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슨모빌 같은 에너지 자본과 권력이 지속 가능한 발전 막아"

백악관 기후보고서 조작 장본인, 사임 후 엑슨모빌로

지난 7일, 백악관 기후 변화 보고서 의도적 변조 사실 폭로

  공해물질 배출에서 미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출처: 가디언]

지구 환경의 날인 지난 6월 5일 미국을 비롯한 10개국의 과학원은 공동 명의로 ‘지구 온난화 문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것’이라며 7월 열릴 G-8 정상회담을 겨냥해 ‘당장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6월 7일, 뉴욕타임스는 부시대통령 직속 백악관 환경위원회 책임자 필립 쿠니가 기후 변화 보고서를 의도적으로 변조한 사실을 폭로했다. 2년에 걸쳐 수차례의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량과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시킨 것이 드러난 필립 쿠니는 폭로 3일 만에 백악관 환경 위원회 책임자 직을 사임했다.

이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러한 보고서 왜곡에 세계 최대의 석유자본인 엑슨모빌의 중역들이 ‘능동적으로 관여’했다고 추가 폭로하기도 했다.

조작 장본인, 백악관 사임하고 석유 메이저 엑슨모빌로 자리 옮기기로

그런데 필립 쿠니가 백악관을 떠나 바로 그 엑슨모빌로 자리를 옮기게 된 사실이 드러나 대형 스캔들로 확장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현재 필립 쿠니는 보고서 편집 과정에서 온실가스 방출량과 지구 온난화 사이의 연결 고리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혐의로 피소당한 상황이다.

엑슨모빌이 필립 쿠니를 스카웃 한 사실이 드러나자 미국의 언론들과 환경 단체, 심지어 민주당 까지 한 목소리로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린피스 미국 조사국장 커트 데이비즈는 “시니컬하게 바라보면 엑슨 모빌이 백악관에서 쓸모없어져 버린 조직원을 빼내서 모회사로 되돌린 것에 불과하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전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보고서를 ‘물타기’한 사실이 지난 주 드러난 쿠니는 과학에 관련된 학위나 관련 직무경력 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쿠니는 백악관에서 일하기 전에는 미국 원유 연구소에서 일했는데 그 곳에서는 인위적 이산화탄소 방출물들이 지구를 온난화 시키는 것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에 대응하는 이른바 ‘기후팀’의 책임자로 로비스트로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공직을 사임한 쿠니가 엑슨모빌로 옮긴 다는 사실이 드러난 점에 대해 백악관 대변인은 “그의 사임은 (정부기후 보고서의 변조 사실) 폭로와 전혀 무관하다"고 발뺌하고 나서기도 했고 엑슨모빌 대변인은 "보고서 변조 사실이 드러나기 전에 이미 쿠니를 고용했다"고 밝혔다.

대형 스캔들로 비화될 조짐
그간 교토의정서 발효에 대한 저항을 비롯해 지구 온난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책은 석유자본의 로비에 의해 좌지우지 된 다는 비판이 있어오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구체적 정황이 터져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온실가스 협약이 기업의 원가압력으로 다가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석유자본과 월스트리트의 입장을 대변해 보도하던 블룸버그 통신 조차도 “부시는 지구 온난화에 대해 ‘뭐, 내가 걱정한다고?’ 말하고 있다” 라는 제목의 비판적 칼럼을 실은 것이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웅변하고 있다.

우리 나라 상황도 별 다를바 없어

송유나 에너지노동사회 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이런 일이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며 “우리나라 경총 같은 곳도 교토의정서와 기후협약을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늘어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송유나 사무처장은 “도덕성이나 왜곡의 측면도 큰 문제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엑슨모빌 같은 에너지 자본과 권력이 결합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막고 단기적 이윤추구를 위해 움직인다는 사실”이라 덧붙였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물과 에너지는 인권이다’(Water and Energy Are Human Rights!)라는 국제 노동조합 대회가 열려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가운데 23일에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에너지네트워크 국제심포지엄’이 열린다. 참세상이 후원하고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가 주최하는 이 심포지엄에는 쉐런 비더 호주 울런공 대학 과학기술사회학 교수, 스티브 토마스 국제공공연맹 선임연구원등 해외 인사와 조승수 의원, 이종회 WTO 반대 국민행동 대표등 국내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에너지 공공성을 주제로 토론과 각종 행사가 포함될 예정이다.
태그

조지 부시 ,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 기후보고서 조작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태곤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