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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이동 266번지 과거의 모습 [출처: 포이동266번지사수대책위원회 홈페이지] |
87년 강남구는 ‘포이동 266번지’를 주민들에게는 알리지도 않은 채 구획정리사업을 실시하여 도서관부지로 용도로 변경하였다. ‘88올림픽’ 때는 도시미관이라는 미명 하에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의 활동을 통제하였다. 90년부터는 불법점유자라는 이름을 붙여 ‘토지변상금’을 부과하였다. 그 액수는 현재까지 104가구 405명 일인당 수천만 원에 이르고 있다.
그렇게 24년의 세월은 무심히 흘렀다. 지금 ‘포이동 266번지’은 불과 5분도 안 되는 거리에는 ‘양잿물’이던 양재천이 상급수가 되었고, 60여 층의 초호화 주상복합 아파트가 하늘을 가렸다.
2005빈활단, 포이동 266번지에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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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포이동266번지사수대책위원회 홈페이지] |
그 중 3일부터 4일 ‘빈활’ 학생들은 ‘포이동 266번지’에 짐을 풀었다. 빈활단의 가장 큰 어려움은 ‘화장실’이었다. 아직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은 학생들을 위해 간이 화장실까지 설치해 주었다지만 하루 머물고 가는 학생들은 괜한 호사를 부리는 건 아닌가 싶어 송구하다는 마음을 내비췄다.
“부산에서는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처럼 자신의 생존권, 주거권을 위해 투쟁하고 싸우는 모습은 TV 같은 매체를 통해 보아왔지만 이렇게 직접 보니깐 정말 남의 일이라는 생각이 안듭니다. 우리 아버지도 초등학교만 졸업하셨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지고 계십니다. 포이동 266번지에서 지내면서 곧 나의 모습이고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산에서 사회학을 전공한다는 조승화 대학원생은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의 모습이 꼭 아버지 같고 어머니 같았다고 고백한다.
축구에서 ‘1대9’라는 스코어는 어느 한쪽이 승부를 단단히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 불안정한 일자리, 낮은 임금, 가계부채는 평균 3000만원, 신용불량자가 4백만에 달하는 시대, 2005년 한국의 모습이다. 즉, 누구도 가난해지길 원하지 않지만 누구도 가난해질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 셈이다.
빈곤은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니다
한국 사회 빈곤문제는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니다. ‘2005빈민현장활동’에 참가한 학생들, “그들에게 ‘빈곤’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을까?” 몇몇 학생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우선 참가 동기가 궁금했다.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무섭게 몰아쳐 ‘눈뜨고 코 베어 갔다’지만 그래도 요즘 학생들은 먹을 것 풍족하고 등 따신 세대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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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학과 전공하는 대학원생 조승화 |
박진국-경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시민, 빈민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복지시민연합’에서 활동 중인데 그곳에서 이런 활동이 있다는 정보를 알고 대학친구들과 함께 빈활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포이동 266번지에서 하루 숙박한 그들,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보고 듣는 것이 아닌 다른 경험을 했을 것이라 예상이 되었다.
조승화)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은 주로 고물을 주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동안 포이동 266번지에 신세를 지면서 일손을 덜어드리고 싶은데 오히려 손님대접 받았습니다. 송구한 마음도 듭니다.
처음 포이동 266번지에 갔을 때 사실 처참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분들은 대체로 고물을 팔거나 파출부, 청소용역 등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주거마저 불안정합니다. 다시 말해 일자리도 일용직, 주거권도 빈약하다는 것이지요. 어제(3일) 만난 노점상도 철거지역에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렇듯 빈민문제는 이중적 고통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회생할 사회적 장치가 전혀 없어 빈곤이 되풀이되는 것이지요
어렵게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괜한 투정으로 보이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포이동에서 생활하는 것이 많이 어려웠을 텐데” 좀 더 짓궂게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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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국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생 |
또 이곳은 악취도 나고 오염이 심각합니다. 주로 연령이 높은 어른들이나 어린 아이들이 많이 거주하는데 그들이 생활하는데 좋은 조건이 아닙니다. 그래서 아픈 분들이 많습니다. 빈곤 해결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좀 더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지 않기 위해 싸우시는 것같아 안타깝습니다
조승화) 포이동 266번지 철거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생활했는데 비가 오니깐 습기도 차고 비좁기도 하고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샤워장도 마땅히 없고 집들이 비좁습니다. 그런 형편이라도 확장공사는 엄두도 못 낸답니다. 공무원들이 와서 항의를 하니까 좁더라도 어려움을 감수하고 그냥 지내신다더군요. 그런 형편에서 우리야 하루 묵고 가는 것인데 투정을 부리면 안되죠.
사실 포이동 266번지에서 바라다보는 타워팰리스(강남 최고의 주상복합 아파트)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화려한 모습을 뽐내는 개발이데올로기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삶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돈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도시는 그들과 다른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듯 합니다.
노점체험, 여성행진에서 만난 그녀들
벌써 4일로 빈활이 4일째를 맞았다. 그동안 무분별한 청계천 복원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과 노점상과 3일 여성행진에서는 만난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만났을 그들이었다. 빈활일정이 중반에 접어들면서 ‘중간평가’를 들어볼 시점이라 생각되어 그간의 활동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빈활단 사이에서는 여성행진에 참여한 ‘성노동자준비위’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었다.
조승화) 첫날 노숙자모임에서 온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무섭기도 했습니다. 사회에서 그들을 범죄의 위험이 있는 집단이나 두려운 존재로 낙인을 찍어놓은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두려움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알고 보니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더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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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애 사회복지학 전공 대학생 |
박진국) 여성행진에서 만난 ‘성매매 여성들’은 많은 논쟁이 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아직 성노동자라고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문제의식이 없이 무조건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왜 성매매는 안되는 것인지,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원인이 무엇인지 등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남의 얘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1주일 동안의 체험은 체험일 뿐이다. 고작 1주일이라면 1주일일 수 있는 ‘빈활’ 생활이 그들의 삶에 어떻게 투영될지 궁금했다. 그들은 다시 그들의 생활로(또는 계급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김지애)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현 복지시스템이 시혜적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시혜적 복지 차원을 넘어선 주체적 시민권 확보를 위한 복지를 위해 힘을 쏟아보고 싶습니다.
박진국) 물론 1주일이 짧은 기간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을 만나고 직접 부딪히는 이런 ‘빈활’ 경험은 TV에서 신문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사회복지에 대해 고민하고 차별받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삶을 함께 고민하는 시민운동, 빈민운동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시민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번을 계기로 더욱 발전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편 4일 빈활단은 강남구청에서 ‘포이동266번지사수대책위원회’가 주최하는 ‘고(故) 김천복, 임정숙 부부 1주기 추모제’ 및 ‘주민등록등재 촉구대회’에 참가했다. 고(故) 김천복씨는 포이동 266번지 주민으로 지난 90년도 토지변상금 부과로 재산과 부인이 빌딩 청소로 받는 월급을 압류당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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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강남구청 앞 열린 '주민등록등재 촉구대회'에서 강남구청장과 면담을 위해 전경과 대치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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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강남구청에서 열린 '주민등록등재 촉구대회'에 초대된 박준 민중가수 |