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탄압의 도구로 전락한 근로복지공단

방용석 이사장 퇴진 촉구, 노동자 건강권 쟁취 금속노조 결의대회

금속노조가 27일 오후 5시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방용석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은 사측의 감시와 차별로 조합원 13명 전원의 집단 정신질환이 발병한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자들에 대해 산재 불승인 결정을 내리고, 최근에는 방용석 이사장이 면담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물의를 빚어 왔다. 지난 21일에는 산재 인정을 요구하며 근로복지공단 본부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하이텍 노동자들의 천막을 구청 직원과 경찰을 동원하여 철거를 시도하기도 했다.

근로복지공단 주변은 1기동대를 비롯한 전경들과 경찰차로 빼곡했고 굳게 닫힌 공단 정문과 앞마당도 경찰 병력으로 꽉 차 있었다. 당초 국회 앞에서 3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민주노총 차원의 집회인 '김태환 열사 살인규탄 및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쟁취 결의대회'가 취소됨에 따라 지방에서 상경한 대오를 포함해 2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 앞에 모였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대회사에 나선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은 "근로복지공단과 금속노동자가 싸울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면서 "2002년 배달호 열사 투쟁을 이유로 금속노조에 2억 9천만원에 달하는 구상권을 청구했으며, 감시카메라와 극도의 노동 탄압으로 누가 보아도 정신질환에 걸릴 수밖에 없는 하이텍지회 조합원들에 대해 산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를 위해 설립된 근로복지공단은 그 취지를 버리고 오히려 노동 탄압의 도구로 전락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혜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격려사에서 "산재보험이란 예방 목적의 보험이고, 재해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 죽고 다치고 골병드는 노동자들에게 지급해 주기 위한 것인데 '산재보험기금 재정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공단에서 나서서 산재 신청을 불승인하고 요양을 강제 종결시키고 있어 2004년부터 산재율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폭로했다. 하이텍 노동자들의 산재 불승인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은 사용자 얘기를 들어보니 아니더라,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자문의들에게 물었더니 아닌 것 같더라며 한편의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조사권을 발동하지 못하는 공단을 믿을 수 없다, 조사권을 반납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에는 2003년에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적응장애' 판결을 받은 바 있는 보건의료노조 청구성심병원지부 최은경 지부장이 연대사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최은경 지부장은 "근로복지공단에게 청구성심병원 사례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더니 '청구성심병원은 하이텍처럼 노사 대립관계에 있지 않았다'고 대답했다고 들었는데, 청구성심병원 노사가 얼마나 대립관계였는지 아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청구성심병원 사측은 계획된 부당노동행위로 근무중 감시 차별을 일삼았고 그로 인한 7년간의 악화된 노사관계는 유명했었다는 것. 최은경 지부장은 "2003년에 우리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산재신청을 처음 해보는 것이었고 어려웠지만 포기하지 않았다"며 "하이텍지회 동지들은 우리보다 투쟁력도 강하고 깡다구도 있는 것 같다, 꼭 승리할 것이다"는 말로 격려했다.


김혜진 하이텍지회 지회장은 투쟁사에서 "방용석 이사장은 30년간 노동운동하고 이사장 직함을 얻었는데 경력을 쌓기 위해 노동운동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우리가 깡다구 있고, 투쟁하고, 농성하는 것이 산재 승인이 안되는 이유"라는 공단 직원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은 목적의식적으로 '불승인'이 필요한 것"이라며 "'집단민원 대응지침 등의 첫 사례가 필요할 뿐인 공단에게 우리가 어떤 이유와 근거를 대도 '투쟁하기 때문에 승인 안된다'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혜진 지회장은 이런 이유로 "승리의 관건은 많은 노동자들이 건강권 쟁취를 위해 떨쳐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후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 김혜진 하이텍지회장, 윤종선 금속노조 산안부장, 김재천 산재노협 대표 등의 대표단이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정문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측은 대표단의 입장을 거부했고 이 과정에서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경찰과 30여 분간 몸싸움을 진행했다.

결국 항의서한 전달 시도는 무산되었고 참가자들은 △방용석 퇴진을 위해 투쟁할 것 △금속노조에 대한 구상권 철회를 위해 투쟁할 것 △하이텍 동지들의 산재승인 쟁취 투쟁에 끝까지 연대할 것 △노동자 건강권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할 것 등을 결의하며 이날 결의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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