는 기본적으로 어린이를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보지 않는다. 아동, 청소년 모두 독립적 주체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인권위는 이런 원칙을 가지고 학생 인권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두발자유화 문제 뿐 아니라 다양한 학생인권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고 토론회를 개최한 인권위의 기본입장을 설명하였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현재의 강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두발단속의 문제점에는 모두 동의했으나, 교육적 측면으로서의 두발 규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기도 하였다.
학생들, "두발규제는 신체의 자유를 위협하는 인권침해"
▲ 이준행 청소년 포털 idoo.net 웹마스터 |
이준행 웹마스터는 "학생은 관리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주체임에도 학교는 권위적 태도로 학생을 지배하려고 하며 이것은 군대와 교도소에서 두발규제를 하는 이유와 같은 것이다"고 비판하고 △학칙 내 인권침해규정 즉각 삭제 △학생인권보장원칙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으로 법제화 △학생회 자치권 법률 보장 △학생회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준행 웹마스터는 '두발제한폐지서명운동' 캠페인 사이트에서 학생들이 직접 제기한 25개의 학교의 규정을 모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자료는 교사재량으로 이루어지는 단속 사례들이 주를 이루었으며, 학생회와의 토론회를 거쳐서 규정을 만든 모범사례도 있었다.
이어 정재우 대한민국 청소년의회 1대 서울의원은 "두발 규정은 현대판 주홍글씨"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현실성도 없는 규정과 이 규정은커녕 선생님들의 주관으로 이루어지는 단속은 명백히 인권침해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교에서는 교육적 측면으로 두발규제가 필요하다고 얘기하지만 학생들을 규격화 시키고 사회적 틀 속에 가둬놓으려 하는 것이다. 머리카락 길이로 인간을 규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교사들, "교사들 인권교육 받아야" vs "두발단속, 교육을 위해서는 필요하다"
학교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도 직접 자신들의 의견을 밝혔다. 전교조 소속 김영삼 대신고 교사는 "두발 문제와 관련한 논의의 장에서 교사는 솔직히 괴롭다"며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하지만 임기응변식이 아닌 원칙과 기준을 분명히 세우는 사회적 합의과정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김영삼 교사는 "두발자유화의 문제는 인간의 기본권의 입장에서 다가가야 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명확히 요구하고 있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기본권과 UN아동권리협약을 기준으로 이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 UN은 입시교육이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두발·용의 복장 규정의 시정을 권고하였다"며 "우리의 현실에서 UN의 시정 권고에 부합하는 원칙과 기준 마련에 나서는 것은 우리에게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교사들을 위한 인권교육 매뉴얼과 예비교사 양성과정에서의 인권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인권을 교육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교육을 위한 대책이 시급함을 호소했다.
▲ 두영택 남성중학교 교사 |
교육인적자원부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나온 박교선 교육인적자원부 학교정책과 교육연구사는 "교육부는 2003년부터 생활지도 방향을 '학생의 인권·자율·책임중시'로 설정하고, 학교생활규정을 각급 학교에서 공동체 구성원들의 합의에 따라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권과 자율은 존중하고 보호하되, 아울러 학생들의 책임의식 및 규정과 질서를 준수하는 의식 또한 제고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토론회에 참석한 박김형준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교육인적자원부가 말하는 자율은 오히려 인권침해의 현장을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며 비판하고 "교육부는 두발단속 뿐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가해지는 인권침해상황들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학생이 핸드폰카메라로 찍었다는 두발단속 현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