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운동을 재구성하는 사람들

2005년 6월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출범하기까지

미디어환경은 급속한 변화를 맞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기술적, 정치적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 미디어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 다매체 다채널의 유통환경을 만드는 등 기술적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또한 정치적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기존의 정치 구도 속에서 언론이 사전검열되던 시대를 넘어, 또한 냉전적 이데올로기가 팽패하던 군부독재가 타파되면서 어느 정도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보되는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미디어환경은 새로운 국면을 거듭 맞이하고 있다.

‘미디어운동의 재구성’은 필연이다. 구체적으로 주류매체에 대한 비판적 기능으로써 존재했던 기존의 언론운동에서 이러한 영역을 포괄한, 한편으로는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지 관점을 공유하는 새로운 운동 형태의 ‘미디어운동’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이러한 상황에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까지는 아닌 ‘옛날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시장의 창출 그리고 공공영역의 등장

1990년대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라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정보통신기술은 급속한 발전을 맞고 그 덕분에 인류는 의사소통수단으로, 또한 배급수단으로서의 인터넷과 제작수단으로서의 디지털 비디오 기술을 제공받았다. 급격한 발전은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일상적인 정보공유를 가능하게 했으며 법적 제한 없이 영상물을 배포할 수 있게 했고 또한 제작비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국가권력의 통제 및 전반적 상업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또한 디지털 격차를 어떤 공공적, 대안적 기획으로 해소할 것인지, 직관적 기술 습득이 쉽지 않은 멀티미디어 컴퓨터의 대중적 활용을 위한 교육체계는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등 새로운 과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디어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등장한 ‘공공영역’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이윤을 목적으로 공적 산업들의 민영화가 확대되고 있는 반면 ‘미디어’ 진영에서는 오히려 공적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공적영역'으로 대표되는 영역들로는 통합방송법을 통해 ‘시청자 제작참여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법제화된 퍼블릭엑세스, 위성방송이 도입되면서 공공성 확보를 명분으로 설치된 시민채널, 그리고 퍼블릭 엑세스와 독립영화의 지역 인프라에 기초해 탄생된 영상미디어센터 등이 그것.

‘퍼블릭엑세스’란 말 그대로 ‘공적 접근권’으로 어떤 매체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도 적용될 수 있는 원리로서 주로 권력과 자본이 독점하고 있는 매체 영역의 일부 즉, 시간이나 채널을 개방하여 일반 민중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시청자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수용자 주권 확대 차원에서 도입된 R-TV도 크게 보면 퍼블릭엑세스 구조에 속한다.

그러나 최근 RTV는 대안방송 또는 퍼블릭엑세스 방송의 역할이 축소되고 일반 프로그램공급사업자의 역할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한겨레신문이 제작한 <한겨레 브리핑>을 시작으로 올해 4월에는 조선일보가 제작하는 <갈아 만든 이슈> 등의 프로그램을 잇달아 방영하면서 정체성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 이는 편성원칙의 부재, 폐쇄적 운영, 잦은 스텝 교체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최근 시민단체들은 늦게나마 이러한 문제점을 재인식하고 ‘RTV 제자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미디어운동의 재구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운동은 나름의 진화를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퍼블릭엑세스, 미디어센터, 미디어 교육, 공동체 라디오 등 공적영역은 도입을 주장하던 초기 단계를 넘어섰고 시청자, 언론노조, 독립영상운동의 주체들은 서서히 연계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뉴미디어 환경’은 발 빠르게 수용자진영을 외면하고 있다. 걸어 다니면서 영화와 뉴스를 보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뉴미디어’가 등장하고 있는 것. 이러한 뉴미디어의 등장이 모든 인류에게 평등한 정보 공유를 책임지고 있는 양 오해되지만 사실상 정치권력의 통제와 기업의 독점적 구조 속에서 이윤 추구의 시장논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현실 속에서 ‘미디어운동은 얼마나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가’, ‘사회적변혁을 위한 활동으로서 얼마나 현재에 충실하고 미래를 예비하고 있는 것인가’

이는 자본주의적 미디어 환경에 대항하기 위한 민주적 공공영역의 확대와 미래의 미디어 환경을 보다 민주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조직화가 절실하다는 미디어 운동진영의 자문자답이기도 하다.

그리고 미디어 운동진영은 새로운 시도를 기획하고 있다.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출범

7회를 맞이한 ‘지역미디어센터 네트워크 워크숍’은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출범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중심으로 광주 대한적십자 광주수련원에서 6월 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는 미디어 운동 진영의 문제제기 주체로서, 공적 영역의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연대를 조직하는 운동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지역 영상 운동을 강화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삼고 있다.

‘미디어운동의 재구성, 우리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혹은 어디로 가야할지’를 주제로 기조발제한 김명준 미디액트 소장은 “최근 수년간 미디어운동은 공적영역을 확보하고 새로운 미디어운동의 쟁점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물적기반을 확보하고 지역별, 영역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의 성과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급박하게 변화되는 미디어환경에서 총체적인 전략수립의 미흡과 주체역량의 절대적 부족 등 한계는 여전하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지배적 미디어구조를 혁신하고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로서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번 워크숍은 지역별, 영역별로 미디어운동을 재구성하기 위한 분임토론이 함께 진행되었으며 각 영역별 토론은 △전국미디어교육네트워크 △퍼블릭엑세스네트워크 △독립영화배급상영네트워크 △공동체라디오운동네트워크 △진보적인터넷언론네트워크 △지역미디어센터운영협의회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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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 퍼블릭엑세스 ,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 미디액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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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익선

    참 생뚱맞네요. 잘 좀 찍으시지.
    기사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