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10월 중국출장을 명목으로 해외 도피에 나섰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곧 자진 귀국 할 것이라는 소식이 그의 측근들과 검찰 측으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한지 2주가 가까워 오고 있다.
이 와중에 ‘운동권’ 출신 ‘대우맨’들이 모여 김우중 전 회장을 재평가 하는 모임과 토론회를 추진하고 ‘세계경영포럼’을 결성한데 이어 여야 의원들이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
이어 대우개발이 소유하다가 싱가포르계 투자회사에 매각한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23, 24층의 문은 김우중 전 회장을 기다리며 5년이 넘게 일반인의 사용을 막으며 아직까지 굳게 닫혀 있었고 역시 김우중 전 회장을 기다리며 닫혀 있던 아주대학교 병원의 김우중 일가 특별 병실은 리모델링에 착수 했다는 어이없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런데 지난 4월 29일 대법원은 대우그룹 분식회계와 관련, 장병주 전 대우사장등 임직원의 유죄를 확정하며 총 23조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장병주 전 사장은 대우차 재무제표 작성 권한을 가진 대우이사로서 회계 분식에 대해 김우중으로부터 지시를 받았고, 김우중과 공모해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범죄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혀 김우중 전 회장의 책임을 명시했다.
인터폴 적색수배, 178개국 송환요청서 배포 아랑곳 없던 ‘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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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폴은 사기(Fraud)혐의로 김우중 전회장을 수배하고 있다 [출처: 인터폴 홈페이지] |
분식회계와 부당 대출 등의 혐의로 기소중지 된 수배자인 김우중 전 회장은 인터폴 적색 수배 명단에 올라 전 세계 178개 인터폴 회원국에 송환요청서가 배포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만 5년 7개월 동안 독일,프랑스, 태국, 중국, 베트남 동서양을 오가며 별 불편 없이 오가며 생활했다.
김우중 전 회장은 2002년 12월 한국 여권이 만료된 이후에는 프랑스 국적을 이용해 프랑스 여권을 발급받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우중 전 회장의 도피 이후 드러난 불법 양상은 천문학적 규모에 달한다. 김우중 전 회장이 41조원의 분식회계 처리, 9조2천억의 부당 대출, 20조원의 수출 대금을 해외 밀반출 한 것이 이미 드러났지만 구체적 액수는 김우중 본인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대우그룹 해체 이후 계열사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28조에 달한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귀국 추진에 대해 검찰에서 철저 수사를 공언하고 있지만 김우중 전 회장이 법대로 실형을 살거나 수십조원의 추징금을 물어 곤궁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 3월 문희상 열린우리당 당의장은 “김우중 회장이 광복절 사면복권 심사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혀, 여권에서 김우중 귀국 정지작업에 나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남긴 바도 있다.
전재산 29만원 뿐이라던 전두환과 닮은 꼴?
또한 4천억의 비자금 가운데 미납 추징금 1890억원을 내놓으라는 법원의 명령에 대해 ‘전재산이 29만원’이라고 응수 하고 있지만 아내와 아들 명의, 심지어 손자와 손녀 명의의 재산은 각각 수십, 수백억원에 달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처럼 김우중 전 회장의 아내, 자녀가 ‘합법적’으로 국내에서 소유하고 있는 재산 또한 만만찮다.
지난 2001년 11월 8일 예금보험공사는 김우중 전 회장이 가족 명의로 골프장을 보유하고 해외법인을 통해 1400억원대의 재산을 빼돌렸다고 발표했다.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의 경우 부인과 두 아들이 8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96년 김우중 당시 대우회장이 증여한 10억 3천만원으로 액면가 인수한 지분 가치는, 대우 계열사의 고가 회원권 분양, 회원권으로 건설비 지급 등에 힘입어 당시 172억원으로 평가됐다.
이 밖에 대우가 워크아웃에 돌입하기 직전인 99년 7월에는 김우중 전 회장 지시로 (주)대우가 대우학원에 190억원을 기부한 사실, 막내 아들이 유학하고 있던 미국 하버드 대학에 250만달러 기부등 갖가지 사실들이 다 드러났다.
이로부터 약 1년이 지난 2002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대우 채권을 인수한 캠코(당시 자산관리 공사)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재산 환수를 위해 부인과 두 아들 명의로 되어 있는 아도니스 골프장과 서울 방배동 대지등에 대해 소유권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우중 일가 보유 재산은 골프장, 호텔, 주식, 대학, 종합병원...
1심에서는 김우중 전 회장 딸 명의로 된 21억 상당의 이수화학 주식은 실질적으로는 김우중 전 회장의 재산이라는 판결이 나기도 했으나 결국 고법까지 가면서 아도니스 골프장, 이수화학 주식등 거의 모든 재산이 “김우중 전 회장이 합법적으로 증여한 것”이라는 판결을 받아 털 끝 하나도 건드릴 수 없게 됐다.
고법의 판결 직후 김우중 전 회장의 2남이자 박정구 전 금호회장의 사위인 김선협은 아도니스 골프장 사장자리에 앉았고 27홀 규모의 골프장 입구에 호텔까지 지었다.
또한 지난 달 초 SBS 뉴스 추적 팀은 김우중 전 회장의 3남 김선용이 베트남 하노이에 골프장과 주택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건설업체 노블 베트남의 회장이며 김우중 전 회장의 부인 정희자씨가 운영하고 있는 필코리아리미티드가 지난 2000년 조세회피 지역인 케이만 군도에 있는 한 페이퍼 컴퍼니에 지분 90%를 넘겼으며 그 페이퍼컴퍼니는 김우중 전 회장의 것으로 의심된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 밖에 김우중 전 회장의 친 형인 김덕중 전 교육부 장관이 6, 7, 9대 총장을 지낸 아주대학 역시 여전히 대우학원 소속으로 남아있다. 병실을 이용한 사람은 병원이 설립된 1994년 이후 김 전 회장 일가의 단 두명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일보는 리모델링이라는 호들갑을 떨고 있는 아주대학 부속 병원의 특별병실은 지난 94년 병원 설립 이래 딱 두명의 환자만을 받았다고 보도했는데 2003년에 이 병실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김우중 전회장의 장모이고 두 번째로 2005년 5월에 사용한 사람은 김우중 전 회장의 부인이라고 알려졌다.
45개 회원사로 구성된 대우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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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인회의 실체는 김우중 바람막이? |
정주호 대우인회 회장은 지난 3일 ‘김우중 회장 귀국소식에 즈음하여’라는 글을 통해 “김회장님께서는 그 동안 금감원의 고발로 시작된 관련 임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대법원 판결로 2005년 4월 29일 확정된 이상, 회장님의 귀국 여부가 재판에 미칠 영향이 없어졌다는 생각으로 귀국하시어,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야겠다는 판단으로 귀국결심을 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며 귀국 배경을 밝혔다.
또한 “대우인회로써는 회장님이 귀국하신다면 이를 진심으로 환영하고 이에 필요한 어느것이라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며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젊은이들에게 도전, 창조의 자신감으로 꿈과 희망을 열어갔던 김회장님의 리더십 이야말로 국경이 없는 무한 경쟁의 시대를 사는 오늘날의 글로벌시대에 무엇보다도 먼저 요구되는 덕목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족적을 남긴 회장님의 공로를 우리 사회가 긍정적으로 인정하여야 할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김우중 전 대우회장을 엄호하고 나섰다.
“부자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속담의 현대판 버전인 “재벌 회사는 망해도 재벌은 망하지 않는다”가 실감 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