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비정규직을 다 죽여라"

뭇매 맞는 비정규투쟁 보다못한 비정규연대회의, 청와대 항의 집회

“화장실을 지어달라” “밥먹을 곳, 휴식할 공간을 지어달라” “단체교섭에 응하라”는 요구를 내 건 울산플랜트노동자들의 총파업이 62일 동안 보수언론과 공권력의 뭇매를 맞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한 비정규직노조대표자들이 급기야 청와대에 직접 항의를 하고 나섰다.

18일 오전 11시 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비정규연대회의)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떼기로 수백억의 불법대선자금을 전달하고 불법파견과 노조탄압을 일삼는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정권, “단체교섭에 응하라”는 소박한 요구를 내건 울산건설플랜트·현대차비정규·하이닉스매그나칩 비정규노동자들만 30여명 구속·수배시키는 정권인 노무현 정권에게 과연 ‘법과 정의’란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가“고 강하게 반문했다.

비정규연대회의는 또 지난 7일, 정부가 ‘노사관계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비정규직현안투쟁에 대한 강경대응을 시사한 것과 관련 “노사관계 대책 T/F는 군사독재시절 검찰과 안기부가 노동탄압을 진두지휘했던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부활시킨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비정규문제 해결해야 한다”고 얘기할 줄 알았지, 직접 비정규직 당사자들을 만나 고통과 절규를 들어본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는가“며 ”청와대에서 만나는 재벌 총수의 웃음 뒤편에 수백만 비정규직의 피눈물이 서려있다는 사실을 정녕 모르고 있다면 비정규노조 대표자들을 직접 만나 들어보라“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울산건설플랜트, 하이닉스매그나칩 등 비정규투쟁사업장에 대한 탄압 중단 △건설플랜트노조의 교섭요구에 불응하고 노조탄압 일삼는 사용자 처벌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에 대한 폭력탄압 중단, 경찰서장 해임 △기아자동차, 하이닉스매그나칩에 대한 불법파견 공정 재조사 실시 △불법파견 일삼는 원청 사용주 처벌,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원청사용자성을 인정 △덤프연대, 레미콘기사, 화물연대 등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3권 보장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아누아르 위원장 석방, 노동탄압 중단 등이 이들의 요구사항이다.

그러나 이들의 면담요구는 성사되지 않았고, 기자회견 후 이들은 항의서한을 찢는 것으로 항의집회를 마쳤다.
  17일 울산플랜트 노동자들의 집회 모습 [출처: 울산노동뉴스]

25주년 5ㆍ18을 맞아 정치권이 너나없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전만이 5ㆍ18 영령의 정신을 진정하게 계승하는 것”, “화해와 상생의 사회 민주화”를 운운하는 오늘. 가장 밑바닥에서 이 땅을 지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은 과연 그들이 말하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가”를 반문케 한다.

5월 18일 현재, 울산플랜트 노조 총파업 62일, 청주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천막농성 121일, 현대기아차 비정규직노동자 옥쇄파업 121일. 이들은 고공에서, 단식으로, 제 살에 불을 붙여, 지상에서의 뭇매를 맞아가며 투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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