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협박·감금·미행으로 노조결성 3일만에 18명 탈퇴, 나머지는 해고

신세계 이마트가 노조를 탈퇴하지 않은 노동자 3명을 결국 해고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오는 7월 계약이 만료되는 비정규직에 '불과'하다. 조금만 기다리면 그냥 '정당'하게 계약해지를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마트는 무리하게 징계해고를 감행한 것이다.

노조에 대해 신세계 이마트가 보인 반응은 가히 히스테리에 가까웠다. 그러나 신세계 이마트는 매우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노조를 파괴시켰고, 결과 또한 만족스러웠다. 이들의 부당노동행위는 초법적이었지만 노조원들을 회사에서 격리시키는 데에는 법률적인 뒷받침이 따랐다.

지난 9일 해고된 3명의 노조원들과 신세계 이마트에는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노조는 절대 안 된다. 이병철 회장의 유언이다"

민주노총 경기일반노조의 도움을 얻어, 이마트 수지점에서 일하는 22명의 캐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직원이 정당하게, 사람답게 인정받아야 보다 나은 고객 서비스가 보장된다"며 이들은 노조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맡언니인 최옥화 씨를 분회장으로 선출했다. 노조를 만들면 단체협약도 체결할 수 있고, 회사측에 임금인상이나 주5일근무에 대해서도 요구해 볼 수 있다는 희망에서다. 그러나 이마트가 보인 반응은 이들의 예상을 넘어섰다.

회사가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바로 면담이었다. 창립총회가 시작된 시간은 오전 10시. 사측은 오후 2시경부터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가리지 않고 캐셔노동자들을 한명씩 불러서 면담을 진행했다.

"고객이랑 상담하는 방이 있어요. 4명 이상은 들어가기도 힘든 좁은 방인데. 자칭 상무라고 소개하는 사람들이랑 그런 곳에서 하루 4-5시간씩 면담을 했어요. '노조가입은 왜 했냐' '집안 문제에 외부세력은 왜 끌어들이느냐' 화장실을 가겠다고 계속 얘기해도 안 되고 네 번 만에야 갈 수 있었어요."

지난 9일 해고된 바 있는 고경희 씨는 고통스럽게 면담과정을 떠올린다. 이마트는 '우리회사에서 노조는 절대 안 된다. 그건 고 이병철 회장의 유언이다.'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회사는 밤늦게까지 면담을 진행했다. 12시가 퇴근시간이었던 캐셔노동자들은 새벽 2시까지 전산실에 억류되었다. 감금되어 있던 조합원들의 연락을 받고 간 노조 관계자들에게도 사측은 '아무도 없다'며 거짓말을 했고, 결국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조합원들을 풀어주었다.

  노조원을 미행하고 있는 보안요원 [출처: 경기일반노조]
최옥화 분회장의 경우엔, 퇴근후 회사측의 미행을 당했다.

"차를 타고 퇴근하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보니까 차 한 대가 계속 쫓아오는 거에요. 그래서 영화에서 보듯이 집근처를 빙빙 돌다가 기회를 봐서 주차장으로 들어갔죠. 차 시동을 끄고 2시간인가를 가만 앉아 있었어요. 우리 아파트촌은 진입로가 어려워서 처음 온 사람들은 입구를 찾기가 힘들어요. 다행이었죠."

면담은 탈퇴서에 도장을 찍을 때까지 몇일이고 계속됐다.

"언니 빨리 탈퇴해야 돼"

둘째날부터는 임시로 고용된 듯한 자칭 '보안요원'들이 조합원들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캐셔 한 명당 여성 2명과 남성 1-5명 가량으로 구성된 이들은 매장내에서, 락카룸에서, 화장실까지 조합원들을 쫓아다니며 심적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종란 씨의 경우 계산대 앞과 옆에 늘어선 보안요원들의 시선에 당황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고, 이내 보안요원들에 의해 매장에서 끌려났다.

"낯선 보안들이 둘러서서 감시를 하는데 머릿속은 하예지고 당황해서 눈물이 나오는 거에요. 손님들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겠죠. '무슨 일이야..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 왜 울어요?' '이 감시하는 눈들 좀 보세요. 보이시죠? 제가 노조에 가입했다고 절 이렇게 감시합니다.'라고 하소연했어요. 그 낯선 보안요원 중 한 명이 당장 나오라고 그러는 거에요. '수지점 사람도 아닌 사람이 왜 참견이에요. 여긴 내가 일하는 곳이에요.'라고 말하니까 여러명이 달려들어서 저를 손님들 앞에서 질질 끌고 갔어요."

3일째가 되자 사측은 조합원들의 집에 밤늦게까지 s/v(supervisor, 캐셔들을 관리하는 정규직 사원)와 낯선 보안요원들을 보냈다.

"한 언니는.. 나이가 많은 언니인데. s/v가 '문 잠깐만 열어줘요. 물 한 잔 주세요'라고 얘기해서 문을 따니까 정체불명의 남자 두 명이 집안까지 들어 온 거에요. 언니가 안방으로 숨어서 '당신들 나가기 전엔 한 발짝도 안 나간다고' 소리를 질러서 돌아갔대요. 그 언니가 나중에 최옥화 분회장님 집에 와서 두려움에 쫓겨서 '언니 빨리 탈퇴해야 돼'라고.. 어떤 천문학적인 손배 얘기를 했는지, 점포폐쇄로 겁을 줬는 지 몰라두요."

신세계 이마트는 삼성계열사에 다니는 가족과 친척들도 동원했다. 최옥화 분회장의 말을 들어보자.

  최옥화 분회장(왼쪽)과 이종란 조합원 [출처: 경기일반노조]
"조합원 중에 한 명은 삼성에 다니는 친척의 상사가 찾아와서 그냥 말없이 앉아 있다가 가더래요. 다음날 결국 탈퇴서를 냈는데 나중에 그 조합원한테 문자가 왔어요 '언니 너무 미안해'."


고경희 씨의 경우엔 경찰청에 다니는 오빠에게 전화를 받았다.


"경찰청에 근무하는 오빠한테 전화가 왔어요. 지금 당장 탈퇴하라고. 너무 놀랐죠. 세상에 노조에 가입했다는 얘기는 식구들한테도 알리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그래. 오빠한테 무슨 피해라도 간데요?' 오빠가 하는 말이 외부에서 계속 전화가 온다는 거에요. 또 오빠 직속상관이랑 외부사람이 같이 면담요청을 한다는 거에요."

노조 결성 3일만에 18명 탈퇴, 나머지는 해고

이렇게 창립총회 3일만에, 조합원 22명 중 18명은 탈퇴서를 제출했다.

이마트는 끝까지 노조를 탈퇴하지 않은 4명 중에서 이종란 씨에게는 징계해고(12월 25일 자택대기명령, 28일 징계해고)를, 최옥화 분회장과 고경희, 이명희 씨에 대해서는 정직 3개월을 내렸다.(1월 5일)

사측의 면담이나 지속적인 감시로부터 벗어나 조금은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3개월의 정직기간이 끝나고, 지난달 17일 3명의 조합원은 복직이 됐다. 회사는 복직후 3일동안 교육을 실시했는데, 그 내용은 성희롱 예방교육과 안전관리교육 등이었고 마지막 시간에는 반성문을 요구했다. 복직후 4일째 되던 날엔 업무에 배치되었으나, 매장 내에서는 아무도 이들에게 말을 시키지 않았고 밥도 혼자서 먹어야 했다.

"복직하고 나니 전처럼 보안요원들이 눈에 띄게 쫓아다니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캐셔들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고,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면 TV만 보고 있거나 화제를 바꿔버렸죠. 우리가 깜짝 놀란 건 대기실에 푹신한 소파랑 TV, 커피자판기가 있는 거에요. 예전엔 그냥 아무 할 일 없이 대기하던 곳이었는데."

지방노동위원회 심문회의와 휴무일이 지난 후인 25일, 이들은 다시 징계위원회가 개최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하루동안 일을 하고는 이들은 모두 해고됐다.

  노조설립을 포기하면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의, 이마트 판매본부장이 작성한 각서(좌)와 노조 분회장이 작성한 '억지로 강요된 탈퇴합의서에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증명
현재까지의 결과로 보아 매우 능률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이마트의 노조파괴공작은, 삼성에서 노조 결성을 시도했던 노동자들이 겪었던 경험들과 유사하다. 잘 알려진 바, 신세계는 97년 삼성에서 고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인 이명희 씨가 친족분리한 기업이며, 지금도 무노조 경영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신세계의 할인매장인 이마트에는, 이미 모든 노조원이 해고된 용인 수지점 외에는 노조가 없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위반하였습니다"

이들의 해고싸움은 어떻게 될까? 이마트가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복직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 수원지방법원은 이미 사측의 손을 한 번 들어주었다.

지난 3월 24일 수원지방법원 제30민사부(재판장 길기봉)는 신세계가 이마트 노조원 등 13명을 상대로 낸 '용어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 내용은 △이마트가 무자비한 (또는 파렴치하게) 노조탄압(또는 말살)을 하고 있다 △이마트는 무노조경영 이념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문구를 일반인에게 알리는 행위를 했을 경우, 1회당 50만 원을 회사에 지급하라는 것이다.

해고된 3인의 징계해직통보서를 보면 다음과 같은 사유들이 적혀있다.

"귀하는 회사의 정직3개월 징계처분에도 불구하고, 정직기간동안 또다시 노동조합활동이라는 미명아래 사원으로서 당연히 준수해야 하는 취업규칙을 다음과 같이 중대하게 위반하였습니다."

"특히 2005년 4월 4일에 kbs와의 인터뷰에서 "노조탄압과 인권유린을 당한것이 사실이다"이라고 말함으로써 법원의 가처분결정 1항의 나호및 다호에 위반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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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아아아아

    이 기사 보고 분노가 솟구쳐서 혈관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삼성 이 지랄같은 놈들, 용인 수지 이마트점 좀 가봐야겠네요.
    이 싸움, 길게 보고 반드시 승리합시다!

  • 이숙자

    나쁜놈들 이마트 콱 망해라

  • 무법천지

    팀장만해도 자기가 대통령인줄 착각한다니까
    마치 직원이 노예인량 에잇! 더러워서 아르바이트 때려쳐아지
    직원이 vip고객인걸 모르는 돌대가리놈들
    이 글을 읽자니 더이상 근무하기가 실땅
    끝까지 화이팅 하세여

  • 불매운동

    1등기업이라고 떠들어대드니 사람죽이는 1등기업이네
    파렴치한놈들 다시는가지말아야지
    이마트가 다른마트에비해 비싸고 살것두 없다

  • 자유인

    법원의 상식이하의 판결-용어사용금지-을 보며 이 나라는 법 위에 기업이 있슴을 알겠다. 용어사용금지!라니. 이 상상을 초월하는 삼성의 막강한 권력을보라. 또한 시키는대로 따르는 법을보라. 재판관은 법을 아는가? 아니면 금권의 달콤함을 너무 익숙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부끄럽고 분노한다. 이 나라와 권력과 자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