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연대회의, "더는 면담 요구할 일 없을 것"

면담 약속에 국회 왔던 비정규대표자들 면담 못하고 허탈함만

“차별과 고용불안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고 했다. 어떤 식으로 들을지 내부에서 논의가 확정된 것이 없어 당장은 들을 수 없다기에 기다린다 했고, 결국 면담에 응하겠다 했다.


그러나, 27일 국회 앞에서 비정규법안 관련 여론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을 만나러 들어가려는 비정규연대회의 대표자 10여 명을 맞은 것은 50여 명의 전경과 형사였다. 면담이 약속됐다는 이목희 의원 측의 답변이 없었다는 이유로 기자회견 시작되던 오전 9시 30분부터 경찰은 대표자들을 사방에서 에워싸고 국회 건너 편 국민은행 앞으로 이동할 것을 종용했다.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비정규연대회의와 이목희 의원실과 몇 차례 통화가 시도됐고, 면담을 약속했던 이목희 의원 보좌관으로부터 “환노위에 의원들이 참석하니 (민주노동당을 통해서든) 국회에 들어오면 의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의견을 전달하는데 매끄럽지 못하게 전달한 것은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전부였다.


철석같이 면담 성사를 믿고 멀리 충남서 까지 올라온 비정규직노조 대표자들은 허탈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일단 국회로 들어오면 면담을 다시 주선해 보겠다”는 보좌관의 답이 있었고 결국 이들은 민주노동당 의정지원단의 협조를 받아 10명만 추려 국회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이후 누구를 어떻게 만나야 할지는 난감한 상황.

비정규직‘보호’법안을 만들겠다고 연일 공전을 벌이고 있는 대한민국 국회 안에서 5만 비정규직노동자를 대표하는 10명의 비정규직노조 대표자들의 목소리는 메아리 없이 표류할 뿐이었다. 오후 2시경 면담을 주선하겠다는 약속도 결국 지켜지지 않았고, 대표자들은 3시경 국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비정규직 목소리 듣겠다는 말 거짓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면담 요구)할 일 없을 거다. 우리가 면담과 대화를 구걸하는 사람들인가. 늘 말바꾸기에 선수들인 정치인들이기에 오늘 이런 결과 대충 예상도 했지만 그래도 분노스러운 건 사실이다. 기대가 있어서가 아니라, 비정규직 목소리를 듣겠다고 공언하기에 제대로 들으라고 온거다. 저들은 비정규직 목소리를 듣겠다는 말이 거짓말임을 스스로 보여주었다. 더 이상 개악안 저지로는 안 된다. 권리보장입법쟁취로 가려면 결국 비정규직 스스로 다시 한 번 나설 수밖에 없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얼마가 걸리더라도 우리가 나설 몫이고, 우리가 어떻게 싸우는지 보게 될 거다”

국회를 나서며 구권서 비정규연대회의 의장이 남긴 말이다.

이목희 의원은 “민주노총이 60만을 대표한다지만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대표성을 의심받는 마당 아니냐”며 “저 분들의 목소리를 안 듣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 분들이 비정규직의 목소리에 어떤 대표성을 갖는지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그럼 어떤 식으로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표성을 어디서 찾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여론조사의 형태가 되지 않겠냐”며 “곧 우리당의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유보된다 해도 교섭 중심으로 가면 9월 더 악화될 것"

구권서 의장 "권리보장입법 목마른 비정규직이 다시 우물 판다"

열린우리당은 22일 양대노총이 요구하는 비정규직보호입법에 대해 "극소수 대기업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실업자를 양산시키고 중소기업을 도산시킬 것"이라며 "차별과 고용불안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의견을 직접 듣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일 오후 2시 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가 요청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실은 비정규연대회의의 면담 요구에 "아직 내부적으로 어떻게 비정규직의 얘기를 들을지 논의돼지 못한 상태"라며 난색을 표하고 "850만 중 5~6만 조직의 비정규연대회의가 과연 대표성이 있느냐"는 의문도 던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권서 비정규연대회의 의장은 국회서 비정규직노조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하던 중 기자를 만나, 열린우리당의 태도에 대해 "한마디로 코메디"라고 일축한 바 있다. "역으로 5~6만을 포괄하는 비정규연대회의다. 그 의견도 듣지 않겠다면 어디서 어떤 식으로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듣겠냐"는 것이다.

"지난 해 9월 정부 비정규법안 입법 예고 당시부터 열린우리당 점거, 국회 타워 농성을 통해 끊임없이 비정규직의 반대의사를 밝혔고 직접 대화도 촉구했는데 이제 와서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거냐", "당장 강행처리 수순을 밟겠다는 의사를 보이면서 비정규직의 목소리는 언제 듣겠다는 것인가, 법안 통과시키고 나서?"

구권서 의장은 "정부 여당이 비정규개악안을 강행하려 한다면 비정규당사자인 우리로서는 또다시 어떤 식으로든 행동으로 우리의 반대의사를 명확히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구권서 의장은 열린우리당 뿐 아니라 "여전히 비정규개악안 저저를 위한 국회 내 논의로만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노동계의 대응에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미 구권서 의장은 지난 4월 임시국회 당시에도 이 같은 입장을 표명한 바 있었다.

구권서 의장은 "현재 우리(민주노총)의 실력이 비정규권리보호입법을 위한 총파업을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정부는 너무 정확히 꿰고 있다"며 "그렇다면 하다못해 사내하청 투쟁이나 특수고용직 투쟁 등 비정규직 투쟁들을 상승시켜 전선을 집중시키고 그 선두에 비정규직들이 설 수 있도록 묶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사 법안이 9월로 유보된다해도 이전처럼 7,8월이 교섭 중심으로만 가거나 7,8월 투쟁이 교섭 압박용에 그친다면 똑같은 상황만 반복될 것", "정리해고와 파견법을 전교조 합법화와 바꿨다는 비판을 받은 것처럼 오히려 9월에는 비정규법안과 로드맵을 두고 정부가 장난을 칠거라는 우려들도 나오고 있지 않나"는 것이 구권서 의장이 강조한 우려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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